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해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요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도움이 필요해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요

류마티스 관절염과 당뇨병으로 투병중인 이재원씨

본문

[도움이필요해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요"


류마티스 관절염과 당뇨병으로 투병중인 이재원씨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열 여섯 살 때부터 고된 가정부 일을 하느라 건강을 해치고 사기결혼으로 혼자 아들을 키워야 했던 이재원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저 더 이상 못걷겠어요, 하느님.

 

  저를 바깥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꽃구경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온몸에 퍼진 습진으로 하루종일 천장만 바라보며 사는 이재원(55·지체장애2급)씨.
  이재원씨가 이렇게 병상에 눕게 된 데에는 가난한 집안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시작한 가정부 일 때문이다. 지금부터 35년 전만 해도 수도가 많이 보급되지 않아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먹는 가정이 많았다.
  하루에 물 두 동이를 일곱 번이나 나르는 엄청난 노동은 열  여섯의 소녀에겐 무리한 일이었다.
  그렇게 8개월을 일하던 어느 날 그녀는 쓰러지고 말았다. 그 동안의 피로와 과중한 물동이의 무게로 몸에 무리가 간 것이다. 다리를 절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곤란하더니 급기야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졌다.
  두 달을 쉬고 난 그녀는 그동안 받은 품삯을 가지고 고향으로 내려가 잠시 쉬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사기꾼 남편 때문에 소년가장된 아들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낯선 남자가 다가와서 물었다. "저녁 먹었어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그 물음에 서울 사람들은 별걸 다 묻는다고 생각했다. 아직 먹지 않았다고 했더니 그러면 같이 저녁을 함께 먹자는 것이었다.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어 외로웠던 이 씨는 친절하게 대해주는 그가 웬지 고맙기도 해 별 생각없이 그를 따라 나섰다.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게 된 그 남자는 이재원씨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조금 친해지자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사연을 고백했다. 아내가 집을 나가 아이들만 데리고 홀로 산다며 아이들의 엄마가 되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박 씨가 참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기로 했다. 내가 낳지는 않았지만, 친엄마처럼 키워주리라 생각하며,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전문 사기꾼이었다. 말솜씨가 좋은 그이의 속임수에 넘어간 여자만 하더라도 이 씨가 네 번째였다. 첫 번째 부인은 그런 그를 보다 못해 아이들을 두고 떠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안 것은 살림을 합치고도 한참이 지나서였고, 이미 그녀의 뱃속에는 한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그녀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자신이 너무 순진해서 바보같았다고 치를 떤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벌도, 죄도 아니죠. 지금은 신앙심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있어요."
  결국 그녀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임신한 몸을 이끌고 되도록 그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녀가 시흥군으로 이사한 뒤에도 핏줄이 당겨서인지 그는 가끔 찾아왔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의 생활비도 대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 아이를 낳았다. 이름은 정우라고 지었다. 아이가 태어났으니 출생신고를 해야했지만, 정식으로 결혼을 해 낳은 자식이 아니어서 호적을 올린다 해도 다른 여자의 자식으로밖에 올릴 수 없었다. 그러나 열 달 동안 배 아파서 난 자식을 다른 사람 호적에 올리고 싶지 않은 건 모든 어미의 마음일 것이다. 결국 그녀는 호적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아들 정우는 8살이 될 때까지 문서상으로는 태어나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났다.
  그런데 정우가 여덟 살이 되면서 또 다시 출생신고에 관한 문제가 생겼다. 여덟 살이 된 또래 아이들은 모두 취학통지서가 나오는데 정우는 호적이 없어 학교를 갈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아버지 없이 키운 자식인데 배우지도 못하면 엄마처럼 고생만 한다는 생각이 들자, 뒤늦게 그녀는 누구 앞이 되든지 아들의 출생신고를 해야겠다며 다른 사람의 호적에 아들의 이름을 올렸다. 호적이야 어떻든 그는 누가 뭐래도 이재원, 그녀의 당당한 아들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며, 어렸을 때 고생한 이래로 그녀는 종종 앓아 누웠다. 귀가 아프고 심할 때는 음식을 씹기도 어려울 때가 많았다. 그런 그녀를 간병하고 옆에서 지켜준 사람은 아들 정우였다.
  "우리 아들 참 기특해요.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도 잘 하고, 얼마나 착한지 몰라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대소변을 다 받고, 자기 옷은 물론 엄마 옷도 다 빨래하고, 엄마 머리도 다 감기고요. 초등학교 5학년의 그 어린 나이 때부터 말예요."
  어린 것한테 너무 고생을 시킨다 싶어 정우를 고아원에 보내고, 자신은 죽으려고 학교의 담임과 교장선생님에게 아이를 부탁한다는 전화를 한 적도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학교에서 불우한 친구를 돕자며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모금을 해서 돈 20만원을 건네주기도 했다.
  소년가장이 된 정우는 몸이 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새벽에 조간신문을 돌리고, 공휴일엔 용역회사에 나가 막일을 하면서 청소년 시기를 보냈다. 그녀 역시 아들한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 같아 자신도 라디오를 듣다가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내용이 있으면 사연을 보내 후원을 받는 등 어려운 시절을 두 모자는 극복해 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소원

 

  그러던 어느 날 정우에게 군대영장이 나왔다. 아들을 보내며 그녀는 엄마가 면회가리란 기대는 꿈에도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이미 이 씨의 몸은 류마티스 관절염에 당뇨까지 생겨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우가 군대에 가고 또 다시 혼자가 된 그녀는 정말 초라했다.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그녀를 누구 하나 돌봐줄 사람도 없었고, 음식마저 가려먹어야 하다보니 건강은 더욱 악화되어 갔다. 간간이 그녀가 다니는 교회의 신도들이 찾아와서 음식을 주고 가긴 했지만, 대소변처리며 정기적인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녀의 몸은 습진과 피부 질환으로 점점 망가져 갔다.
  정우가 입대한 지 6주가 지나 신병교육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게됐을 때, 군대에서 면회오라는 통지서가 재원 씨 앞으로 왔다. 못간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아들을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먼 친척의 승용차를 타고 아들을 찾아갔다. 기대도 하지 말라던 엄마가 나타났을 때, 기뻐하는 정우의 모습을 그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면회를 다녀와서 이삼일을 여독으로 심하게 앓아야 했지만 아들 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는 자원봉사단체에 도움을 청해 3번이나 정우를 면회하러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3월에 제대한 정우 씨는 현재 대한도시가스에서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일은 다 자란 아들이 짝을 맺어주는 것이다. 정우 씨가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며느리는 좀 야무진 아가씨였으면 좋겠다는 게 재원 씨의 바람이다. 그리고 며느리에게 꼭 해주고픈 말은 세상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 자기만 알지 말고 봉사하며 살라는 것이다.
  "제가 이렇게 아프게 살다 보니, 세상을 사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아마도 하느님은 세상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제게 이런 시련을 주셨나봐요."
  정우 씨가 회사에 가고 없는 아침 아홉시부터 밤 아홉시까지의 시간 동안 그녀는 또 혼자다.
  이렇게 더운 여름, 비오듯 땀을 흘리며 가려움증에 괴로워할 그녀에게 목욕도 시켜주고, 음식도 만들어줄 따뜻한 손길은 비단 미래의 며느리만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글/ 노윤미 기자

 

 

 

 

 

  이재원 씨에게 목욕과 나들이, 말벗, 음식 장만등의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은 함께걸음 편집부(521-5364)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도음이 이재원 씨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