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조기기 연구개발 필요성 및 현황 > 기획 연재

열악한 국내 보조기기 산업

일상생활과 이동에서 레저,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보조기기는 장애인의 욕구와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전해 왔다. 하지만 국내 보조기기 산업은 다변화된 장애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열악한 실정이다.

2011년 한국장애인개발원 ‘고수요 장애인 보조기구 산업 육성전략 연구’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보조기기 개발 업체 중 ‘기술개발을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전체의 58.2%로 나타났으며, 이중 41.5%만이 연구를 위한 전담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조기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안정적인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한 국가단위의 지원이 필요하고 보조기기에 대한 표준화 및 품질향상을 위한 제반 사항을 갖춰야 하지만 국내 현황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이뿐 아니라 국내 보조기기 개발은 R&D(기술개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보조기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향으로 원천기술이나 하이테크 기술보다는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장애인이 실생활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과제 중심의 R&D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보조기기 개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에서는 오랜 기간 보조기기 전문 서비스를 수행해 오면서 실제 현장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보조기기에 대한 욕구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2014년도부터 실용과제 중심의 보조기기 국산화 개발을 수행해 왔다.

장애 아동의 재활 치료는 치료실에서 정적이며 수동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떨어졌고, 또래 아동들이 쉽게 탈 수 있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높았다.

이를 위해 2014년 개발된 장애아동을 위한 맞춤자전거는 중증 장애아동이 자전거 위에서 중심을 잡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머리 받침대, 등받이, 발 고정 벨트 등 여러 가지 보호기구를 장착했으며, 보호자로 하여금 자전거의 추진, 제동 및 방향 전환을 보조할 수 있는 보호자용 손잡이를 부착했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구입비용을 지원받더라도 현실적으로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다리가 불편하더라도 손을 쓸 수 있는 장애인의 경우 수동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동휠체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수동휠체어 사용자의 경우 경사로를 올라가야 하거나 장거리 이동할 경우 어려움을 느껴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최근 휠체어 액세서리(수동휠체어 전동모듈)에 대한 휠체어 장애인들의 욕구가 매우 높다.

센터는 2016년 기존 제품을 보완한 수동휠체어 장착 전동모듈인 G.G. Power를 개발했다. 수동휠체어에 간편하게 장착하면 전동휠체어로 탈바꿈하는 이 보조기기는 언덕과 턱이 많은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14인치의 큰 바퀴와 고출력·고토크(Torque)의 모터를 사용해 비포장길, 언덕길, 경사로 등 어떤 길도 달릴수 있다. 해당 기기의 경우 시제품으로 제작돼 판매하지는 않지만, 해당 기기 개발은 센터가 휠체어 액세서리(수동휠체어 전동모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밖에도 관청, 산업계, 학계가 협력해 개발한 지능형 보행차와 안전성 문제로 개발을 중단한 자이로센서를 활용한 세그웨이 휠체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보조기기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사회참여 욕구 증대와 권리실현 등의 인식변화에 따른 재활 패러다임의 전환과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해 보조기기에 대한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변화에 맞춰 센터에서는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일상생활 영역에서의 국산화 보조기기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기기 지원사업을 통한 장애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계사업을 이뤄나갈 예정이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보조기기 산업이 사회적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어져 국내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첨단 보조기기를 만날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