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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F: 건강이 포함하는 모든 개념을 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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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健康).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함. 또는 그런 상태’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건강하다고 할 수 없을까? 사전적 정의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 없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이 없기만 하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타인에게는 해를 끼치는데 자기 정신과 신체에 탈이 없는 경우, 이 사람은 건강한 사람일까?

세계건강기구(WHO)는 1948년 건강을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웰빙)한 상태’라고 정의했고, 건강 상태를 좀 더 명확히 하고자 광의의 개념과 협의의 개념으로 나누었다.

광의의 건강개념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유전이나 환경 조건에서 인간과 환경이 유기적으로 적절하게 기능하는 상태나 질’이며, 협의의 개념은 ‘사람에게 병이 없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경우’와 ‘신체 각 기관이 상호적으로 관계하며 적절히 기능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균형이나 항상성이 유지되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A라는 사람이 있다. A는 염색체 이상으로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기능이 약한 심장과 눈, 관절을 사용하고 지적 능력이 제한적이다. 책과 글을 읽는 것보다, 노래하기, 피아노 치기, 춤추기를 좋아한다. 도움을 주고받는 가족, 친구들과 생활하고,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으며 일과 여가참여를 하고 이를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한다. A의 건강상태는 어떻다고 할 수 있을까? 다운증후군이므로 건강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가, 약한 관절과 심장, 지적제한을 불건강함이나 비정상이라고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질환과 문제와 증상 중심으로 불건강과 비정상을 정의하고, 건강지원 서비스는 질병, 증상, 문제를 없애는 것에 치중해왔다. 그것이 의료행위였고, 이를 공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의료보험에 더 가까운 건강보험이며, 이는 질병분류기준을 적용한 건강접근이다.

A가 좋아하고 잘하는 노래와 춤활동은 가족과 친구의 관계를 향상하고 직업활동을 하는 현재의 참여는 어떠한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ICF를 통해서 A를 보면 활동과 참여수준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는 가족과 친구라는 환경이 건강하게 작용하고,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심장이나 몸에 부담이 적도록 활동 조절 방식도 잘 이해하고 지원된다면, 이 모든 요인들은 유기적으로 적절하게 기능하며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사람들의 수명과 기대여명은 길어졌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남녀 평균수명은 82.36세이며, 병이 있는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64.9세다. 병 없이 사는 시기가약 65세, 그 이후부터 병을 가지고 약 82세까지 산다는 의미다. 병이 없는 상태를 건강한 상태라고 여기게 되는 경우, 이 통계를 통해서 우리는 질병예방, 노인성 질환의 예방과 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정책을 펼 것이다.

다시 한 번 문제제기한다. 건강한 상태란 병이 없는 상태인가? WHO에 보고된 한국의 10대 사망원인 중 3위는 자살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2위, OECD에서 부동의 1위다. 자살은 병으로 선택하는 상태인가? 알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현재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자살률이 높고 출산율이 낮은 나라라는 통계를 통해서 우리나라를 건강한 나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즉, 국가적으로 개인이 삶에 주어진 조건과 환경과 유기적으로 적절하게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병과 문제를 없애는 관점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 개인과 조직과 국가적으로 우리의 삶과 생활이 긍정적으로 활동하며 참여하고 기능하는지 살피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

헬스케어와 건강증진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특히 스마트 헬스케어 개념과 산업화된 의학에 집중돼 있고, 이렇게 산업화된 헬스케어를 통해 관리하는 것은 혈압, 심박동, 기초체온, 다이어트, 수면, 신체 데이터 중심으로 검색된다. 이런 관리만으로 국민의 온전한 건강을 기대할 수 있을까?

ICF는 WHO의 건강정책이 질병관리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와 더불어 기능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장애의 관점에서도 손상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환경 지원이 장애나 장벽을 줄이는 대책이 된다는 근거를 토대로, 인간의 건강을 개인의 신체건강, 정신건강, 관계와 참여를 통한 사회적 웰빙 개념을 포괄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장애인을 무조건 건강하지 않다고 보지 않고 삶의 건강과 웰빙을 이해할 수 있으며, 질병이 있는 사람 또한 안전하고 지원받는 좋은 환경에서 삶의 역할에 참여하고 살아가는 건강증진을 위한 사회적 지원과 예방의 의학적 지원을 더불어 시행할 수 있다. 건강의 개념에는 개인의 의학적 건강만이 아니라 사회적 웰빙 상태가 포함된다. 평균수명은 길어졌으나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에 지금 필요한 건강 개념은 개인 수명연장의 기술적 개념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사는(웰빙) 삶의 개념이다.

코호트 연구(장기적으로 대상군과 대조군의 전향성을 추적조사하는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함께 사는 사람들과 서로 사람답게 지내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유무를 떠나 자기 삶의 만족도가 높고 질병상태에서도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덜하다고 한다. 이제, 건강은 질병과 문제만이 아니라 삶의 기능과 활동과 참여 차원의 관점을 가져야 할 때다.

 

작성자글과 사진. 대한작업치료사협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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