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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1] 하늘의 울림과 땅의 소리로 연주하는 사물천둥

본문

[복지현장 이야기 1]

 

하늘의 울림과 땅의 소리로 연주하는 사물천둥

 

 

시각장애우와 지체장애우로 구성된 사물천둥, 전문사물놀이패로 우뚝 선 그들을 만나보자.


 

사물놀이 한마당에서 대상 수상


  지난 6월 20일 호암아트홀에서는 "사물천둥"이라는 이름을 내건 사물놀이패의 창단공연이 있었다. 외국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가 오면 가격에 상관없이 표가 모자라서 못판다는데 우리의 정서를 표현한 국악공연에는 언제나 관객이 없다. 유명한 국악인이 공연을 해도 객석이 가득 차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보니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사물천둥의 공연에 온 관객의 수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창단공연에 온 관객은 3백 명을 겨우 넘을 정도. 아주 적은 수의 관객만이 이들의 창단을 지켜봤을 뿐이다.
  비록 창단공연을 갖고 사물놀이패로서 출사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사물천둥이 가야 할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국악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의 색깔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하고, 장애우들이 만든 사물놀이패라는 인식도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물천둥은 당당한 사물놀이패로서 다른 사람들과 겨루고 싶어한다. 장애우들이 사물놀이를 하니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의 음악을 사랑하는 진정한 국악인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그렇지만 사물천둥은 이제 막 시작하고도 미래의 영광을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사물천둥은 겁없이 미래를 말하는 데에는 창단공연을 지켜봤던-비록 소수였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사물천둥

  "사물천둥"은 1991년 창단된 "다스름"에서 시작된 사물놀이패다. 이들은 인천의 혜광학교에서 만나 특별활동시간을 통해 국악을 시작하게 됐다. 모두 시각장애우였지만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실력에 있어서는 장애우라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당당한 사물놀이패여서, 1988년에는 장애우올림픽의 개회식에서 공연을 하는가 하면,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꾸준한 연주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자신들의 소질을 살리고 있는 "프로능력의 아마추어 국악인"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국악을 사랑하고 그래서 침술이나 안마사로 활동하면서도 공연이 있으면 열심히 쫓아다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단법인 사물놀이 한울림의 예술단으로 지난 6월 20일 창단공연을 가짐으로써 "사물천둥"은 완전한 전문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렇지만 창단을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다. 다스름의 구성원이었던 한 시각장애우가 자신은 국악인으로서의 길을 끝까지 갈 자신이 없다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같이 고생해온 친구가 이제는 다른 길을 간다니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심사를 맡았던 김덕수씨의 주선으로 여상범씨를 새로운 구성원으로 맞아들이게 됐고 현재의 사물천둥은 이진용(26, 꽹과리), 전재덕(24, 장고), 정철(25, 징) 이렇게 3명의 시각장애우와 지체장애를 가진 여상범(31, 북)의 4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사물천둥은 장애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 국악에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4명의 예인으로서 그 실력을 평가받기 위해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이나 민족이라고 이름 붙여진 장르가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사물천둥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 것을 지켜온 사람들이고,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굳건히 자기 자신을 만들어 왔습니다. 예술이라는 분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그래서 사물천둥이 가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거죠. 사물천둥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여태까지는 국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음악을 해왔지만 이젠 전문가로서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김덕수씨의 말대로 사물천둥은 이제 말 출발점에 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꾸준한 노력과 독특한 색깔로 한계 극복


  사물천둥에게 장애우로서 갖는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물놀이라고 하면 비나리와 설장고, 농악, 판굿을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힘과 섬세함 그리고 행동이 어우러져 듣는 이와 연주하는 사람 모두를 흥겹게 하는 연주활동이다. 이중에서도 판굿은 4명의 단원이 머리에 상모를 쓴 채 무대를 뛰어다니며 벌이는 박진감 넘치는 놀이마당으로 사물천둥에게는 한계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무대를 활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물천둥은 나름대로의 방법을 개발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을 보완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창단공연 때도 하고 싶었는데요, 사물천둥의 경우 판굿이 안되니까 영상을 이용해 판굿장면을 보여주고 여기에 맞춰 사물천둥이 연주하는 것을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과 치밀한 계획이 있어야 가능하죠. 그러나 그런 기술적인 부분만 보완된다면 연주실력에 있어서는 다른 어느 사물놀이패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사물천둥의 창단공연을 준비했고 지금은 공연관리까지 담당해주고 있는 (주)난장커뮤니케이션즈의 김서룡씨의 설명이다. 움직임은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연주는 사물천둥이 직접 해서 판굿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물천둥의 노력은 기술적인 보완작업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기존의 체계를 따라가는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음악적인 방향에서도 사물천둥 나름대로의 색깔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우선은 사물놀이 연주에 있어서 확실한 실력을 가질 수 있어야겠죠. 그런 다음에 크로스 오버나 뉴 뮤직이라는 장르를 개척해나갈 겁니다. 기존의 사물놀이 연주에 다른 장르의 음악을 접목시켜 연주하는 거죠. 김덕수씨가 째즈 악단과 함께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실텐데 그런 식으로 다른 장르와 함께 연주하는 겁니다. 지금은 째즈나 창과 연계해서 연주하지만 앞으로는 가능한 여러 가지 음악과 같이 연주해볼 생각입니다."
  사물천둥에서 연주자 겸 매니저 일을 하는 여상범씨가 말하는 계획이다. 행동이 불편하다는 장애를 음악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장애우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


  사물천둥은 자신들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장애우라는 사실이 잊혀지기를 바라지만 자신들이 장애우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물천둥이 하고자 하는 일들 중에는 장애우들을 위한 많은 계획들이 있다.
  첫째는 창단공연 때도 시각장애우를 위한 점자 팜플렛을 마련했듯이 사물천둥은 시각장애우들이 사물놀이를 배울 수 있도록 사물점자를 만들 계획이다. 자신들은 소리를 듣고 사물놀이를 배웠지만 후배들을 위해선 좀더 체계적인 사물놀이 교제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사물천둥의 단원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때는 안마사나 침술사로 일한 적이 있다. 그래서 시각장애우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리에 민감한 시각장애우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분야의 음악을 시각장애우들에게 제시하고 싶은 것이다.
  둘째는 청각장애우를 위한 공연을 준비하는 일이다.
  "나무바닥이나 울림이 큰 공간에서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겁니다. 징이나 꽹과리, 북은 그 울림이 크기 때문에 처음에 악기마다 어떤 울림이 있는지 시범으로 보여주고 연주한다면 청각장애우들도 악기의 진동으로 사물놀이 공연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청각장애우를 위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는 여상범씨는 공연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었다. 장애우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문화공간을 좀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곧 사물천둥의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물천둥은 이외에도 많은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사물천둥의 연주를 담은 음반을 제작한다든지, 외국에 나가 순회공연을 하는 일 등이다. 사물천둥의 이런 계획들이 언제쯤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이 가져주는 관심의 정도에 따라 그들의 계획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창단공연이 끝난 지금도 사물천둥은 양평에 있는 한울림의 교육원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듯 "하늘의 울림"과 "땅의 소리"로 우리 앞에 다가서기 위해 땀흘리며 연습에 연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글/ 서현주 객원기자

작성자서현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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