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신체장애가 아닌 삶의 참여, 구체적 기능으로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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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인류건강을 위한 초기 정책은 사망률과 유병률을 줄이는 것이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의료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는 충분히 달성됐다. 이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병과 사망의 기준을 알 필요가 있는데, 사망률은 인구통계로 파악하면 되는 것이고, 질병과 질환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병명을 공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었기에 국제적인 질병분류기준(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을 세우게 된다. 국제적으로는 질병관리를 위해 ICD-10을 사용하고 있고, 올해 11번째 버전이 시범으로 WHO의 홈페이지에 소개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노인인구와 비감염성 만성질환자가 늘어나고 질병이나 장애로 인한 생활의 부담이 높은 사람들과 자살인구가 증가하게 되면서 WHO는 건강증진과 자살예방을 위해 생활과 삶의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정책을 추가적으로 세우게 됐다.
이를 위해 개발된 건강분류모델이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국제 기능, 장애, 건강분류)이다. ICF는 ICD로 파악할 수 있는 질병유무만으로는 건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모델이다. 그림은 ICF의 이해를 돕는 도식이다. 그림처럼 사람의 건강을 (1)신체, (2)활동, (3)참여가 기능하는지 세 가지 측면으로 보며, 건강하지 못한 경우를 신체가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의 손상정도와 범위, 활동과 참여가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제한이나 제약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류하며, 이 세 영역이 각각 서로 영향을 주는지, 세 영역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개인의 요인은 어떤지 살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ICF에서는 질병과 장애명을 다루는 부분은 가장 상단의 건강상태에서 ICD의 분류를 따라 기록하며, ICF 자체는 질병상태를 분류하지 않는다.
ICF에서 주목할 것은, 신체 건강기능과 활동과 참여의 건강기능이 분리된 영역이라는 점이다. 23번 염색체 이상인 사람은 ICD를 통해 다운증후군으로 분류되고, ICF에서 신체기능적 측면에서 지적인 정신기능과 심장의 구조와 기능, 관절의 움직임기능의 어려움 정도를 분류해 온 방식이 질환분류, 장애분류이다. 그런데, 다운증후군인 사람의 지적기능, 심장과 관절움직임 기능과 관계없이 생활에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고, 모델을 하고, 연설을 하고, 기상캐스터로서 활동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는 곳, 경험한 활동, 자신의 의지나 가족지원 등의 이유로 인해 생활과 삶에서 기능하는 ‘활동과 참여’는 개인마다 종류와 내용과 수준이 다르다. 이를 ICF의 활동과 참여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성을 표현할 수 있는 분류모델로써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장애인이나 학생에 대해, 자녀에 대해 바라는 점을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표현하고는 한다. 그리고, 우리는 참여라는 의미가 구체성이 있는지, 정말 참여하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한다. 기본적으로 참여는 행동이나 기획, 이익에 끼어들어 한 몫을 하고 참가한다는 사전적인 의미가 있다. 현대 사회에 있어 참여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요건이며 사회적 정의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한다. 인간의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많은 현장가들과 학자들은 참여에는 구체적인 단계에서부터 추상적인 단계까지 분류해 왔으며, ICF는 활동과 참여를 어느 정도는 구체적인 단계로써 분류해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장애나 질병을 고려하되 이에 얽매이지 않고 최대한 활동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가치를 두고, 모든 사람이 삶의 건강성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건강정책에 ICF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물론 ICF 자체로 완전한 분류가 아니기 때문에, 활용을 통해 장단점을 발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성찰하며 검증하고 보완하는 노력을 WHO를 통해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세세하게 1400여 개 코드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진정한 참여의 의미를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참여는 어른들에 의해 역할이 주어진 어린이의 춤이나 연극활동과 같은 공연활동 같은 인위적인 활동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청소년 활동가의 고언을 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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