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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이야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주는 서글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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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주는 서글픔

 

  내 친구 서연이가 부상으로 아킬레스건을 다쳐 일시적(?)인 장애우가 됐을 때 겪은 이야기다.
  서연이는 한동안 다친 왼쪽 다리를 끌면서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뒤에서 택시가 온다는 게 느껴졌다. 서연이는 택시를 피하기 위해 한쪽 발을 끌면서 길가 쪽으로 걸어갔다. 택시기가는 클랙션을 "빵빵"하고 요란하게 울려댔다.
  그냥 옆으로 피하라는 한두 번의 울림이 아니라 서연이가 골목길가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해서 울리는 것이었다. 거기다 갖은 욕설까지 덧붙여서….
  서연이는 빨리 옆으로 비키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마음만 초조했을 것이다. 그리고 빤히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재촉하는 기사 아저씨에 대해 당혹감과 화가 났을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마도 이런 경험을 서연이 혼자만 겪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장애우든 비장애우든간에 누구나 충분히 이런 경험을 당했을 수 있고 당할 가능성도 있는 그냥 재수 없어서 당했다고만 생각하기엔, 택시기사 아저씨 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개운치 않은 게 있다. 서연이는 다리 치료가 끝나면 다시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지만, 계속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 지체장애우와 그밖에 보행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도 이러한 가슴 졸이는 초조함을 가끔은 느끼며 살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 시대를 표현하는 말들은 참 많다. 적자생존의 시대, 물질문명의 시대, 그리고 불감증의 시대 등등. 여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첨가하고 싶은 것은 "과장의 시대"라는 것이다.
  싸움을 해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애정표현이나 싫은 표현을 할 때도 작게 해서는 통하지 않고, 뭔가 더 크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시켜야 상대가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다.
  과장은 좋은 쪽은 행해지면 과감하고 개성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나쁜 쪽으로 행하면 과격한 행동양식을 띄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과장되게 만들고 있을까? 그 이유를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뉴스와 신문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 터져 나오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무뎌진 가슴에 호소하기 위해서 과장 할 수밖에 없다. 이성적으로, 상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감정에 의지하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서연이 역시 상식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뒤에서 차가 오면 당연히 길가로 비켜주려고 이동했다. 그런데도 그 아저씨는 상식을 어디에 저당잡혔는지 한두 번 울리면 알아들을 클랙션을 수십 번 울린 것이다.
  서연이가 겪었던 얘기가 무슨 특별한 얘기는 아니다. 나 역시 평소에 목격한 적이 있던 그런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일이 평범한 일이라는 서글픈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 스스로 좀 더 노력해서 서연이가 당한 경험들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글/ 양미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작성자양미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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