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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사회복지사업법, 복지사업가를 위한 법인가?

또다시 떠넘겨진 국가책임, 시설장에 손들어 준 개정법

본문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복지사업법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많은 법안들이 한꺼번에 통과되면서 사회복지 관련법들도 더불어 무더기로 통과되었다. 사회복지사업법을 필두로 생활보호법, 노인복지법, 고용보험법 등이 개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 관련법은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처리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개정에서도 사회복지계 일부의 관심 속에서 논란이 되다가 창졸 지간에 통관된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사회복지계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이었다. 그것은 이 법을 둘러싼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대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지난 6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국회복지포럼에서 발표했을 때, 자칫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으나 조심하라는 농담 섞인 충고마저 들을 정도였다.

  사회복지학 교육을 맡고 있는 대학의 교수들 입장에서는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성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격증 제도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였고, 아울러 사회복지사들의 단체인 사회복지사협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였다. 이는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자 동시에 사회복지학과의 위상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며 졸업생들의 취업과도 상당한 관련성을 갖는 문제였던 것이다.

  또한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는 사회복지법인이나 시설의 부패 및 비리구조를 청산하고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데 주된 관심이 있었다. 여기에는 세상을 놀라게 했던 에바다 농아원 사건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운동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사회복지협의회 깃발아래 체제고수나선 시설장 

  관·복(官·福)유착이라고나 할까? 현재 법인의 형태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개인이든 종교기관이든 사회복지계에서는 마치 자본가와 같은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위와 힘을 빌어 허술한 법규를 악용하면서 행정기관에 유착되어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외면한 채 개인의 권력과 축재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있다. 생각보다는 의외로 많다.

객관적으로 절대 다수는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지만 복지의 탈을 쓴 사기, 폭력의 조직을 관의 비호 아래 움직이고 있는 자들이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사람학교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교육사업을 빌미로 온갖 전횡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한 법제의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던 것이다.

  사회복지법인이나 육영법인은 모두 일정한 재산을 출연하여 사회복지 또는 교육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구성된 재단법인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법인의 재산은 재산을 출연한 개인 또는 단체의 재산은 이미 아닌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바쳐진 재산일 뿐이며, 그 재산이 법적인 인격을 취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인의 사유화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 주장으로 말미암아 어느 시설장으로부터 공산주의식 법안을 발표했다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고, 법이 이렇게 개정된다면 차라리 내 재산을 돌려달라고 호소하는 시설장도 있었다. 참으로 엄청난 벽을 만났다.

  필자가 지방 당국의 보육위원을 지내면서 들은 이야기이다. 영유아보육사업은 국가의 실업자 구제책이라는 소리이다. 약간의 재산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으로 사업을 하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할 일도 마땅치 못한 사람들에게 그 재산으로 법인을 구성하면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보육시설은 가족경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다. 정부의 영유아보육사업이 원장들의 사회복지 대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영유아보육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사회복지의 실천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속된 말로 "업자"라는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극단적인 평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다른 사회복지법인에서도 무시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시설장에 손들어 준 개정법
 

  이러한 주장과 움직임에 대해 사회복지시설장이나 법인 대표들은 자신들의 단체라 할 수 있는 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현체제를 고수하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해관계를 집중시켰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뚜렷한 자기 입장을 보여 주지 못하고 갈등적인 의견들에 대해서 절충하는 데 주력했던 것 같다.

  원론적으로 볼 때, 사회복지사업법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총괄적인 일반규범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사회복지대상자의 권익을 옹호해야 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에 대해서 후원과 감독을 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기존의 법은 서비스공급주체를 중심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것도 국가보다는 민간사회복지주체에 대해서 비중을 많이 두고 있었다. 특히 국가는 민간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공공성, 투명성,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체계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정된 법안의 주요 골자를 보면, 우선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강화하였다. 앞으로 사회복지사 1급은 국가시험을 통해 취득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복지사들의 단체인 사회복지사협회가 법정단체로서 인정되게 되었다. 이것은 학계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또한 정부와 여당의 안으로 제기된 자원봉사에 대한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야당 및 시민단체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으로는 사회복지사업의 대상자의 인권보호, 사회복지시설의 신고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사업평가, 후원금의 관리 등에 대한 규정들이 있다.

  이렇게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개량은 확보된 듯 보이지만, 총괄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번 개정안은 복지자본가인 사회복지 법인 및 시설장들의 편을 들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복지사업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국가의 책임이 충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즉, 국가복지사업이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국가의 재정부담이 기본적으로 확충되도록 입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체계적으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사회복지사업법의 상위법인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하위법인 사회복지사업법은 정부가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전달체계를 마련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두고 이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들에 대한 개정 요구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한 민간 사회복지사업의 경우는 공익성 내지 공공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개인의 독점적인 점유가 지양되어야 한다. 이사회 구성에서 가족적인 요소를 배제하여한 한다. 오히려 지역사회의 뜻있는 인사들을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민간 사회복지사업이 지역사회로부터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공익적인 재산이나 자금이 투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조선시대 후기에 있었던 소위 3정의 문란을 방불케 하는 수법으로 비리와 부정을 범하는 사건들이 사회복지시설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복지시설이 개인의 영리를 추구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민간 사회복지 시설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권침해나 비민주적인 일들이 종종 보고되고 있는데, 마치 시설장의 1인 왕국과 같은 전체주의적 폐쇄성이 문제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에 의한 시설의 운영, 재소자사 및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 등의 조직을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과제로 남은 사회복지사 처우
 

  그리고 사회복지사업이 단순히 구제사업이 아니라면 그것은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에 의해 실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사회복지사를 채용해야 한다.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확보율 33%는 너무 미흡한 수준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에게는 전문적인 일의 성격에 따라 일정한 정도의 법적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하며, 이것은 의사법 또는 약사법, 변호사법 등과 같이 독립적인 법률로 제정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사회복지사업법 내에 하나의 장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가와 단순 종사자들의 처우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사회복지에 대해서 전무지식이나 의식은 희박하면서 오로지 경험으로 권위를 세우려는 시설장 또는 종교법인의 사회복지시설들에서는 사회복지를 오로지 희생과 헌신으로만 이해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설장들은 사회복지사 확보율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평가한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사회복지사는 이직률도 높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야 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피하는 직종이 되었다. 시설장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사회복지사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 단순히 성차별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들에게 노동법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등 종사자들에게도 당연히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상에서와 같은 문제제기를 개정법안에 요구하였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모두 무시되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무책임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이렇다 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의 사회복지사업에 의존하다 보니 이렇게 갈등적인 상황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가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헌법적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과 같은 법률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 책임을 이행하는 방법으로 민간의 자원을 동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복지법인이 바로 이에 해당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업에 필요한 재산은 개인이 기부하고 국가는 이에 대한 운영을 책임있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단순히 업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되지 않으려면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인간답게 생존할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회복지사업의 공익성, 전문성, 투명성, 민주성 등이 지켜지도록 국가는 권한을 책임있게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주요내용

 

 

사회복지사업의 범위 확대
    생활보호법, 아동복지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모자복지법, 영유아보육법, 윤락행위등방지법에 의한 복지사업 외에 정신보건법,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일제하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생활안정지원법, 사회복지 공동모금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한 복지사업이 추가되었다.(제2조)

 

사회복지위원회를 시군구에만 두도록
    보건복지부에는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한 사회보장심의위원회가 사회복지위원회의 기능을 함께 하게 된다. 또한 사회복지위원의 자격과 결격사유로 "미성년자,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자격이 상실 또는 정지된 자,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복지사업 또는 그 직무와 관련하여 벌금이상의 유죄가 확정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로 규정하였다.(제5조)

 

자원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당초 자원활동과 관련한 법은 정치적인 목적과 맞물려 논의만 있었다가 통과되지 못하였는데 이번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포함된 것이며 자치단체장은 자원활동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제7조)

 

보호가 필요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 없도록 

  ▲공중에 관람시키는 행위 ▲구걸을 하게 하는 행위 ▲음행 또는 음행을 매개하는 행위 ▲금품취득을 목적으로 알선하는 행위 ▲학대 또는 유기하는 행위 ▲증여 또는 금여된 금품을 그 목적 외의 용도에 사용하거나 사용하게 하는 행위 ▲인격을 심히 모독할 우려가 있는 도서, 간행물, 광고물, 기타의 내용물을 제작하거나, 이를 판매, 배포, 공여, 교환, 전시, 구연, 방송하거나 하게 하는 행위 등의 금지행위를 신설하고 각 호에 따라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원 이하에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제8조)

 

누구든지 사회복지시설 설치·운영을 방해할 수 없도록 

  시장, 군수, 구청장은 정당한 이유없이 사회복지시설설치를 지연시키거나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시설의 설치를 방해한 자는 이 법의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제9조)

 

사회복지사의 등급 자격제도 조정 

  사회복지사의 등급을 3급으로 정하고 사회복지사 1급은 국가시험을 봐야 한다.(제12조)

 

시설장 겸직 금지 

  사회복지법인의 이사는 시설장 이외의 종사자 겸직을 금지하며, 감사 역시 업무상 공정한 검사를 위하여 이사, 시설장 또는 직원 겸직을 금지하도록 하였다.(제22조)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법정단체로 인정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법정단체로 인정되어 사회복지사의 자질 향상을 위한 틀이 마련되었다.(제35조)

 

시설설치·운영 신고제로 전환 

  사회복지사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현행 시설설치·운영의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한편, 개인에게도 사회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37조)

 

시설장 상근제 도입 

  시설의 장은 항상 상근해야 하며 시설이 지역에 개방되어 지역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운영위원회를 두어야 하다.(제39조, 제40조)

 

시설 수용인원 제한 

  사회복지시설의 수용인원은 300명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였다.(제45조)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그 결과를 시설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47조)

 

후원금에 대한 근거규정 신설 

  후원금에 대한 근거규정을 시설하고 그 관리의 그 투명성을 위하여 영수증교부, 수입, 사용결과에 대한 사항을 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하였다.(제49조)

 

글/ 조문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연구원)

 

작성자윤찬영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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