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에서의 장애인차별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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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법활용하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결정례를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질적 의미와 적용을 살펴보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정리해본다.
청년실업이 가장 뜨거운 난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기이기에 정책관계자들에게 장애인실업 문제는 뒷전인 듯싶다. 하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최근의 이슈인데 반해 장애인실업 문제는 고질적 문제이며, 청년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지만 장애인은 눈을 아무리 낮춰도 어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서 고용영역에서의 차별금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당시 차별영역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이게 됐다.
‘근로능력이 없다’는 구체적 근거 없는 배제는 차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논의될 당시인 2000년대쯤에는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낮은 임금을 받고, 해고를 당하는 억울한 일들이 많이 발생했었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에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모집·채용, 임금 및 복리후생, 교육·배치·승진·전보, 정년·퇴직·해고에 있어 차별 금지’를 최우선 순위로 넣었다.
실제 장애인차별 진정사례를 접해보면, 고용영역에서 장애인 차별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보다 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에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무조건 장애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근거 없이 장애인 채용을 거부하거나 해고했다고 인정된 사건이 없으나 법이 시행된 직후 2008~2010년에는 함께 일했던 직원이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된 것만으로 업무능력에 대한 아무런 검증이나 소명절차 없이 당사자에게 대기발령을 하거나 직권 면직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이유 외에도 외견상 불편 등의 사유로 채용을 거부한 경우도 있는데, 2008년 한 홍보대행사가 손가락 장애로 인해 홍보마케팅 관련 업체에 외견상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건에 대한 진정이 대표적이다.
장애인에 대한 고용차별여부의 핵심은 업무부적격이라는 구체적 근거인데, 인권위는 이러한 사례를 판단함에 있어서 장애로 인해 업무부적격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나 검증이 없었으며, 설혹 업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노동자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이나 장비 등의 환경(정당한 편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차별로 판단하고 권리구제를 권고한 바 있다.
업무와 무관하면서 도달할 수 없는 채용기준 요구는 간접차별!
이렇게 직접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것도 고용차별이지만, 외형적으로는 장애인을 거부하지 아니하나,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든 장애인이 도달할 수 없는 채용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장애인을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 사례가 신입사원 채용 시 영어 등의 공인인증점수를 요구하는데, 그 점수가 듣기 능력을 평가받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 응시자에게 요구되는 경우이다. 2010년에 발생한 사건인데, 2014년에도 재발된 사건이기도 하다. 두 사건 모두 청각장애인 응시자가 도달하기 어려운 공인인증점수가 요구됐다. 차별행위를 한 기관들은 업무의 연관성을 주장했으나, 인권위는 해당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영어듣기능력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보고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는 또 다른 차별!
이러한 고용차별 이외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1조에는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시설 및 장비의 설치, 재활・기능평가・치료 등을 위한 근무시간의 변경 또는 조정, 지도 매뉴얼 또는 참고자료의 변경, 시험 또는 평가과정의 개선, 장애인보조기구의 설치 및 보조인의 배치 등의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어느덧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 채용시험에 보편화되고 제도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와 함께 장애인 의무고용과 장애인 구분모집의 이점으로 공무원 시험을 꿈꾸는 장애인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그런데 장애유형 또는 장애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환경이나 조건이 다양한 만큼, 요구되는 편의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에게는 이동이나 작업편의를 위한 편의지원,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정보나 소통을 위한 보조기구나 인적편의제공, 질병을 가진 장애인에게는 적절한 업무배치나 근무시간조정 등의 편의지원, 발달장애인은 업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매뉴얼이나 작업안내인 등이 해당할 수 있다. 인권위는 세무직 공무원 채용시험의 회계학과목에서 필기가 어려운 장애인에게 중간계산값 메모를 대필해줄 수 있는 편의를 인정한 바 있는데, 요구되는 편의는 장애유형과 정도,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정당한 편의는 목적・수단・방법 그리고 고용주가 감당할 정도가 고려돼야
고용영역에서 장애인이 요구하는 편의와 고용주가 지원하는 편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고용영역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대부분의 정당한 편의에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인데, 특히 채용부분에서는 다른 응시자와의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에 예민한 사안이다.
우선은 정당한 편의의 목적이나 수단, 제공 방법 등이 적절해야 하고, 그로 인해 피해나 이익 등의 관계를 고려하게 된다. 이 말은 요구되는 편의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그 편의 요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본질적 능력과는 무관해야 한다. 또한 제공되는 편의가 장애인 당사자나 그 외 사람들에게도 가능한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방법이어야 하는데, 사업주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인지가 고려돼야 한다.
예를 들어, 인권위는 요양보호사 시험에서 청각장애인이 시험문제의 지문을 수화로 통역해줄 것을 요청한 진정에 대해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가 있는데, 요양보호사가 업무지시문서를 읽고 그대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에 읽기 능력이 업무와 유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채용시험에서 서술형 답안지 작성에 개인이 보유한 단종된 기종의 컴퓨터를 포맷해서 시험에 응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주관처가 이를 거부한 사건에 대해, 주관처가 진정인이 희망하는 환경을 마련해주기도 했으나 포맷해서 제출한 컴퓨터가 부팅이 안 되거나 오작동 시 다른 대체 방안이 없기에 오히려 진정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서 정당한 편의로 인정하지 아니한 바가 있다.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는 사업장 내 소통문화와 직결
장애인이 고용돼있는 사업장이라고 해도 정당한 편의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장마다의 특성과 고용된 장애인의 장애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사건을 조사하다보면 대부분이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 혹은 동료들과 장애인 당사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경향이 높다. 사업주가 기본적으로 직원들과의 불소통의 문화를 가지고 있거나, 장애인 의무고용 또는 사회적 기업 또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장애인을 고용했지 고용된 장애인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들이다.
간혹 장애인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편의를 전혀 요구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외관상 장애인의 특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때는 요구하지 않아도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된다. 하지만 고용주가 장애의 특성을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는 장애인 당사자가 정당한 편의를 요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당한 편의는 고용주와 장애인 노동자 간의 교섭 또는 협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 노동자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고용주와 협의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차별을 우선순위로 선정했으나 진정접수는 낮은 수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당시 고용차별을 우선순위에 두었는데, 그 이유는 고용 영역이 생존의 근간이 되며, 차별이 가장 만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장애인차별진정은 연간 천여 건 이상이 접수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진정 중에 고용영역의 진정 건수는 총 713건으로 전체 사건에서 6.2% 정도를 차지한다. ‘재화・용역의 제공 및 이용’ 59%, ‘괴롭힘 등’ 11.1%, ‘교육 9.7%’, ‘기타사건’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그 비율이 기대 이하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고용영역의 진정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낮은 장애인고용률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대다수 장애인들이 고용시장에 진입 자체를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고용돼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노동현장에서 자신이 최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자신만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요구하고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그로 인해 인사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그것을 권리로 인정하고 있고, 그것이 침해됐을 때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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