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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인 복지에서 사회적시민권은 이론적으로 어떻게 적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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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신유리·김정석·허준기. 2017. 『한국사회』 제18집 1호에 실린 “장애인복지에서 사회적시민권의 이론적 적용가능성 고찰: 자기결정권, 사회적배제, 사회적포함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를 발췌하여 수정한 것이다.

 

자기결정권의 한계: 자유권의 온전한 실현은 가능한가

자기결정권은 장애인복지 영역에서 장애인에게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한다는 인간보편의 권리로서 작동했다. 자신에 의한 선택과 통제의 자유를 갖는다는 의미는 장애인도 인간이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그에 따른 자격을 갖춘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모두에게 선택과 통제의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절대적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모든 인간에게 자유를 누릴 권리가 동일하게 있다는 선언의 보편성이 실제로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현실과 이론상의 괴리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전부터 자유권이 바탕을 두고 있는 근대 이성 중심의 인식론이 가지고 있는 필연적 한계의 문제다. 자유주의 철학에서 자기결정권은 사회적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초월적 존재인 탈맥락적 행위자를 통해 선택권과 자유의 쟁취, 실현으로 이해된다. 이 때문에 장애인도 인식할 수 있으며 선택과 결정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사회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는 실현될 수 없는 초현실적 개념이 된다.

따라서 실제 발현되는 자기결정권의 모습은 사회적 맥락에서 벗어나 개인의지의 책임 영역으로 좁혀지게 됐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그동안 많은 부분에서 통제돼 오던 장애인의 삶에 자유를 가져다줬지만, 사회적으로 충족돼 있어야 하는 조건마저도 개인의 선택으로 넘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자기결정권이 자유주의적 한계에 머무르지 않도록 사회적 맥락을 강조하는 개념과 자기결정권을 접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행위자가 왜 사회적 구조로부터 분리돼 배제를 겪는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사회적배제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배제로 바라본 장애인복지로의 접근

자기결정권을 통한 개인적 선택과 자유의 강조와 함께, 사회적배제 개념을 활용해 장애인의 선택과 자유는 어떻게 배제되어 왔는지, 어떤 영역에서 어떤 행위자에 의해 배제돼 왔는지 과정을 밝힐 수 있다. 자기결정권이 장애인이 보편적 인간으로서 동일하다는 주장의 토대가 돼 왔다면, 사회적배제는 보편적 인간으로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배제 개념을 통해 장애인복지의 확대나 자기결정권의 온전한 실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론적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사회적배제는 어떻게 배제되어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지만, 배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담론으로서 역할은 하지 못한다. 배제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어 배제된 집단이 사회적으로 유리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정체성의 분리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에 대한 논의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에서 나타난 사회적포함과 한계 사회적포함 개념에 대한 기존 논의를 살펴보면 자기결정권의 자유주의적 한계와 사회적배제의 과정에만 국한된 설명, 경제적 방안만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한계에 대한 논의 속에서 등장하게 된다. 장애인이 어떻게 배제돼 왔는지에 그치기보다는 어떻게 포함될 것인가로 논의의 확장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방안을 통한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접근을 통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함께 요구된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포함이 갖고 있는 한계로 기존 논의의 연장선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거나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사회적포함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포함은 결과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하나, 포함에 이르게 하는 과정에 대한 논의라고 보기엔 부족하다. 사회적포함 개념은 사회적 지향으로서 제시하는 방향성이 강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요한 영역을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포함의 관점에서 배제를 다차원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여러 설명이 제시된다. 독립생활, 자기 옹호, 내적 잠재력 등이 사회적배제에서 벗어나 사회적포함에 이르게 하는 전략들이다. 그러나 독립생활, 자기 옹호, 내적 잠재력 등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져있다. 독립생활, 자기 옹호 등은 사회적포함에 이르게 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포함이 가능해졌을 때 실현될 수 있는 결과다.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제시된 실천전략들은 과정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실현되었을 시 확인 가능한 결과적 개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둘째, 사회적포함을 이루기까지 함께 논의돼야 할 현대사회의 분화 양상과 그에 따라 만들어진 체계 간 특성도 다루지 않고 있다. 기존의 논의는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맥락 속에서 사회적포함을 제시하고 있지만 통합과 포함이 현대사회에서 이뤄지기 힘들게 만드는 조건들이 존재한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체계들로 분화를 이루고 있는데, 각기 다른 체계로의 포함은 가능할지라도 전체적인 사회통합은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각각의 체계가 요구하는 포함의 조건들이 다르며, 하나의 조건만으로는 포함될 수 있는 체계 이외의 체계에서는 왜곡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장애인이 임금노동자로서 경제체계에 포함될지라도 직장 내부의 조직문화가 차별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면 장애인은 문화적 체계로부터 배제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분화체계가 만들어내는 조건들 또한 다양한 맥락에서 중첩되거나 교차돼 나타나면서 한 개인의 사회적포함이 통합으로까지 이어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각 체계로의 포함을 위한 조건들을 조정할 수 있는 이론적 장치가 필요하며 이것을 사회적시민권에서 찾고자 한다.

 

사회적포함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시민권의 역할

시민권 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 중 자유권과 정치권 요소가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만을 허용하는 정도로 그침에 따라 근대 이후에 발생하는 수많은 불평등과 사회적배제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이 때 형성된 것이 사회권이다. 사회권은 자유가 보장하지 못했던 평등의 요소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갖춰졌다. 마샬에 따르면 경제적 복지와 사회적 기준으로 문명화된 정도를 누리고 있는 모습을 사회권으로 보고 있다.

자유주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권과 정치권은 사회적 맥락을 배제한 채 실행되기 일쑤였고, 따라서 개인적 차원에서만 시민권에 접근할 때 발생해왔던 구조적 한계를 사회적시민권을 통해 극복하며 다른 권리에 대해서도 획득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복지국가 여부를 판단할 때 사회적시민권이 어느 정도로 발전돼 있는지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고, 사회적시민권의 발전은 사회적포함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자기결정권의 사회적 맥락을 충족하는 조건으로도 사회적시민권이 활용될 수 있다. 즉 자유주의적 한계에 갇혀 있던 기존의 자기결정권과, 사회적포함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해 부족했던 이론적 지점을 사회적시민권을 통해 연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배제를 통해 자유권이 왜 온전하게 실현되지 못했는지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천적 담론으로서 사회적시민권이 이론적 논의를 제공한다. 즉, 앞서 한계를 다루었던 개념들을 접목하기 위한 실천적 담론으로서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조건에 대한 분석을 사회적시민권으로 시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기결정권이 사회적 성격으로 전환되고 사회적포함으로 도달하기까지의 환경과 전략, 조건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제도와 국가 중심적 논의를 통해 강화되는 실천적 담론으로서의 사회적시민권

결국 사회적시민권을 통해 주목하는 것은 현재 놓여 있는 조건이며, 조건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로써 제도를 보게 된다. 사회적시민권이 첫째, 제도와 법적 조건에 대한 논쟁을 만들어 사회적포함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국가・제도적 차원의 실천적 담론으로 역할을 한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법과 정치체계를 통해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고 있는 단위가 국가와 제도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제도를 통해 체계 간 조정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조건이 변화되는 양상을 사회적시민권의 적용 형태에 따라 살필 수 있다.

둘째, 더구나 기존의 자기결정권, 사회적배제, 사회적포함 개념이 실질적으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오지 못한 이론적 한계를 채워줄 수 있다. 사회적포함에서는 권리가 왜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답은 제시해주지 못한다. 기존의 자기결정권과 사회적포함 등의 개념에서 말하는 장애인이 능동적 주체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회적 조건에 대한 논의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시민권의 완성은 사회권으로부터 가능하며 이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논쟁과 변화 속에서 가능하다.

 

분화된 사회내의 제도적 차원으로 실천적 담론을 형성하는 사회적시민권

다차원적 행위자에 주목하는 사회적포함의 실현을 위해서 저항운동이라는 행위자 중심의 차원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저항운동을 두 개념 사이의 연계로 보게 될 때 이론적 차원의 논의에서 발생한 공백을 실행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운동적 차원의 실행을 통해 접근을 시도할 수 있더라도 제도적 차원의 실현을 가져올 수 있는 조건에 대한 분석은 할 수 없게 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자기결정권과 사회적포함 사이의 연계는 사회적시민권 이론으로 바라봐야 한다.

사회적시민권은 자유권이나 정치권과 다르게 명확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없기 때문에 논지를 전개해 나갈 경우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구체적 현실에 대한 분석까지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건에 대한 명확한 특징이 없더라도 조건을 판단하는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실천적 담론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체계가 분화돼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특성은 사회권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기에 적합하다. 다차원적 행위자와 실현될 방안 사이에서 체계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논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체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조건이 충족돼야 하며 이때 어떤 형태의 사회적시민권이 필요한지 실천적 담론 차원에서 논의를 생성할 수 있다.

 

결론

이 글은 먼저 기존의 장애인복지에서 논의돼온 자기결정권과 사회적배제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사회적포함을 통해 살펴봤다. 이후 사회적포함 또한 이전의 개념이 지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사회적시민권을 통해 고찰했다. 이는 장애인복지에서 제시돼 온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환경, 조건에 대해서 이론적 차원에서의 모색을 시도한 것이다.

사회적시민권이 자기결정권의 사회적 맥락을 확충하기 위한 시도와, 이를 통해 사회적포함으로 가기 위한 시도 속에서 가로막는 사회적 조건들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두 개념을 연계할 수 있었다. 이는 사회적배제와 더불어 장애인복지에서 권리를 획득해 가는 과정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진전시킨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는 사회적시민권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할 때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자성, 급여원칙, 보편성 등의 사회권을 구성하는 기준을 마련해 다양한 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고,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를 온전하게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들을 규명한다면 정책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조건의 변화로 이어져 장애인의 사회참여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작성자글. 허준기/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박사수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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