관광에서의 장애인 차별금지법 적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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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활동에서의 차별 금지 조항 신설
2017년 9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관광활동에서의 차별 금지 조항이 신설되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마주하는 불편함과 차별 사항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 마련이다. 만약 누군가 새로운 조항을 토대로 여행의 차별이 모두 해소되냐고 묻는다면 결코 한 번에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대답한다.
관광산업은 매우 복잡하다. 특히 21세기, 4차 산업 혁명시대의 관광산업은 너무나도 복잡해 어디까지가 관광산업이고 어디까지가 관광산업이 아닌지 구분할 수 없다. 단편적으로 항공권을 파는 항공사들은 관광사업자가 아니다. 그들은 운수업체이며 관광에서의 차별 관련법으로는 저촉받지 않는다. 물론 이들은 이동 및 접근 차별을 금하는 법률에 해당하므로 이유야 어쨌든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트립어드바이저 등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요즘 대세이다. 심지어 소셜미디어로 관광 콘텐츠만 제작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도 관광사업자는 아니다. 하지만 역시 이들에게도 장애인의 웹접근성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동등하게 적용된다.
관광활동에서의 차별금지 규정에 적용되는 관광사업자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조(관광사업의 종류)에 해당하는 사업자로, ①여행업 ②호텔업 ③전문휴양업 ④종합휴양업 ⑤야영장업 ⑥관람유람선업 ⑦관람공연장업 ⑧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⑨국제회의업 ⑩유원시설업 ⑪그 외 관광편의시설업 등이 있다.
장애인이 관광산업 ‘고객’에서 제외될 때
이렇게 많은 관광사업 중에서 관광활동의 장애인 차별 금지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갈래의 적용가능성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물리적 차별 금지 방안 마련이고, 둘째는 서비스 차별 금지 방안 마련이다.
예컨대 호텔업을 통해 물리적 차별과 서비스 차별을 살펴보면, 먼저 현행 법률상 30개 객실 이상의 일반숙박업소에서는 1%, 관광숙박업소에서는 3%의 객실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였다. 물리적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물론 이 규정은 2016년 편의증진보장법 시행령 개정 이후 적용된 것으로, 아쉽게도 2016년 이전 건축된 숙박업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장애인 객실의 설치 유무를 놓고 논쟁을 벌였던 과거와 달리 단 한 개의 객실이라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제도가 진일보했음을 엿볼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적 관점, 즉 서비스 차별 금지에 대한 부분은 또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장애인 여행객이 법령까지 뒤져가며 숙박업소의 준공일자를 확인하지는 않는다. 편의시설 평가단이나 모니터링 요원이 아닌 이상 기분 좋은 여행을 떠난 장애인이 목적지의 호텔이 몇 년도에 완공되었는지 확인한다면 매우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여행객의 자유롭고 정당한 여행(관광)활동에 제약이 발생하며, 이러한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장애인 관광객들이 호소하는 불편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정보 부족’이다.
비장애인 여행객의 경우 호텔 투숙 예약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정보 채널을 통해 숙박업소의 서비스와 품질을 비교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동일 호텔의 동일 객실 유형이지만, 상이한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도 개발되었다. 심지어 호텔의 서비스 품질을 자랑하듯 멋들어진 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기 SPA 브랜드 용품을 제공하거나, 특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특정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 한 번 방문한 고객에게 우편 및 DM을 발송하여 재방문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여행객에게 가장 필요한 핵심 정보 제공은 제자리걸음이다. 호텔 등 숙박업소 웹페이지에 장애인 객실 유무는 일부 제공되고 있지만, 객실 유형 및 객실 내부의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 기본적인 사진은 여전히 확인하기 어렵다. ‘과연 이러한 정보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차별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왜냐면 숙박 객실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에 대한 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호텔에 대한 정보는 각 호텔의 운영과 마케팅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즉, 호텔이 장애인을 특정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으로 인식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문제이다.
물리적 차별을 넘어서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다만 알면서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 최근 관광사업자들 역시 물리적 편의시설을 갖추며 법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시작했다. 물론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한다면 매우 좋은 현상이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물리적 차별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관광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 차별은 여전히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큰일이다.
엉뚱한 상상일지 모르지만,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불필요한 힘겨루기 없이 장애인 여행객과 관련하여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그 토대를 처음부터 만들 수 있다. 물론 자체적으로 서비스 규정이 재확립된 곳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장애인 여행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도 있을 것이다. 핵심은 장애인 여행객의 보편적 니즈(needs), 요구에 맞는 서비스 제공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관광활동에서의 차별금지법 적용가능성은 비단 물리적 차별뿐만 아니라 서비스 등 장애인 관광객의 관광행위와 결부된 모든 것에 해당한다. 그리고 관광활동에서 차별 없이 더 나은 관광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장애인이 여행에 참여하며 소비자로서의 필요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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