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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장애우-영국] 시각장애우 데이비드 블런켓 교육부장관에 취임

본문

[해외의 동향-영국]

 

 

시각장애우 데이비드 블런켓 교육부장관에 취임

 

 

장애우장관이 뉴스거리가 아닌 사회

 

  최근 총선이 끝낸 영국민이 얼굴은 사뭇 상기돼 있다. 18년 만에 정권이 바뀌는 역사적인 시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제 마흔 넷에 불과한 젊은 수상 토니 블레어에게 환호를 보내며 오랜만에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맞는 기쁨을 누리는 듯 했다.
  그런 정치적 변화에 앞서 보다 눈여겨 볼만한 일이 있다. 바로 새 정부에서 교육부를 맡게 된 블런켓 신임장관이다. 그는 시각장애우다. 블런켓 장관은 노동당이 야당이던 시절부터 당내 교육부 장관을 맡아 왔는데 이번에 총선 승리와 함께 마침내 정식으로 영국의 교육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지난 달 6월 쉰 살이 된 블런켓 장관이 인생역정은 한 마디로 근면과 성실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잉글랜드 북부 셰필드 출신인 블런켓 장관은 어릴 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피아노조율사가 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희망을 좀 더 크게 잡았다. 독학으로 점자를 익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취직을 하였다. 가스 회사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던 그는 대학의 꿈을 버리지 않고 야간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입학시험을 준비해 마침내 셰필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게 된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그는 대학의 강사로 근무하면서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셰필드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이후 십 년 만에 의회 의장이 되었고, 1987년 이후 줄곧 셰필드시 노동당의 국회의원을 맡고 있다.
  야당시절 당내에서도 그의 활동은 두드러져 의원으로 뽑힌 직후부터 환경문제 대변인을 맡았고,  93, 94 2년 동안 당 의장직을 수행했는가 하면 94년 이후 최근까지 야당 내에서 교육부장관을 역임하고 있다. 블런켓 장관의 약력은 얼핏 살펴보기에도 시각장애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든 영국의 사회 분위기를 주목하게 한다.

 

 

개인의 출세기가 아닌 사회의 성숙도로 이해해야
 

▲시각장애우교육부장관

  취임 이전부터 교육을 늘상 강조한 블레어 수상이었기 때문에 언론은 교육부 장관에 누가 임명되는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예상대로 안내견 "루시"와 함께 다우닝 10번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자신의 임명소식에 기뻐하는 블런켓 장관의 모습이 뉴스를 타고 나왔다.
  그러나 영국인에게서 "아, 시각장애우장관이 탄생하는구나"라는 식의 반응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시각장애우라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저 다른 장관들의 임명 소식이나 마찬가지로 다루어질 뿐이다. 그런 태도는 국민이나 언론이나 한결같았다.
  반면 외신은 영국 총선 소식과 함께 블런켓 장관의 임명을 "시각장애우장관의 탄생"을 크게 다루고 있었다. 안내견 루시와 함께 맹렬한 활동을 벌이는 블런켓 장관의 모습이 영국민들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이다.
  의회민주주의 정치로 양당 정치가 발달한 이 나라에서는 비록 정권을 잡지 않은 당이라도 의회에서 활발하게 자기 당의 정책을 펴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노동당의 블런켓 장관이 보수당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만약 우리 당이 정권을 잡게되면 나는 교육정책을 이렇게 펴나갈 것이다......"라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시각장애우인 블런켓 의원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정책을 토론했고 또 누구나 그 사람에 대해 야당의 교육부장관으로서 대우를 했다.
  영국에서 "장관자리에 하물며 교육부장관에 어떻게 시각장애우를 임명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기란 힘들다. 능력이 있으면 누구든지 어느 자리에서든 일할 수 있다는 게 상식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장애우란 입장이 여러 상황에서 불리하게 적용한다는 것을 이곳 사람들도 인식하고 있다. 개인의 능력문제를 떠나서 실제상황이 능력을 차이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모두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장애우에 대한 편견없는 시각 때문이다. 이것은 법 제정이나 제도의 문제 이전의 것으로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필요조건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장애아들의 통합교육이다. 청력이 아주 약해 보조기구를 달아야 할 정도의 어린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각장애아라도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반 아동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 점점 더 자리잡아가고 있다. 장애아에게는 현실세계에서 견디는 힘을 키워주고 일반 아동들은 친구의 장애를 도와주면서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어릴 때부터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장애우에게 선입견을 가지는 분위기가 싹트기는 어려운 법이다. 앞을 못 보는 친구를 위해 조용히 손을 잡아 이끄는 한 초등학교 어린이의 조심스런 태도와 떨어진 못을 조심스레 치우는 선생님의 무언의 가르침은 장애우복지를 위해 법 제정을 서두르는 문제만큼이나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복잡해도 휠체어 전용주차장을 비워둘 줄 아는 시민정신과 장애우의 고려가 시혜가 아닌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정책이 있는 사회라면 초등학교 교육이 사회생활로 연장될 것이다.
  따라서 블런켓 의원의 장관 임명소식은 한 장애우의 출세담이 아니라 장애우에게 평등한 삶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현대 영국 사회의 성숙한 한 단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글/ 권은정 (한계레21 영국통신원)

작성자권은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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