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현장이야기 1] 거리에서 시각장애우 안내견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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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거리에서 시각장애우 안내견을 보고 싶다.
국내 유일의 안내견 양성기관 삼성 맹인안내견 학교
맹인 안내견의 산실 미국 씽아이 안내견 훈련센터
최근 영국의 교육부장관에 시각장애우 데이비드 블런켓이 임명돼 화제가 됐었다. 시각장애우장관이 탄생한 건 영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블런켓은 일찍이 영국 노동당 내 교육부장관으로 임명돼 노동당의 교육공약을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런 블런켓에게는 교육부장관이 되기까지 항상 함께 다니던 동반자가 있었으니 바로 안내견 "루시"이다.
블런켓이 교육부장관으로 임명되면서 교육부의 공식 직원으로 인정되기도 한 루시는 시각장애우 안내견을 가장 직접적으로 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시각장애우에게 도움을 주는 맹인안내견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관한 확실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세계로 확산시킨 사람은 미국의 유스티스 여사(Mrs. Dorothy Harrison Eustis)로, 1929년 미국 뉴저지 주에 씽아이(The Seeing Eye)라는 안내견 훈련센터를 설립한 것이 세계 최초로 기록돼 있다. 현재 안내견 훈련센터는 33개 국가에서 91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배출된 안내견은 약 2만두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안내견 양성기관들은 모금만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기 때문에 모든 안내견은 무상으로 시각장애우에게 분양되고 있다.
맹인안내견이라고 하면 우리에겐 무척 생소한 말이지만,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간혹 외국 영화에 시각장애우와 함께 나오는 큰 개를 어렴풋이라도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영화나 외국에서만 보던 맹인안내견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94년 삼성이 맹인안내견 학교를 설립하면서 97년 현재 모두 16마리의 안내견을 분양했다. 16마리,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구수와 비교해 본다면 결코 많은 수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이나 안내견에 대한 이해도를 본다면 본격적인 안내견 기증사업은 2000년대에나 가능할 만한 복지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삼성안내견학교에서는 안내견의 분양을 미리 앞당겨 실시하는 만큼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안내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7단계를 거쳐 한 마리의 안내견 탄생
▲시각장애인안내견 |
맹인안내견을 양성하는 데는 7단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번식(Breeding)과 위탁사육(Puppy walking), 안내견 훈련, 맹인과 안내견의 만남, 사용자(시각장애우)교육, 사후관리, 은퇴견 관리 등이다.
번식이란 우수한 개의 종자를 통해 새로운 안내견을 생산해 내는 과정으로 우리나라에서 안내견으로 사용하는 개는 "라브라도 레크리버"가 대부분이다.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들을 잘 따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안내견은 자연스런 임신으로 얻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외국에 우수한 종자가 있을 경우에는 냉동정액으로 들여와 인공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개(Puppy)는 생후 6, 7주가 되면 일반가정에 맡겨져 1년간 사회적응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어린 개를 데려다 1년간 돌보는 봉사자 가정을 퍼피워커(Puppy Walker)라고 한다. 퍼피워커들은 안내견이 될 개들이 사회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자신의 가정에서 적응시키는 자원봉사자들이다.
1년간의 위탁사육(Puppy walking)이 끝나면 예비안내견들은 종합평가를 받은 후 합격한 개들에 한해 안내견 훈련센터에 입학한다. 훈련기간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이 기간동안 배변과 식사 등의 기본적인 훈련과 장애물 인식, 보행, 교통훈련 등을 몸에 익혀 시각장애우를 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교육받는다.
외국의 경우 안내견의 성공 확률은 5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30% 정도로 3마리 중에 한 마리만이 안내견으로 키워지고 있다.
훈련을 마친 안내견들은 비로소 시각장애우들에게 분양된다. 이렇게 시작장애우와 안내견이 만나는 것을 "매칭(Matchging)"이라고 한다. 이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시작장애우의 성격과 직업, 걸음걸이(속도나 보폭)와 안내견의 특성(견종, 크기, 습관 등)을 맞추는 일이다. 시각장애우와 안내견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동반자로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안내견 분양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특성에 맞춰 짝지워진 안내견과 시각장애우는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분양 후에도 조련사나 지도사들이 시작장애우의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추가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장벽 없어져야 자유롭게 활동
안내견이 하는 일은 길가에 있는 위험을 미리 감지해 시각장애우가 여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각장애우를 돕는 일이다. 시각장애우와 같이 행동하면서 시각장애우가 갈 수 있는 길과 피해야 할 장애물을 대신 판단해주고, 위험을 감지한 주인이 적절한 지시를 내릴 때까지 기다려서 행동한다. 바로 이점이 시각장애우가 흰지팡이를 사용할 때와의 다른 점이기도 하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우가 건드리는 물건만을 감지하지만 안내견은 주인 대신 주의의 사물을 살펴 모든 위험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우가 흰지팡이를 짚고 길을 갈 경우 보통 바닥과 접해 있는 위험물만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안내견은 바닥에는 없지만 주인이 지나가지 못할 높이에 방해물이 있다면 그 앞에서 주인이 위험을 느끼고 옆이나 뒤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 또한 시각장애우가 빠질 수 있는 웅덩이나 올라가야 할 계단, 차도 앞에서도 주인이 방해물을 느낄 수 있도록 멈춰 선다.
그러나 시각장애우에게 안내견이 있다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도나 계단과 같은 구체적인 장애물들은 안내견의 도움으로 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는 건물이나 상가, 음식점 등은 안내견의 출입을 금하고 있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도 이용하려면 오랜 시간 애를 먹어야 한다.
안내견을 애완용 개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안내견은 주인의 허락 없이는, 움직이거나 소리도 내지 않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에 영업을 방해하거나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일은 없다. 또한 시각장애우가 활동하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음식물 섭취도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간에만 하고, 대소변도 정해진 시간에만 하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2천년까지 60두 분양예정
"안내견은 처음 교육을 받을 때부터 철저히 시각장애우를 위해 봉사하도록 길들여집니다. 음식에 대한 욕심도 없고 길을 가다가도 다른 것에 한눈을 팔지 않도록 교육받죠. 일반인들이 간혹 길에서 시각장애우와 안내견을 만나면 다음과 같은 점을 숙지해야 하는데 첫째는 시각장애우의 허락 없이는 안내견을 만져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안내견이 시각장애우를 보호하는 일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또 하나는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은 안내견에게 음식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음식에 대해 욕심부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교육하기는 하지만 한 번이라도 사료 이외의 음식에 맛을 들이면 시각 장애우를 안내하다가 음식을 쫓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삼성안내견 학교 남동현(34세)대리의 부탁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맹인안내견을 시각장애우가 갖는 사치품이나 애완견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안내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갖는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동물천시 사상이 더해져 시각장애우가 안내견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러나 안내견은 앞이 안보이는 시각장애우가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협조자이다.
삼성안내견센터는 2000년까지 60두 정도의 안내견을 배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내견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없어지지 않는 한 안내견이 늘어난다 해도 시각장애우의 활동은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장애우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면 안내견의 발길을 막는 각종 마음의 장벽을 깨고 친근한 친구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할 것이다.
글/ 서현주 객원기자
* 안내견은 처음부터 음식에 대한 욕심도 없고 길을 가다가 한눈 팔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된다. 또 분양후에도 조련사나 지도사들이 시각장애우의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추가교육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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