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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이야기] 두 번 돌아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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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이야기]

 

"두 번 돌아보지 마라"

 

 

 

  나는 "좋은 친구들"의 일원이다. "좋은 친구들"이란 부산 운봉복지관에서 지난 겨울방학 동안 봉사활동을 한 친구들이 만든 자원활동 동아리다.
  처음 친구에게서 운봉복지관이 "청소년 장애체험학교"를 개최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내가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덧 나는 친구들과 함께 "장애우 체험학교"를 하는 곳으로 가고 있었고,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꾸며질까 하는 기대가 가슴에 가득했다.
  하나둘 친구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곧 강당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1부는 부산대학교의 한 여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이었는데, 교수님이 목발을 짚은 분이라는 사실은 어쨌든 나에게 의외였다. 그 사실은 나를 무척이나 놀라게 했다. 교수님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장애우를 두 번 돌아보지 마라"


  지금까지 나는 거리에서 장애우를 보게 되면 알게 모르게 다시 그 장애우를 쳐다보고 동정의 눈빛을 보냈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제는 알게 됐다. 장애우들은 동정의 눈빛이 아니라 선뜻 내미는 사람들의 손을 더 필요로 하다는 사실을, 또 그들은 나보다 아주 조금 불편하다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곧이어 계속된 2부는 노래로 배우는 "수화"였다. 선생님과 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서투른 솜씨지만 열심히 따라 했다. 간단한 기본 동작을 한 후 두 가지 노래를 수화로 해 보았는데 쉽지 않아 웃음만 났다. 그 중에서 "뽀뽀뽀"를 수화로 할 때는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3부는 "장애체험"이었는데, 내가 한 장애체험은 눈가리고 휴지통에 쓰레기 버리기, 친구 얼굴 그리기였다. 눈을 가리는 순간 어두움과 두려움, 그리고 공포가 밀려왔다. 무엇이 앞에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걸음 한걸음을 떼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장애체험이 끝나고 눈  가리개를 푸는 순간 난 세상의 밝음에 눈이 부셔 한참 동안이나 눈을 깜빡거려야만 했다.
  체험을 끝내고 난 뒤 강당으로 들어가 평가서를 작성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전에는 심각하게 해보지 않은 "나도 장애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과거에는 선천적 장애우가 많다고 하셨다. 요즈음은 후천적 장애우가 많다고 하셨다.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사고로 장애우가 된다는 것이었다. 나도 얼마 전 육교에서 다리를 헛디뎌 발목을 심하게 다쳤던 적이 있었다. 단지 2주간이었지만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움직이기가 매우 불편했었던 기억이 난다.
  3시간의 "장애체험학교"는 장애우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었고,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이젠 항상 내 마음속에 담겨져 있는 말이 있다. 장애우를 두 번 보지 말자, 그리고 나도 장애우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자, 내가 주는 작은 사랑이 장애우들에게는 큰사랑이라는 것을...

 

글/서태현 (부산반송여자중학교 3학년)

작성자서태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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