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견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전부가 아닙니다
보조견 이야기-①
본문
우리는 길을 가다가 개와 함께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짐작을 할 때가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이 개를 ‘안내견’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함께하는 보조견은 시각장애인 안내견뿐일까? 정답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지만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보조견에 대해 알아본다.
지체장애가 있는 장희진 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혜리’하는 보조견과 함께 한다. 기자에게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아닌 다른 유형의 장애인을 지원하는 보조견은 처음이라 무척 생소하게 다가왔다. 보조견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보조견은 장애인의 활동을 도와주는 특수목적견을 말해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대표적으로 떠올리기 쉽지만, 청각장애인을 돕는 청각장애인 보조견, 지체장애인을 돕는 지체장애인 보조견, 정신 또는 발달장애인을 돕는 치료 도우미견도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뇌전증 장애인을 돕는 보조견도 생겼다고 들었어요.”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한다. 보행 중에 장애물 등의 위험을 미리 알려주고 계단이나 갈림길 등의 위치도 알려주는 등 시각장애인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다른 유형의 장애인 보조견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은 알람 소리, 초인종 소리, 물이 끓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등 청각장애인을 대신해서 소리를 들어주고 소리의 근원지를 알려 줍니다. 파트너와 소통하기 위해 음성언어가 아니라 수어를 알아보도록 훈련받으며 ‘보청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체장애인 도우미견은 파트너의 장애에 따라서 다른 역할을 해요. 보행이 불안정한 경우에는 보행을 돕기도 하고, 물건을 가져다 주거나 가져다 놓기, 휠체어 아래 떨어진 물건 주워주기,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기, 휠체어 끌어다주기, 창문이나 문 열고 닫기, 옷을 입고 벗기 등등 간단한 가사일을 도와주기도 해요. 그런데 이 모든 역할을 다 한다기보다는 파트너에 맞추어 추가로 훈련을 받는 편이에요.”
실제로 인터뷰 중 희진 씨가 테이블 위에 있던 수첩을 떨어뜨리자 바닥에 앉아 있던 혜리가 얼른 수첩을 물어서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외에 치료 도우미견은 정신장애인의 심리적 안정을 돕거나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뇌전증 장애인을 돕는 보조견은 발작이 일어나기 전 파트너에게 알려 주어 미리 위험한 상황을 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보조견은 단순이 필요한 도움을 주는 역할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점 같아요. 또한 보조견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거나 씻고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보조견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잘 돌보아야 해요. 즉 보조견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다기보다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해야 할까요? 자립심을 키울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것처럼 ‘쉽게’ 눈에 띄는데, 왜 다른 유형의 장애인 보조견은 잘 띄지 않는 걸까? 또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식당 등의 출입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처럼 장애인 보조견은 거부당하는 일은 없는 걸까? 희진 씨가 들려주는 혜리와 함께 하며 겪은 에피소드는 다음 편에서 만날 수 있다.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 사진 제공. 장희진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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