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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2] 핸들 잡는 손에 느껴지는 온기

대구 한마음 운전자회의 활발한 자원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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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핸들잡는 손에 느껴지는 온기


대구 한마음 운전자회의 활발한 자원활동

 

 

"집에만 있지 마세요. 외출은 도와줄께요"

 

  화요일 아침 8시, 박재성(24)씨는 집 앞에 나와 차를 기다리고 있다. 서예를 배우러 도서관에 가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차를 기다리는 재성씨의 무릎에는 화선지가 꽂힌 가방이 놓여 있고, 멀리서 다가오는 택시가 보이면 재성씨의 눈이 바빠진다. 운전자의 얼굴을 보려는 것이다. 다가온 택시의 운전자 얼굴을 확인한 재성씨는 빈 택시지만 그냥 보내버렸다. 재성씨가 기다리는 택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재성씨는 작년에 "장애인한마음운동추진회(이하 한마음회)"를 알게 됐다. 매주 화요일이면 한마음회에서 부대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서예반 수업을 들으러 가는 그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걱정했지만 "운전자회"에서 봉사하는 운전사들이 데리러 오기 때문에 별다른 무리없이 1년째 수업을 듣고 있다.
 

▲한마음운전자회-자원활동

   "운전자회"는 대구에서 영업용 택시를 모는 운전자들의 모임으로 한마음회의 부대사업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 운전자회에 회원으로 있는 장애우 운전자는 12명이고, 택시를 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반도 8명이 있다. 20명 모두 운전자회에 속해 있으면서 장애우들의 외출을 돕는 이동봉사대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운전자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용대(36)씨는 대구시에서 장애우로는 처음 영업용 택시를 몰기 시작한 장본인이다. 장애를 갖기 전에는 기계설비 일만 12년을 했는데 사고를 당해 한쪽 손을 못쓰게 되고부터는 그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통해 취직을 하려고도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자 시작한 것이 택시운전이다. 처음에는 다른 일을 찾을 때까지 임시직 정도로 생각했던 운전이 그럭저럭 2년이 되어간다. 지금은 천직이려니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회를 통해 다른 장애우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길잡이가 된다는 사실에 사명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서로 돕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최용대씨가 회사에 취직해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때, 오토차량을 모는 데는 일반스틱차량보다 2백만원 정도가 더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월급에서 매달 얼마간의 돈을 회사에 내야 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장애우를 고용하는데 드는 장비일 경우, 비용의 70%를 보조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용대씨의 경우는 이미 지난 일이라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지만 다른 장애우 운전자들은 몰라서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자신의 경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차방부(54·지체장애)씨가 회장으로 있던 한마음회에 장애우 택시운전자들의 모임인 "운전자회"를 만들었다. 장애우 운전자들끼리 알아두면 좋을만한 정보도 교환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힘도 길러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벌금 내고 말지, 이미지 망칠 수 없죠

 

  운전자회에서 벌이는 봉사활동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한마음회에서 벌이는 부서의 활동이나 도움을 청한 장애우들에게 차량봉사를 하는 일이다. 한마음회에서는 무료로 서예부와 풍물부,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장애우들이 참여하는 수업이라 운전자회에서 차량봉사를 나가고 있다. 이 일에는 운전자회에 속해 있는 택시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도 있고 예비반에 속한 장애우들이 자가용으로 봉사하기도 한다.
  "장애우들이 밖으로 나오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처음에야 집에만 있던 장애우가 모임에 나온다는 게 중요하지만, 한발 더 나가서 장애우들이 혼자서 독립하는 것이 저희 한마음회의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저희 한마음회가 다리 역할을 하는 거구요. 회원들이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거죠." 차 회장의 말이다.
  운전봉사 외에도 운전자회가 벌이는 또 한가지 봉사활동이 있다. 바로 장애우들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면허를 따는 것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운전자회는 면허가 없는 장애우가 찾아오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 때까지 옆에서 도와준다. 운전훈련도 시키고 서류도 준비하고, 장애우들이 혼자서 준비하기에 벅찬 일들을 같이 해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면허를 취득한 장애우가 택시운전을 희망하면 운전자회의 회원이 다니는 회사에 추천해 주기도 한다.
  "장애우들이 운전을 하면 과속을 할 수가 없어요. 속도를 내서 무리를 할 만큼 힘이 없거든요. 안전운전은 기본이고 운전자들이 딴 짓 안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장애우들의 취업을 반기는 편이죠. 그렇지만 회사들은 장애우 고용을 시작하는 단계라 아직 체계가 없어요. 그런 건 우리가 만들어야죠. 지금 일하는 우리들이야 모르니까 억울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우리들의 경험이 선례가 돼서 앞으로 운전을 시작할 장애우들에게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할 겁니다."
  운전자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석교(38·지체장애우)씨의 설명이다.
  최용대 회장은 장애우 운전자들이 갖춰야할 자질에 대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대구에서 택시를 모는 장애우들은 30명 정도 됩니다. 그중 반정도가 운전자회 회원인데,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일 때마다 서로 다짐을 합니다. 우리만이라도 교통규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장애를 이용해서도 안된다구요. 솔직히 운전자들 가운데는 교통규칙을 어기고도 장애를 핑계로 교통경찰의 동정심을 구걸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벌금 몇 만원 안내긴 하지만 장애우 운전자들에 대한 인상은 엉망이 되는 겁니다."
  운전자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규모임을 갖고 있다. 회원들에게 당면한 문제들은 같이 논의하고 운전자들 서로간에 우의도 돈독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모임에서는 운전자들 사이의 통신수단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사고를 당하거나 급하게 차량봉사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핸드폰이나 무전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핸드폰은 가격도 만만치 않고 실제로 사용하는 데에도 장단점이 있어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결국 좀 더 두고보자는 말로 회의를 끝냈다.
  운전자회는 해야할 일이 많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운전자회가 꾸준한 노력으로 기반을 잡기를 기대해 본다.

 

글/서현주 객원기자

사진/ 곽성호

 

 

  “장애우들이 운전을 하면 과속을 할 수가 없어요. 속도를 내서 무리를 할칸큼 힘이 없거든요. 안전운전은 기본이고 운전자들이 딴짓 안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장애우들의 취업을 반기는 편이죠. 그렇지만 회사들은 장애우 고용을 시작하는 단계라 아직 체계가 없어요. 그런건 우리가 만들어야죠.”

 

 
 
작성자서현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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