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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결국 당사자의 목소리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각장애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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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각장애인>의 세 번째는 조원석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아래 협회) 대표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당사자이자 협회의 대표로서 두 개의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아래 법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우선 두 가지 법 모두 시청각장애인에 관한 법률이라는 점에서는 국회에서 시청각장애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이것이 사회적 관심의 하나라고 본다면 그런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우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경우,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법안은 내용을 떠나서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는 당사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반영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어떻게 당사자도 모르게 법안을 발의할 수 있을까요? 이건 심각한 수준으로 당사자를 무시한 것 아닌가요?”
 
조 대표에 의하면 협회에서는 이 두 가지의 법안이 발의된 것을 알게된 시점이 지난 6월 말에서 7월 초였다고 한다. 참고로 두 법안이 발의된 시기는 4월이다. 그것도 정당활동을 하는 제3자의 우연한 발견으로 인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즉, 시청각장애인이 적용받기 위한 개정법률안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사자들 몰래’ 발의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 대표가 표현한 법안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은 무엇일까.
 
“사회적 파장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은 규모의 사회적 파장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들, 그리고 당사자와 관련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고요. 그 부분은 정우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서 ‘촉수화통역사를 양성하겠다’는 부분입니다. 아직 명칭에 대해서는 논의가 덜 된 부분인데 특정인이나 특정단체가 사용하는 명칭을 쓴 것도 이상하고, 수어통역사와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하고요. 무엇보다도 ‘촉수화통역사’를 주장하는 곳은 우리나라에 딱 한 곳밖에 없어요. 그런데 정우택 의원실에서는 이를 맹학교에서 주장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위 두 법안이 발의되었다는 사실을 접한 뒤, 협회에서는 먼저 정우택 의원실에 이메일로 의견을 보냈다고 한다. 의원실과의 소통 과정에서 ‘촉수화통역사’라는 표현을 맹학교로부터 주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맹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학생 중에 청각장애도 함께 가지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이 있는 걸까? 그래서 의사소통을 위해 촉수화통역이 필요한 걸까? 있다고 해도 그것을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과 묶어서 주장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 조원석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 대표
 
 
결국 당사자의 의견이 중요하고도 반드시 필요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건 이건 묻고 따지고 할 문제가 아니라 기본 중의 기본이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낮추는 것을 예로 들어 보죠. 만약 정부에서 이것을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 몰래 추진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국가가 뒤집히겠죠. 법안의 대상이 시청각장애인인데, 시청각장애인이 극소수이고 소통이 잘 안 되니까 조용한 거죠. 그렇지만 정말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조 대표는 이번 두 가지 법안 발의를 겪으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세 가지 제시했다. 
 
첫째,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해서 다 고마운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의원실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알아야 한다. 당사자, 당사자의 가족, 복지기관에서 원하는 것은 각각 있다. 이게 서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상충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당사자의 의견이다. 그 당사자들의 입장과 편이 되어주는 법안이 필요한 거지 복지기관이나 주변인들을 위한 움직임들은 당사자가 원하는 ‘관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그냥 자기네들의 관심이지 당사자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한다.
 
둘째, 의원실들에 강하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 법안 발의를 어떻게 당사자들도 모르게 하고, 또 하고 나서도 아무런 공유조차 하지 않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로 이 법안들을 발의한 이유가 궁금하다. 당사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발의한 진짜 이유. 겉으로 이야기하는 사실 말고 진심이 궁금하다. 
 
셋째, 정우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강력하게 철회 내지 재고를 원한다. 무조건 파기가 아니라 그 내용을 수정해준다면 우리도 그 뜻에 따를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안은 내용 자체가 매우 심각하게 왜곡된 문제가 있다. 촉수어와 촉수화라는 명칭에 대한 논의가 아직 되지 않았다. 또 법안의 취지를 보면 촉수어가 마치 시청각장애인이 대표하는 언어로 비춰지는데, 시청각장애인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촉수어가 기존의 수어 체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빨리 체계를 잡아가는 데에는 유리하고, 촉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의사소통 욕구가 유독 강하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촉수어가 마치 시청각장애인을 대표하는 의사소통 방법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협회의 대표로서, 또 당사자로서 촉수어통역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촉수어는 시청각장애인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인데 유독 촉수어통역만 이야기하면 다른 방법의 의사소통을 하는 시청각장애인과 형평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보더라도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에 꼭 귀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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