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술의 연결고리 : 보조기기 > 기획 연재

인공신체와 인체가 결합되는 세상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이다. ‘웨어러블 시계’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고, 자동차는 사고 상황을 예측해 차량을 스스로 제어한다. 인공지능은 바둑과 게임에서 인간을 이기는 경지에 다다랐다. 학자들은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사물 간 연결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을 4차 산업으로 정의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을 통한 사회 변화이고, 이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3D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장애인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도 나타난다.

얼마 전 보행로봇 제작 업체에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이하 센터)를 방문했다. 주유소 폭발사고로 지체장애가 된 서○○씨가 직접 시연을 위해 보행로봇을 착용하고 센터 복도를 가볍게 걸어다녔다. 해당기기를 직접 체험해본 센터 직원은 “내 힘을 전혀 들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니, 생각보다 이러한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2016년에는 브라질 상파울루 신경재활연구소에서는 생각만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니 머지않아 인공 신체와 사람의 몸이 신경으로 완벽하게 결합되어 움직이는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다.

장애유무보다 중요한 보조기기 필요여부

4차 산업 혁명은 장애인의 신체적 결손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정보접근성과 의사소통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의 하드웨어 개발 연구소 ‘빌딩8’에서는 뇌를 이용하여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인 ‘사일런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Silent Speech Communication)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는 인간의 뇌에 칩을 삽입해 기억이나 생각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뉴럴링크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개인의 연령대별 기억을 별도의 칩에 저장해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지적장애나 치매 같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될 것이다.

위에서 거론한 기술들은 현재 개발 완료단계에 있거나 연구 중인 기술로 상용화까지는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장애인 보조기기 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가지고 오고 장애유무보다 보조기기의 필요여부가 중요한 세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저 기기가 장애인들에게 유용한가?”

센터에서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직원들 간 국내·외 다양한 보조기기를 소개하고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해당기간이 다가올수록 직원들 컴퓨터 화면에는 온갖 보조기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여기에서 소개된 보조기기는 개발 단계에서 실패하거나 클라우드 펀딩을 멋지게 성공하여 시판에 이른 제품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직원들로 하여금 냉정한 평가과정을 거친다. “과연 저 기기가 장애인들에게 유용한가?” 사용성과 기기의 장·단점 국내 환경의 적합성, 가격 등을 다각도로 평가한 후 센터에서 관리하는 홈페이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고 공유된다. 센터는 이 같은 시간을 통해 직원들의 보조기기에 대한 전문성과 감수성을 높이고 있다. 보조기기는 사람과 기술을 잇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는 사람과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리 관련 기술이 발전한다고 한들 사람과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센터는 사람과 기술을 잇는 과정의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장애·비장애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보조기기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깊어지길 바라며, 센터가 진행한 보조기기 서비스 내용과 사업, 다양한 보조기기에 대한 정보를 본 지(誌)를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