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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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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어디로 가야하나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방향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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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을 맞아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한계와 개정 방향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원회)는 2017년 장기주제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특정하고 매달 정례회의를 통해 해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국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들여다봐왔다. 정책위원회는 상반기 정례회의에서 도출된 내용을 공유하고 장애계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8월 21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새로운 10년의 준비’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국가인권위원회 정호균 장애정책팀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 외 정책위원회가 참석했다.

 

장애의 개념부터 강제성 부족까지

정책위원회는 한국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난 10년간 드러낸 한계를 우선 지적했다. 꾸준히 비판돼 온 ‘장애와 장애인의 개념’과 ‘차별금지 영역과 대상의 포괄성 부족’, ‘강제성과 실효성 부족’ 등의 문제와 그에 따른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어 독일과 미국, 영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가지는 특징과 차이점을 공유하고 이 세 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한국의 차별금지법에 시사하는 점을 설명했다.

우선 독일의 경우, 적극적인 평등을 지향하고 있는 점, 장애인의 개념을 기본적으로 수용하면서 사회적 환경으로 인한 참여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는 점, 공공기관의 차별행위 금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 장애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사항이나 요구사항들은 관련 해당 법률을 삽입하고 개정하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 차별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연방법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이 시사점으로 제시됐다. 정책위원회 김용진 의원은 “한국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제공’은 당사자 입장에서 기술된 것이 아니며, 권리로서의 관점이 약하다”며 “독일은 편의제공이 됐을지라도 타인의 도움 없이 활용할 수 있을 때 차별이 없다고 정의하며, 이는 당사자 입장에서 주체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ADA의 시사점으로는, 장애 개념을 폭넓게 해석한다는 점, 장애인 차별여부를 담당할 시정가구를 다양화했다는 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는 점 등이 꼽혔다. 정책위원회 이복실 위원은 “ADA의 핵심 효과는 국민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이라며 “특히 고용영역에서 경쟁고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로부터 발생하는 차별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 장애인에 대해 이미 발생한 차별의 시정 및 기회균등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차별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 괴롭힘 조항이 차별의 영역이 아닌 금지된 행위에 속한다는 점, 인권법 또는 평등법으로 통합됐다는 점 등이 강조됐다.

 

장애인차별시정기구의 역할 아쉬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10년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변화시키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지적하며, 차별 시정기구의 역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법무부의 시정명령은 거의 그 기능을 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시정권고가 매우 적음과 동시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정명령에 대한 내용 외 구체적 절차나 세부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의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위 위원구성원 중 장애인 당사자 또는 장애와 관련한 활동을 했던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과 대부분의 위원이 법조계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법원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며 “인권위에서 결정권을 가진 위원회 구성원이 지금처럼 법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 장애인차별시정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 반영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돼 당사자의 삶과 함께 살아가는 법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어떻게 개정할 지 고민하면서 동시에 이 법의 내용이 얼마나 장애인의 삶과 잘 연결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괴롭힘 조항 삭제, 신중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정호균 장애정책팀장(이하 팀장)은 10년 전 법 제정 당시와 달라진 환경에 부합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나타내며,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방향을 짚어나갔다.

정호균 팀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후 10년간의 사회·문화·기술적 변화를 담지 못하고 있는 시설물, 정보 접근성 부분과 발달장애 등 장애 유형별 편의를 충분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제공 측면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적돼 온 장애의 정의 또한 사회적 모델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으며,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적 이행 강화를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반영돼 있지 않은 ‘관광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1월 12일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률안’에 대해 국회의장 및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인권위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 시 그 행위가 악의적(고의성, 지속성, 반복성, 보복성 등)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임의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정호균 팀장은 임의 규정을 강행 규정화하고 악의성 판단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괴롭힘 조항 삭제에 대한 고려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정호균 팀장은 최근 5년간 장애인 인권침해 관련 인권위 진정 접수 현황을 제시하며 괴롭힘 조항 삭제가 장애인 인권보호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현재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된 괴롭힘 조항을 근거로 장애인에 대한 폭력, 모욕, 비하 등 사인 간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인권위에 접수되는 장애인 인권침해 진정은 공공 영역에 비해 사적 영역이 약 5배에 이를 정도로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괴롭힘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사인 간에 발생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에 인권위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상실시키므로 신중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시 괴롭힘 등 금지 조항을 포함해 제4조 차별행위 규정에 누락된 조항들을 반영하거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금지법으로 개정해 괴롭힘 등을 포함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조항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조항 필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현재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적 상황을 타파하는데 충분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구제법으로써의 법적인 체계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석 정책실장은 우선 장애정의가 사회적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같은 개정이 이뤄져야만 손상을 지닌 사람들을 제한하고, 규제하고, 차별하는 사회적 장벽을 적극적으로 시정하고, 철저하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49조 제1항에서 정의하는 ‘차별행위’의 조건이 중첩적이고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정의에 의하면 차별행위는 그 행위가 악의적이어야 하는데, 악의적인 차별인지 판단하는 여부는 고의성, 지속성, 반복성, 피해의 내용과 규모를 고려하도록 한다. 이처럼 문학적이고 다의적으로 해석되기 쉬운 표현들 때문에 차별 진정 사건 중 장애 관련 사건의 약 90%가 각하 또는 기각하고 있다. 또한 ‘정당한 사유’라는 차별금지 해제조건은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을 준용해 개정돼야 한다.”

또한 이용석 정책실장은 ‘괴롭힘 등’의 종류를 구분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조항이 개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소수자 혐오표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 피해에서 장애인의 노출 정도가 높았다. 여러 장애인 관련 온라인 기사 댓글들이나 일반 커뮤니티에서의 장애인 비하 표현도 일상적이다. 혐오표현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개인 뿐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을 향해 구성원 모두를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화한다. 이러한 낙인화는 결국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개정을 통해 혐오표현에 대한 적극적이고 단호한 처벌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내용 알리는 과제가 우선

토론자들과 정책위원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존재와 내용을 알려야한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법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장애인 당사자 뿐 아니라 판사조차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살핀 경험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법을 당사자들이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실 정책위원은 이에 동의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도 최대한 드러내 사람들이 법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용석 정책실장은 “장애를 넘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마련되면, 소수자들이 함께 연대하며 싸울 수 있는 영역이 만들어질 것이고 법을 알리는 것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책위원회 이동석 위원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대해 장애계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그 결과로 다양한 개정안이 작성되고 공유되길 기대했다.

조은지 기자

작성자조은지 기자  simhy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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