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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2] 더운 여름철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자원활동 두 가지

"녹음도서, 점자도서 이렇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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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2]

 

더운 여름철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자원활동 두 가지


"녹음도서, 점자도서 이렇게 만들어요"

 

  우리나라에 최초의 점자도서관이 설립된 지 올해로 17년째다. 현재 국내에는 크고 작은 점자도서관이 모두 서른 다섯 군데가 있는데 그중 점자도서를 제작까지 하는 도서관은 많지 않다.
  후원금 부족으로 도서관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암사동에 최근 새로 건물을 지어 개관한 한국점자도서관이 점자도서를 제작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4백 명 가량의 자원활동자들 덕분이다.
  점자도서관에서의 자원활동은 녹음도서 제작과 점역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자원활동자들은 점역자원활동을 신청하고, 그중 20명만이 녹음도서 자원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글 알면 누구나 자원활동 할 수 있어
 
 

▲녹음도서,점자도서키보드

  서울 흑석동에 사는 전수희씨는 컴퓨터프로그래머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일을 쉬고 있는데 마침 텔레비전에서 녹음도서 자원활동자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한국점자도서관을 찾았다고 한다.
  "평소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었는데 뭘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녹음도서를 제작할 사람이 부족해 시각장애우들에게 책을 많이 보급하지 목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나서 한 번 그 일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조금 시간을 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요."
  전수희씨 같은 자원활동자들은 녹음도서 제작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는 것일까? 녹음도서 자원활동자들은 영화 "책을 읽어 주는 여자"에서 여주인공이 상대방에게 책을 읽어주둣 책을 읽어주면 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책을 읽어주는 대상이 점자를 읽지 못하는 고령의 시각장애우라는 것. 그리고 일대일로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책 내용을 녹음테이프에 담도록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보면 녹음도서 자원활동처럼 쉬운 자원활동도 없다. 글만 읽을 줄 알면 주구나 자원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쉬운 자원활동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바로 녹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녹음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재를 다루는 방법과 녹음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알아야 한다. 몇 가지 원칙들이란,  도서명과 낭독자의 이름을 밝힐 것, 몇 번째 테이프인지 말할 것, 테이프의 A면인지 B면인지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책 한 권이 보통 녹음테이프 다섯 개 이상의 분량이 되기 때문에 녹음을 하면서 테이프 순서를 밝혀두지 않으면 듣는 시각장애우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점자도서관은 최근 외국에서 개발한 CD도서를 제작 중이다. 테이프는 몇 번 들으면 음질이 나빠져 오래 보관하기가 곤란한 반면, CD도서는 50시간에서 58시간의 녹음용량을 가지고 있어 CD 한 개당 도서 두세 권을 녹음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CD도서가 보급이 되면 한 권의 책을 듣기 위해 여러 개의 테이프를 갈아 끼워야 하는 불편함도 곧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자원활동자들은 기초적인 교육이 끝나면 전문적인 화법교육을 받는다. 지난달에는 방송국에서 성우로 활동을 한 적이 있는 강창균 이사가 강의를 담당했다. 주로 녹음할 때의 감정표현, 억양, 말하는 속도 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다음부터는 전문 성우를 초빙해 더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책은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됩니다. 아직 녹음도서로 제작되지 않은 것을 읽는 게 더 좋지만, 녹음작업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 지루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활동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도록 배려합니다."
  점자도서관에서 녹음도서를 담당하고 있는 유은영씨는 "자원활동자들이 녹음을 하면서 책을 잘못 읽지나 않을까. 도중에 기침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 과정은 편집용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 다 해결할 수 있어요. 잘못 녹음된 잡음은 주파수가 다르게 나타나 편집하는 과정에서 쉽게 찾아 삭제할 수 있죠"라고 말한다.
  한 책을 꼭 한 사람이 전부 녹음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남녀가 혼성으로 하거나, 두 사람 이상이 번갈아가며 녹음을 할 수도 있다. 두 사람 이상이 녹음을 하면 극적인 요소가 가미돼 대출자의 반응이 더 좋다고 한다.
  파트너가 없어 혼자 녹음을 하고 있다는 주부 송경옥씨는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리포터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하고 있어요. 결혼하고 집에만 있으니까 시간 보내기도 지루하고 하루를 아무 의미없이 보낸 것 같아 허탈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녹음도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그런 생각들이 사라졌죠. 뭔가에 몰두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 게다가 발음교정에도 하게 돼서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말한다. 그는 녹음도서 자원활동을 시작한지 두 달째다.

 


책 한 권을 공짜로 읽을 수 있어 좋아요


  시각장애우들을 위한 자원활동의 또 한 부분이 점자도서 제작이다.
  대다수의 시각장애우들은 점역된 도서를 읽는 것이 녹음도서를 듣는 것보다 빨리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점자도서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또 번거롭게 카세트테이프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다보니 녹음도서 제작보다 점역도서 제작 자원활동자가 더 많다. 점역자원활동은 타이핑 작업만 할 수 있으면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즉 자원활동자가 컴퓨터에 도서를 타이핑해서 통신으로 점자도서관에 보내면 도서관 측이 점자프린터기로 출력을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자원활동이다. 통신을 이용하기 어려우면 작업한 디스켓을 우편으로 보내거나 도서관에 직접 가져와도 된다.

▲자원활동
  점역자원활동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작업이라 주부들보다는 중고등학교 학생이나 전산 업무를 보는 회사원들이 신청을 많이 한다. 점역자원활동가들 역시 녹음도서 자원활동자들만큼 그 유형이 다양하다.
  삼성생명 강남지역본부 검진센터 김광수 과장은 같은 부서 직원들을 설득해 매달 한 권씩 점역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현실에서 업무도 많다보니 시간내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김 씨의 자원활동은 중단되지 않고 있다. "시간적인 부담은 별로 없어요. 퇴근 후 저녁 약속이 있을 때 기다리기가 에매하잖아요. 그럴 때 워드작업을 잠깐씩 하는 거죠. 그러면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고 빨리 가요. 또 점심을 사내 식당에서 먹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책 한 권을 다 칠 자신이 없으면 김광수 과장이 하고 있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책 한 권을 나눠서 작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갑자기 개인사정이 생겨 일을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에는 원하는 다른 자원활동자가 하거나 한국점자도서관 직원이 마무리지으면 되니까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요즘 방학을 이용해 중학생들도 점역자원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사회봉사활동이 내신성적에 반영되면서 최근 몇 년 새 한국점자도서관에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찾아온 학생들 대부분은 시간만 채우고 다시 오지 않아 점자도서관 직원들을 아쉽게 하는데, 허영(영동중학교 3학년) 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점역자원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무려 140여 시간을 봉사했다고 한다. "40시간만 채우면 사회봉사활동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 처음엔 점수 때문에 했는데 계속 하다보니 타자치는 실력도 늘고 새 책을 공자로 볼 수 있으니 좋잖아요. 지난번엔 수호지를 읽었는데 이제는 내용을 거의 다 외울 정도예요."
  이렇게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개성껏 자원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점역자원활동은 남을 돕는다는 개념이 아닌 자신을 개발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녹음도서 제작과 점자도서 제작 자원활동자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가까운 정자도서관이나 한국점자도서관(02)3426-7411)으로 연락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글/ 노윤미 기자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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