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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아직도 멀기만 한 투표장으로 가는 길

수화방송, 점자홍보물 등으로 참정권 보장해야한다는 여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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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대통령선거, 어떻게 맞을 것인가(1)

 

 

아직도 멀기만 한 투표장으로 가는 길
 

  수화방송, 점자홍보물 등으로 참정권 보장해야한다는 여론 높아

 

 

제15대 대통령서거가 다가온다. 경선을 통해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본격적인 대선후보들의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장애계도 서서히 대선준비를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호부터 4회에 걸쳐 장애우의 동등한 정치참여권리가 확보되기 위한 과제를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접근권을 중심으로 한 장애우선거참여대책이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를 점검해본다.

 

 

달라지지 않은 장애우 선거참여대책
 

  대선과 관련하여 장애계에서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단체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다. 연구소는 이미 지난 6월 "대통령 선거 어떻게 맞을 것인가"란 주제로 소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후속작업으로 각 영역별 장애우단체를 대상으로 한 대선준비상황을 점검한 토론집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자료를 요청해 장애우를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거참여대책을 확인한 바 있다. 선관위는 지난 8월 19일 "장애인선거참여대책에 관한 자료요청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의 답신을 보내왔다.
  그러나 선관위가 밝힌 투표소와 투표과정에 있어서의 장애우접근권은 여전히 이전의 장애우선거참여대책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선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중심으로 제기된 투표소 1층 설치와 관련하여 이번 대선의 경우 총 1만6천3백94개의 투표소 중 3천66개의 투표소가 1층이 아닌 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다만 선관위는 1층이 아닌 곳에 설치된 투표소의 경우 안내요원을 배치하고 투표소에 나갈 수 없는 중증장애우는 통·리 또는 반장의 확인을 받아 부재자신고를 하여 자신의 거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언론을 통해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중증장애우가 언론을 통해 이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부재자투표를 신청하는 예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중증장애우 선거참여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 장애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선거에서 거소투표자수는 제 14대 대선이 5만3백12명.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가 5만1천3백7명, 제15대 총선 때에는 4만4천4백77명으로 전체 중증장애인유권지수를 감안해 볼 때 참여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다음으로 선관위는 시각장애우의 투표참여 방안과 관련하여 점자투표절차안내문을 제작하여 한국맹인교육연구원에 배부하고 투표소에 시각장애인용 투표보조용구를 비치했다. 역시 점자투표절차안내와 투표보조용구활용 방법 등은 언론매체 등을 통해 홍보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수화와 점자에 대한 이해 전혀 없는 선관위
 

  한국맹인복지연합회측은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제66조에 의한 "홍보물의 법적 규격 및 제한 면 수 규정"을 문자매체가 전혀 다른 점자홍보물에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시각장애우들이 홍보물을 받아 볼 수 없기 때문에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선관위는 "현행 규정에 의한 법정규격과 매수 안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점자인쇄도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점자인쇄물의 특성상 기존 인쇄물에 담긴 내용이 4배에서 7배 크기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칙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합회는 직접 쓴 편지가 아닌 전보 등의 사용금지조항에 의해 후보자가 시각장애우유권자에게 점역인쇄한 편지를 보낼 수 없게 되어 있는 모순을 시정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것도 여전히 점역인쇄는 자필로 볼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여 시각장애우의 공정한 정치 참여의 기회를 막고 있다.
  한편 한국맹인복지연합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지난 6월12일 국회 사무처 앞으로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제 66조의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하고 현재 국회 내무위에 검토를 의뢰 중이다.
  세번째로 한국청각장애자복지회에서 TV토론회 및 합동·개인유세시 수화통역사 배치요구와 관련하여 주관자인 방송사 및 정당 등에 수화통역과 자막방송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화제 속에 진행되고 있는 대선 후보자 합동TV연설회 등에서는 자막 방송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는 않다.
  이밖에도 선거유세장 등에서 수화통역을 할 경우 청각장애유권자가 수화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15m 이내의 거리에서야 식별이 가능한데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유세장에서 대형 멀티비젼을 통한 수화통역이 제공된 사례를 아직 없었다. 무엇보다 선거유세를 할 때 청각장애유권자를 위한 수화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후보자가 동의하고 그 선거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해당 선거구에서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후보자 단 한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수화통역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모든 사항을 고려할 때 투표장은 아직까지 장애우에게 멀기만 한 길이다.

 

글/ 박숙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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