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익옹호기관 예산, 시설 갖추기조차 역부족
본문
지난 9월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 제고 방안'을 발간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조사처)는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수시로 발간하는 정보 소식지 '이슈와 논점'에 해당 내용을 게재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 제고 방안'에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예견되는 문제점과 그에 따른 개선방향 등이 분석돼 있다. 특히, 예산과 학대 사건 현장 조사 권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 제고 방안' 전문은 아래와 같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 제고 방안
김 대 명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보)
1. 들어가며
얼마 전까지도 신안 염전 노예사건1), 청주 축사 노예사건2) 등 크고 작은 장애인학대 3)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현재 이러한 장애인학대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기존의 장애인권익옹호기 관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근거한 장애인인권센터들, 그리고 보건복지부 의 위탁사업 형태로 운영되어온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이 있지만, 각각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적인 국가기관으로 관계 기관 등에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과 그 결정 또한 강제성이 없음을 고려한다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장애인학대 사건을 해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
한편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나 장애인인권센 터들은 현장출동 및 조사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 어 주로 인권상담이나 학대예방을 위한 교육 등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한편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발달장애인의 학대문제를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만, 기존 장애인복지에서 소 외된 발달장애인에 대한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 제공이 주된 업무인 기관으로 모든 유형의 장애인 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보편적 권익옹호기관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이처럼 개별적이고 혼재되어있는 장애인 권익옹호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 6월, 「장애인 복지법」이 개정되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치 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새롭게 설립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의 역할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향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2. 장애인권익옹호기관: 현황과 주요 업무
(1)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설치 현황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36조의10제1항에 따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운영은 공공기관 또는 장애인학대 예방 및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 등이 보건복지부의 위탁 공모를 통해 선정되어 맡게 된다.
이미 작년 12월에 실시된 위탁공모 과정을 통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올 2월에 개관하였고,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현재 수탁기관 선정 중 이며, 8월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연말까지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개관할 예정이다. ([표 1] 참조)
(2)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주요 업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학대 예방과 방지를 위한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과 그 시행규칙은 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업무들을 적시하고 있다.
먼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대한 지원, 장애인학대 예방 관련 연구 및 실태조사, 교육과 홍보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그리고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학대받은 장애인을 발견·보호·치료하기 위해 장애인학대 사건의 신고접수, 현장조사 및 응급보호, 피해 장애인에 대한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즉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업무는 연구, 조사 및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지역기관이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앙기관과 학대 신고접수 후 현장에 출동하여 사건의 처리부터 피해 장애인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기관으로 분담되어 있다. 법령에 따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업무를 정리하면 아래의 [표 2]와 같다.
3. 문제점
법령에 규정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업무는 매우 구체적이다. 특히 신고접수에서부터 현장조사, 응급조치, 피해 장애인 회복지원 등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장애인학대 사건 처리 절차뿐만 아니라 사례관리를 위한 연구와 실태조사, 그리고 관련 통계 등을 생산·제공하기 위한 전산시스템의 구축까지 명시하고 있어 기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업무들을 대부분 망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규정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1) 예산 부족
현재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기관장 1명과 4명의 직원 , 연간 3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곧 개관할 예정인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들도 역시 비슷한 인력 규모와 하반기(5개월 기준) 9천5백만 원의 예산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맡고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들 기관의 주요 업무는 아래와 같다.
위와 같이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서비스 제공 대상만 제외하고는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경우 기관장 1명과 직원 8명, 1년 예산 약 9억 원으로 운영되고 있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도 기관장 1명과 직원 24명, 1년 예산 약 14억 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신고접수를 담당하는 직원과 현장조사를 위한 직원, 회계 담당 직원 등 충분한 인력 확충이 있어야 하고 장애인학대 관련 교육과 홍보를 위한 예산과 피해 장애인들의 정보 관리와 통계 생성·제공 등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예산도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지원되는 예산으로는 사무실, 상담실, 교육실 및 대기실 등 법령에 규정된 설치기준6)을 충족하기에도 힘든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적정인력과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제 역할을 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 권한 등의 부재
또 다른 문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권한 등에 관한 법적 근거 문제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이 장애인학대 사건 신고 접수 후 현장에 출동하게 될 때 수사기관에 대한 동행 요청 및 그에 대한 협조의무 등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학대행위자 등에 대한 명확한 조사·질문 권한도 없으며, 현장조사 거부 및 업무 방해금지 의무 규정은 있지만, 이를 어길 시 장애인학대와 관련 있는 자에 한하여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만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는 내부 출입부터 당사자들과의 면담 등 사건 해결을 위한 대부분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항의와 반발이 매우 크다고 한다.7) 일례로 얼마 전 3월에는 신고 접수 후 출동한 현장에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직원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8)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4. 개선방향
(1) 전략적 예산 지원 및 활용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대한 2018년도 예산은 올해와 같은 규모로 책정되었다. 이는 보건복지부에 산재한 다른 복지사업들에게 예산배분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인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같은 수준의 예산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먼저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전략적으로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이 바로 그것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주된 업무는 장애인학대 사건의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및 피해 장애인에 대한 사후지원이다. 이러한 업무는 대부분 장애인들의 개인 신상과 의료에 관한 민감한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 문서로 이들을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한 타 기관과의 협조와 연계를 위해서도 전산시스템 구축은 시급한 문제이다. 빠른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현장 출동 전, 피해자의 장애인 등록 여부와 신고자와의 관계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보다 효율적인 사용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를 중첩적으로 분장하여 인력 활용의 폭을 넓히고, 학대사건 신고 접수 및 현장 출동 시에도 112 긴급전화와 수사기관의 차량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2) 권한 강화 등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원활하게 학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현행법 규정에 대한 보완이 요구된다.
첫째, 현장 출동 시 수사기관에 대한 동행요청 및 그에 대한 협조의무, 그리고 현장에서 조사하고 질문할 수 있는 권한과 그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현재 「노인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9)에는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아동 보호전문기관 직원의 현장출동 시 수사기관의 동행요청과 협조의무 및 출동 직원의 조사·질문 권한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 「장애인 복지법」의 관련 조항10)에는 수사기관과의 업무협조에 관한 규정은 아예 빠져있고, 현장조사에 대한 거부나 방해금지 의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조사하거나 질문할 수 있는 권한과 그 범위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둘째, 현장조사에 대한 방해금지 의무 위반 시 처벌규정도 지금과 같은 과태료11) 부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에는 현장조사 등을 방해하거나 거부할 때에는 이를 범죄행위로 보고 징역 또는 벌금형12)에 처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방해금지 의무의 주체를 ‘누구든지’로 규정13)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데 비해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이에 대해 그 주체를 ‘장애인학대 행위자 등 장애인학대와 관련되어 있는 자’로 규정하여 그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사건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 장애인 관련 시설직원 등이 엉켜있는 복잡한 학대 사건 현장을 생각해보면 굳이 이러한 제한을 둔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5. 나가며
이상에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 전략적인 예산지원과 활용, 그리고 원활한 학대 사건 해결에 필요한 조사와 처벌에 관한 법적 보완점 등을 살펴보았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기존의 분산된 장애인권익옹호체계를 통합하는 기관으로 장애인들이 가진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업무 영역을 장애인학대 문제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 문제 등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과 위탁 운영 방식의 특성상 제기될 수 있는 수탁기관의 독립성 확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1) 2014년 지적장애인 남성이 전남 신안 염전에서 임금도 전혀 받지 못한 채 약 5년 동안 노동착취를 당한 사건임
2) 2016년 지적장애인이 19년간 청주 오창의 한 농장에서 임금도 없이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학대를 당한 인권 유린 사건임
3) 「장애인복지법」제2조제3항에 따르면 "장애인학대"란 장애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함
4) 서울, 대구, 세종, 경기, 충남, 제주의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현재 수탁기관 선정 중에 있음
5) 「노인복지법」제39조의5 제1항 및 제2항, 「아동복지법」 제46조 제1항 및 제2항
6) “상담실 16.5제곱미터 이상, 교육실 59제곱미터 이상” 등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별표5의2 참조
7)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기관장 면담 자료, 2017.7.
8) 2017년 3월, 경기도 양평의 장애인거주시설 ‘사람&사랑’ 에서 발생한 장애인학대 사건임
9) 「노인복지법」 제39조의7(응급조치의무 등)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 제11조(현장출동)
10)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5(응급조치의무 등)
11) 「장애인복지법」 제90조(과태료)
12) 「노인복지법」 제55조의3(벌칙)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업무수행 등의 방해죄)
13) 「노인복지법」 제39조의7제6항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노인학대 현장에 출동한 자에 대하여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업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제6항 “누구든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이나 사법경찰관리가 제1항에 따른 업무를 수행할 때에 폭행·협박이나 응급조치를 저지하는 등 그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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