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장애우 고용, 이젠 돌파구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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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장애우 고용, 이제 돌파구를 찾자
한보그룹, 그리고 기아그룹과 같은 재계 상위 굵직한 기업들의 부도 또는 부도위기로 이어지는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이 와중에 가뜩이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장애우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가 호황이던 시절에도 장애우 고용을 기피해 오던 기업들이 불황을 핑계로 더욱 장애우 고용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 속의 장애우 고용 현실을 점검하고 장애우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본다.
불황핑계로 장애우 고용 책임 떠넘기는 대기업
취업처 개발이 곧 전쟁
▲장애우고용취업처개발 |
95년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장애우의 실업률이 27.4%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당시 일반적인 실업률이 2%를 밑돌던 것에 비해 약 15배를 넘는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장애우 고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고용촉진법은 91년부터 상시고용인원 3백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의무적으로 장애우를 2% 이상 고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 시행 7년째에 이른 지금 전국의 의무고용사업장의 장애우 고용률은 0.45%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올해 의무고용사업장의 고용달성목표는 0.48%, 98년까지 0.5%를 기대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경기불화의 여파로 기업들이 경영합리화를 위한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신규채용인원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뽑지도 않는 상황이어서 공단이나 복지관 등의 직업알선을 담당하고 있는 곳에서는 채용의사를 가진 기업을 개발하는 것이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장애우 고용을 기피하고 있는 현상은 의무 고용사업체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장애우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고용촉진공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로운 취업처를 개발하기 위해 관내의 의무고용사업체에 면담을 요청하면 있는 "인원도 정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우 고용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비장애우들이 기피하고 있는 3D업종의 영세사업장들의 경우 간간이 채용의사를 밝혀오지만 이 경우는 근무여건이 열악한 탓에 이직률이 매우 높다"고 고용촉진공단 중부사무소의 손정화씨는 말한다. 손 씨를 비롯해 취업알선을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비교적 경영안정을 이루고 있는 기업이 장애우 고용을 더욱 기피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공단의 전체구인 중 93년도에 전체의 21.3%를 차지하던 3백인 이상 업체의 구인율이 96년도에 들어선 12.4%로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속 호황업체도 장애우 채용 기피는 마찬가지
이와 같이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상대적으로 힘든 중소기업의 경우 장애우 고용률이 늘고 있는데 반해 자금력이 월등한 대기업의 장애우 고용률이 줄고 있는 현상은 경기불황이 장애우 고용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님을 시사해 주고 있다. 사실 이들 의무 고용사업체는 우리 경제가 상승세를 타고 있던 호황시절에도 장애우 고용을 기피해 왔다.
특히 이들 업체 중 이동통신사업과 같이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첨단사업의 경우도 장애우 채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담금 남부로 대체하고 있음은 우리사회 대기업의 장애우 기피현상이 만성적인 고질병임을 말해준다.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듯 현행 부담금제도는 장애우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이 되기보다는 기업의 장애우 문제에 대한 책임분담을 이행하지 못하는데 대한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다. 장애우 고용 관계자들은 "장애우 고용정책의 중심은 직종개발과 취업알선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정부가 오히려 부담금 징수에 치중해 있다"며 노동부의 장애우 고용 정책이 기업의 부담금 납부선호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지방 노동사무소에서 장애우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김필득씨는 "부담금 징수업무를 수행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매출은 적고 채용 인원은 많은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 예컨대 용역업체와 같은 경우는 부담금이 큰 부담이 되지만 고용안정을 이루고 있는 고부가가치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매출액에 비해 채용인원이 적기 때문에 부담금납부의무를 정부에 내는 세금정도로 가볍게 인식하고 있다"며 3맥인 이상 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잇는 현행 장애우 의무고용업체 선정 기준이나 부담금 징수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고부가가치의 호황산업체의 경우 부담금이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굳이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장애우를 채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장애우 고용에 대해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기불황이 장애우 고용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인가에 대해 장애우 당사자들과 직업알선 관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정리해고 바람불면 알아서 나가는 장애우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기불황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장애우 고용 침체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없는 현실이다.
최근 동부그룹 계열사인 한정화학과 뉴코아 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정리해고 단행으로 고용인원을 3백인 이하로 대폭 축소하여 장애우 의무고용 책임을 벗어나고 있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으며 일반 고용된 장애우들에게는 경기불황이 정리해고나 도산으로 인한 실직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우가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경우는 우리 사회의 기업생리와 소극적인 장애우의 대응자세가 맞물려져서 표면에 떠오르지 않지만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어 실태파악도 되지 않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경우 장애우 근로자들이 우선적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장애우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회사의 해고 통지 이전에 스스로 알아서 나가고 있다. 따라서 장애우 고용 업체가 장애우를 해고할 경우 7일 이내에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 "해고경위 신고의무"나 "부당 해고 구제신청" 등의 법적 조치는 아무런 구제조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고실적이 없으나 일반 고용된 장애우들이 무사 안녕하다는 수치상의 증거를 만들어 주고 있는 현실이다.
중증장애우 설 곳 없는 고용시장
또 하나 장애우 고용을 둘러싼 만성적인 문제점이 장애우를 채용하는 기업의 중증장애우 기피 현상이다. 경증의 고학력 또는 전문기술을 습득한 장애우의 경우 굳이 공단이나 직업 알선 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스스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 직업 알선 기관에 구직의뢰를 해오는 장애우는 중증이거나 고령의 저학력 장애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구인의뢰를 해오는 기업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경증의 지체 장애우나 청각 장애우들을 선호하고 있다.
중증장애우 고용을 기피하는 이러한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추진되고 있는 것이 지원고용과 복지공장 지원사업 등이다.
지원고용은 정신지체장애우의 일반고용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단과 몇몇 복지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원고용은 공단이나 일선 복지관에서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개발한 사업장에 4명의 정신 지체 장애우들과 작업보도 교사(일명 "잡(job)코치") 1명을 파견하여 두 달 정도 실습을 거쳐 채용을 우도하고 일단 채용된 장애우에 대해서는 사후지원을 펼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로 소수이기는 해도 정신지체장애우의 일반고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공단의 경우 지난해부터 "정신지체 장애인직역 확대사업"을 통해 맥도널드사와 힐튼호텔을 비롯한 시내중심 호텔 등에 정신 지체장애우를 취업시키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렇게 취업된 정신지체장애우들이 받는 급여는 평균적으로 일반근로자의 80% 수준이다.
그러나 지원고용의 경우 정신지체장애우 중 매우 경한 장애우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의 인식부족으로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이 문제로 남고 있다. 따라서 지원고용의 대상도 될 수없는 중증의 정신지체장애우는 가족의 부담으로 남거나 복지관의 보호작업장에 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복지공장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가 운영하고 있는 복지공장인 무궁화전자와 정립전자의 장애우 고용을 연계고용의 형태로 인정받아 올해 약 4억 원에 이르는 부담금을 감면받는 성과를 올리는 등 연계고용제도 도입과 장애인 복지공장 설립자금 융자 및 지원제도의 도입에 힘입어 LG그룹 등 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복지공장의 경우 공장건립에 드는 막대한 예산에 비해 생산성이 저조하고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도의 자본과 기술전쟁 속에서 자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중증장애우 33명을 고용하기로 하고 50억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청주의 두레박식품(대표 주재덕)이 낮은 생산력과 운영비 부족으로 지난 3월 7일 문을 연 지 20일만에 도산하는 등 고용촉진 기금에 의해 수십 억 원대의 지원을 받은 복지공장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아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복지공장은 함께 살아야 할 장애우를 분리해서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인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오사카에는 자립작업장 형태로 운영되는 장애우 공동체가 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따라 작업영역과 업무량이 정해진다. 심한 중증장애우의 경우 일주일에 1시간이라도 가능한 시간에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한다. 그가 남긴 공백은 다른 동료들이 채워나간다. 그러나 이익의 배분은 중증장애우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 장애의 정도가 중할수록 생활에 따른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와 같은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실험적인 모델로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델은 실험적인 소규모 공동체에서나 가능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중증장애우의 일반고용은 요원한 현실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장애우 고용의 근본적인 돌파구는 기업의 장애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박숙경 기자
"경리일로 잔뼈 굵었는데도 아무소용 없어요"
오늘은 마땅한 일자리가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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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 산적한 정신지체 장애우 취업
불황의 회오리에 가장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영세사업장들, 그나마 그곳에서의 일자리를 얻기도 힘든 정신지체장애우를 위해 매일같이 공단을 헤매고 다니는 서울 서부장애인복지관의 취업알선 담당인 허경아씨가 정신지체 장애우 고용의 현장이야기를 보내왔다.
글/ 허경아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취업알선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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