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은 촉수어로만 의사소통하지 않는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각장애인-④
본문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시각’과 ‘청각’도 그 정도와 특성이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각장애인마다 의사소통 방법은 물론, 통역을 받는 방법도 다른 경우가 많다.
시각장애가 크게 ‘저시력’과 ‘맹’이 있고 청각장애가 크게 ‘난청’과 ‘농’이 있다면, 시청각장애는 크게 네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저시력+난청’, ‘저시력+농’, ‘맹+난청’, ‘맹+농’이 그것이다.
여기서 시각장애가 ‘저시력’에 해당되는 시청각장애인은 잔존시력이 조금 남아있기 때문에 그 잔존시력으로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통역을 받는다. 즉 큰글씨로 필담 또는 잔존시력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수어를 하는 근접수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시각장애가 ‘맹’으로 잔존시력을 모두 상실하여 전혀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통역을 받는다. 양손의 검지, 중지, 약지 여섯 개의 손가락을 점자의 여섯 개 점에 대입하여 점자형 키보드처럼 간주하고 대화하는 ‘점화’가 있고, 상대방의 손을 접촉하여 촉각으로 어떤 수어인지 파악하는 방법인 ‘촉수어’가 그것이다.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의 주인공이자 대한민국 1호 시청각장애인 박사학위를 취득한 조영찬 씨는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우주의 모든 게 의사소통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하며, “어떤 시청각장애인은 말하는 사람의 목에 손을 얹고 거기서 나는 발성(울림)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시청각장애인은 말하는 사람의 입술에 손을 얹고 말할 때의 입모양을 촉각으로 느끼며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한다”고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이라는 두 감각기관에 있는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 방법과 통역을 받는 방법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감각기관도 그 특성이 다 통일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저시력이라도 시야와 시력에 따라 볼 수 있는 정도가 다 다르고, 난청의 경우에도 데시벨(dB)에 따라 듣는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인 점화로 대화하는 모습(사진. 이은지 기자)
저시력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큰’ 글씨와 ‘굵은’ 글씨로 확대된 문자로 통역한다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크기는 크되 얇은 글자체를 선호하는 유형도 있고, 검은 바탕에 흰색의 글씨로 된 상태(다크모드)로 통역받는 것을 선호하는 유형도 있다. 이 경우만 봐도 시청각장애인마다 맞춤형 의사소통과 통역지원이 절실히 필요함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촉수어통역이 전부가 아니다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인 ‘수어’는 시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 중 ‘근접수어’와 ‘촉수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수어’는 한 사람이 구사하는 걸 다수의 청각장애인이 볼 수 있지만, ‘근접수어’나 ‘촉수어’는 다수가 아닌 한 명의 시청각장애인에게 맞춰서 구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전문속기사가 하는 문자통역은 다수의 청각장애인이 볼 수 있지만, 시청각장애인은 문자통역하는 화면이 아무리 크더라도 보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저시력 시청각장애인은 선호하는 글자체와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시청각장애인 한 명당 한 명의 속기사가 맞춰진 문자통역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손바닥 필담이나 점화 등 다른 의사소통이나 통역 방법도 시청각장애인과 일대일로 해야 한다. 이렇게 시청각장애인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과 통역을 받기 때문에, 그에 맞춰진 방법으로 통역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전문통역사는 꼭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촉수화통역사’가 양성된다고 해서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및 통역의 욕구가 해소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촉수화통역사가 있더라도 촉수어를 모르는 시청각장애인에게는 통역은커녕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통역을 제공할 인력을 먼저 생각할 게 아니라, 그 통역을 받는 시청각장애인이 어떤 장애이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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