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한국형 복지공장의 장미빛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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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장애우고용, 이제 돌파구를 찾자
한국형 복지공장의 장미빛 꿈
95년 11월부터 복지공장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자원을 시작한 노동부는 2천년까지 각 시도에 모두 20개소의 복지공장을 설립을 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은 무궁화전자 외에 정립전자에도 복지공장 설립자금과 물량을 지원하고 있고, 엘지그룹도 복지공장 설립사업에 뛰어들었다. 계획보다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설립기금을 자원받은 업체가 준공 후 도산한 사례도 발생해 우려를 던지기도 했다. 복지공장 지원 개시 후 2년여 동안 진행된 각 복지공장의 추진공장의 추진상황을 알아보고 한국형 복지공장의 전망을 점검해 보았다.
무궁화 정자로 시작된 복지공장의 청사진들
94년 11월 준공식을 가진 삼성의 무궁화전자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장애우 근로시설 모델이 바로 "복지공장"이다. 삼성은 국내에서 유례없이 그룹 계열사들이 공동 투자해 건립비로만 1백 90억원 대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 최신시설을 갖춘 장애우전용공장을 지어 더욱 화제가 됐다.
무궁화전자가 준공된 지 얼마 안돼 정부가 그와 유사한 여러 모델들을 제시하며 "복지공장"이라는 이름 하에 당시로서는 유례없이 파격적인 설립지원 규정을 발표했다. 건축비의 50%를 최고 50억까지, 연리 3% 5년거치 5년 분할상환으로 융자해주겠다는 것이다. 장애우 10인 이상 고용 사업장이면서 장애우가 70%, 그중 중증장애우가 30% 고용되는 형태를 기본 요건으로 하는 공장요건만 갖추면 되는 것이다.
또 직접 운영하는 전용사업장에 장애우들을 고용하면 일반 사업장에 고용한 것과 똑같이 인정하는 한편 고용장려금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하청을 주는 업체가 중증장애우를 고용할 경우에는 모기업이 고용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골자의 "연계고용제"도 고용촉진법 개정을 통해 곧 도입됐다.
일각에서는 기민한 삼성의 사업추진력에 "역시 삼성"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러나 또 한편 30대 기업 가운데 늘 최하위의 장애우 고용률을 기록하고 있던 삼성이었기에 무궁화전자도 기업이미지만을 높이기 위한 전시적인 사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보내기도 했었다. 특히 충분히 다른 일반 비장애우들과 함께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장애우들을 별도의 공간에 몰아놓아도 일반 사업장에 고용한 것과 똑같이 인정하면 일반고용을 계속할 기업은 아마 없을 거라며, "분리"에 입각한 기본적인 발상의 문제점이 맹렬하게 지적되기도 했다.
현재 무궁화전자는 102명의 장애우 근로자와 비장애우 근로자 78명이 취업해 전화기조립과 커피메이커, 정수기를 생산하고 있다. 무궁화전자 최병철 과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기업이 편의시설이 완비된 공장시설을 지어 1백여 명의 장애우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이제 출범한지 만 3년을 맞는 시점에서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그룹차원에서도 성공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간 5천여 만원의 고용장려금 외에 삼성전자의 자체지원비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아직은 경영상 적자를 보고 있다. 최 과장은 "장애우 근로자의 경우 전자조립들의 기본 교육과정을 거친 숙달된 인력이 풍부하지 않고 건강등 신체적인 요인 때문에 일반 근로자와 똑같은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현재의 경영손실이 우려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향후 2년 내에는 손익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준공 후 도산하는 업체 발생으로 융자심사 강화돼
또 하나의 복지공장인 정립전자는 현재 8월말 준공을 목표로 현재 한국 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 내 다른 부지에 공장 및 기숙사 건물을 신축 중이다. 삼성의 지원금과는 별도로 20억원의 복지공장 설립지원금을 합한 115억 원이 그 재원이다.
정립전자 이주영 공장장은 "기존에 고용되어 있던 인원이 전부 옮겨가기 때문에 대폭적인 추가고용 계획은 없지만 2백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는 만큼 준공 후 경영 상태가 안정되는 대로 조만간 2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사회 복지 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연 2억 5천만원의 고용장려금을 합해 현재 이익금의 75%를 인건비로 지출하더라도 근로장애우들의 기본적인 생활요건을 제공해주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장신지체인 고용에도 문호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립전자는 삼성에서 하청을 받아 오디오기기와 TV, 컴퓨터 조립생산을 하고 있다. 연계고용제에 의해 정립전자에 고용된 중증장애우는 그대로 삼성에서 고용한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삼성은 연 3억여원의 부담금 감면실적을 얻고 있다.
이밖에 (주)사랑의 집(전북 정읍)과 자동차 부품, 금형을 제조 생산하는 (주)신원개발(경기도 화성)도 복지공장으로서 새롭게 융자가 확정돼 모두 69억원의 장애인 고용 촉진공단(이하 공단)기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올해 8월말 준공예정인 사랑의 집은 영양두유 제조생산업체로서 올해 내 장애우 30여명과 비장애우 20여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랑의 집 서성환 부장은 "자체적인 재원 48억과 공단의 걸립지원금 48억원을 투자해 건물을 짓고 있는데 중소업체의 경우 융자라는 것도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부터 판로가 무리없이 개척되고 있기 때문에 준공 후 운영문제는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30대 기업으로는 삼성에 이어 LG도 최근 복지공장설립에 착수했다. 충북 청주에서 지난 5월 22일 기공식을 마친 보람복지공장을 위해 LG그룹은 32억원의 설립비를 포함, 50억원을 출연했다. 여기에 앞으로 120명의 장애우가 근무가능한데, 이중 정신지체인 50명은 LG의 각종 선물셋트포장 등의 일을 하고 지체장애우들은 무선 전화기 조립 등의 일을 할 예정이다. 보람복지공장의 손용섭 국장은 "출연금 가운데 운영비로 상정한 10억원 중 초기지출액을 뺀 7억원을 적립하여 이후 운영비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람복지공장은 내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준공될 예정이다.
여전히 장애우 고용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업주들
노동부는 94년 9월 발표된 "장애인 고용촉진 계획"에 이어 96년부터 2천년까지 3천 7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장애우 취업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다는 목표아래 96년 4월 "장애인 고용촉진 5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서 상에는 복지공장으로 전환이 가능한 직업재활 시설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98년까지 각 시도별로 15개소, 2천년까지는 모두 20개소의 복지공장을 세우도록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심사위원회를 거쳐 복지공장으로서 융자지원이 경정됐던 (주)두레박(식혜, 전통음료 생산)이 설립 후 자금난 때문에 도산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또 복지공장 설립지원 융자를 신청했던 천산식품도 설립예정 부지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하자가 발견되어 신청서가 반려됐으나 천산 측은 아직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는 대상업체 선정에 있어서의 이러한 문제점이 맹렬하게 지적되기도 했다.
장애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단이 계획이행에 따른 실적제시에 쫓겼거나 장애우를 고용한다는 선의에만 초점을 맞춰 심사를 엄격하게 하지 않았던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촉진공단 고용지원과 이태용 과장은 "계획에 비춰 실적이 낮은 점은 인정한다"며 "단순히 설립지원액수가 크다는 점 때문에 기본 자산도 없거나 다른 곳에 유용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은 보다 철저한 심사를 통해 걸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30대 대기업을 중심 타겟으로 해서 지방사무소별로 설립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실무진들이 관심을 나타내 설립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기업체는 현대, 쌍용, 대우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초에 노동부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복지공장의 전망을 설명할 때 복지공장은 하청을 주거나 직접 경영하는 모기업에 장애근로자들이 일반고용 되기 전의 중간 단계로서만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복지공장은 일반고용을 증대시키는 경향을 낳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립전자 이주영 부장은 "현대나 대우 같은 대기업 생산라인을 직접 견학을 가봐도 휠체어도 별다른 장벽 없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제 더 이상 편의시설은 장애우고용을 회피하는 핑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복지공장 실업상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전체 장애우고용체계의 문제점은 칼자루를 기업주들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 공장설립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의견을 반영해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되는 지원규정은 계속 개정되고 있다. 장애우의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경영상 적자가 두려워 복지공장 설립을 망설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현재의 고용장려금이나 지원금 수준을 높여 운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주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공단 관계자들은 "공단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기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가 역부족"이라며 "노동부가 더 나서야 복지공장이 활성화되기 쉬울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한신대 권도용 교수도 "복지공장은 애초에 발상이 잘못된 모델이기도 하지만 이왕 시작된 복지공장 지원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강력하게 개입해서 기업주들을 강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영국 램플로이사 등 외국의 복지공장 성공사례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우를 고용하느니 부담금을 내버리는 편을 택하던 기업주들의 형태를 볼 때 기업체 스스로 선택해서 별도의 시설과 예산을 들여 장애우를 고용하는 공장을 세울 것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많은 의구심을 낳는다. 근본적으로 보다 높은 의무 고용률 제시나 강력한 벌칙 조항으로 기업주들을 상대로 회유와 채찍을 가하지 않은 한 복지공장을 비롯한 장애우 고용현실은 언제나 되돌이표가 붙여진 악보일 뿐일 것이다.
글/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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