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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거주홈은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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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위기거주홈의 간사로서 일을 하다 보면 위기거주홈을 잘 모르는 분들이 질문할 때가 종종 있다. 어떻게 하면 위기거주홈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쉽게 비유하면 위기거주홈(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포함)을 ‘한척의 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그 배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학대피해장애인(이하 당사자)의 회복과 이후 지역사회 내 자립과 정착이다.

 

구조하는 배

초기에는 바다에 빠진 사람, 가까스로 육지에 닿았으나 무인도에 갇혀버린 사람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구조하는 구조선에 가깝다. 구조를 받았어도 이후에도 해야 할 일은 많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물론 상온에서도 물에 빠지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담요를 덮고 따뜻한 차도 마셔야 한다. 즉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당사자 대부분은 학대현장으로부터 긴급 분리되면 소지품이 거의 없다. 오늘 갈아입을 옷은커녕 속옷과 양말조차도 없는 분들이 많다. 또 장기간의 학대로 복지카드 등 신분증을 빼앗기거나 분실한 경우가 태반이다. 여기에 질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위기거주홈에서는 이러한 응급조치를 한다.

좋지 않은 위생상태를 가진 분이라면 당장 씻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갈아입을 옷, 속옷, 양말이 없으면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지원도 필요하다. 신분증이 없는 분들이라면 재발급을 신청한다. 발급된 주민등록증이나 복지카드를 가지고 받을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연결해 보건소나 병원에 가서 질병 검사나 병원 진료 등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한다. 또 필요시 경찰서에서 피해사실 조사를 받을 때 동행도 즉시 나간다.

위기거주홈에 막 들어온 당사자가 안정을 찾는 대략 한 달 동안 위기거주홈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은 달라지기도 한다.

 

나아가는 배

항해하던 배가 가끔 암초를 만나거나 안개가 끼거나 파도가 높아지는 등 기상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 조치를 취한다. 위기거주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사자가 위기거주홈에 들어온 이후에 나타나는 문제들이 발견될 때가 종종 있다. 당사자 본인이 잘 모르는 사이에 생긴 빚이 있을 수도 있고, 아무데나 서명해 주었다가 명의를 도용당해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또 당사자 개인별로 특수한 상황이 뜻하지 않게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어느날 갑자기 반갑지 않게 찾아오는 문제를 발견하면, 머리 맞대고 사례회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도 위기거주홈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배에서 내릴 준비를 하다

준비도 없이 오늘 당장 목적지에 내려서 누군가가 무작정 여기서 살라고 명령한다면 막막하지 않을까? 당연히 준비를 해야 한다. 살 곳도 알아봐야 하고 생활 유지를 위해서는 경제적 수입도 있어야 하고 그 곳에서 맞닥트릴 수 있는 여러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쉼터에서는 일상생활을 훈련한다. 개인위생은 물론, 개인 세탁물 세탁 후 건조하기, 필요한 물건 직접 구매하기, 장보기. 지하철 홀로 이용해 출근하는 법은 물론, 간단한 요리 같은 것도 배운다.

당사자들의 자립생활 유지를 위해 직업은 꼭 필요하다. 위기거주홈에서는 지역 사회에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해 당사자들의 취업과 그에 따르는 필요한 지원도 하고 있다. 당사자의 면접준비와 출퇴근 훈련, 취업 후 연락을 통해 당사자가 안정적인 경제적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당사자 개인의 경제상황과 수입을 고려해 자립 후 주거 가능한 곳을 알아보고 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을 통해 당사자들이 자립하는 데 필요한 가전과 생활용품들을 구매해 넣어 드리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당사자와 동행해 이 분이 사고 싶어 했거나 사고 싶은 물건도 적극 반영해 구매도 이뤄진다.

 

내린 이후가 더 중요

당사자가 정착하게 될 곳은 당장 무인도나 다름이 없다. 이때 위기거주홈은 섬을 오가는 정기선의 역할을 한다. 자립 이후에 잘 생활하고 계신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그 정기선에서 소박한 파티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도 있고 가끔 쉬어가는 곳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기선에 무작정 의존할 수는 없다. 지역사회에서 이 분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을 연결해 주는 것이 현재 과제로 남아 있다. 섬(당사자)과 도시(지역사회) 사이에 큰 대교가 놓인다면 더 이상 그 섬은 이름만 섬일 뿐 육로로 오갈 수 있게 되면서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된다.

 

마치며

위기거주홈도 여러 사람이 만나 사는 곳인 만큼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도 해볼까 한다. 다음을 기대해 주시길.

작성자글. 장명훈/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위기거주홈 간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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