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로 본 복지흐름] 자원활동가의 또 다른 이름, 버디(Bu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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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로 본 복지흐름]
자원활동가의 또 다른 이름 버디(Buddy)
장애우 복지현장에서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참 좋은 일 하십니다"라는 소리일 것이다. 적어도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소외된 장애우, 노인 등을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을 자원봉사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베풀었다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자원봉사자 보다는 자원활동가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자원활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자원활동가들은 베푼다. 받는다라는 대상적인 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며 소외의 문제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므로 문제해결의 방식은 개인의 발전이나 깨우침과 더불어 제도의 개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시혜적인, 구제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자원봉사라는 용어보다는 지원활동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자원활동이라는 용어조차 쓰지 말자는 이야기들이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 예로써 호주에서 자원활동가라는 용어 대신에 친밀한 친구라는 의미의 "버디(Buddy)"를 사용한다. 장애우와 버디를 연결해주는 사회복지사는 장애우와의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평생의 친구를 맺어주기 위해 버디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고 있다. 사회적 지위, 연령, 경제적 상태, 학력, 성품, 취미, 결혼여부, 종교, 성별 등을 고려하여 장애우와 만나게 해준다고 한다.
버디는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질문에 "친구 사이에 무슨 활동이냐?"고 오히려 반문을 한다. "친구와 함께 취미생활도 할 수 있고 친구가 어려울 때 여러 가지 편의를 봐줄 수 있지 않느냐? 당신과 친구와의 관계를 생각하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장애우가 집을 사는 과정에서 법률적인 문제가 생겨 고민하고 있을 때 버디는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문제로부터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장애우들은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를 만나고 또한 버디 자신은 장애우와의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우와 버디가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좋은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상담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장애우는 비장애우를, 비장애우는 장애우를) 필수적이라고 한다. 한 예로 버디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한 장애우가 버디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버디가 도와주는 과정이 되풀이되다 보니 결국 부담감으로 관계가 깨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장애우는 도움을 받는다는 수혜자의 입장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장애우 스스로도 자신의 자원을 계발해서 버디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버디의 확산을 통해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뿐만 아니라 영향력이 있는 버디를 통해 장애우 정책개선의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옆에서 좋은 우정을 갖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살맛나는 삶일 것이다.
한국적인 정서에서 아직 버디의 개념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도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같은 취미나 여가생활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계속적인 만남을 가지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도들을 지금부터 조금씩 시작하면 될 전망이다.
글/ 지민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아동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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