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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 베일에 쌓인 고속도로 장애우편의시설

편의시설 설계 기준안 공개하지 않는 고속철도공단

본문

[초점]

 

베일에 싸인 고속도로 장애우편의시설


편의시설 설계 기준안 공개하지 않는 고속철도공단

 

 

 

  우리나라 최대의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건설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 92년 6월 제대로 된 설계도도 없이 천안-대전간 시험선구간 착공에 들어간 경부고속철도건설은 공사기간연장, 애초에 예상보다 3배에 가까운 예산 폭등, 부실공사 논란 등으로 현재 1999년 시험선 운행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계획대로 내년에 들어올 TGV(테재배)열차는 언제가 될 지도 모르는 완공을 기다리며 충북 오송궤도기지에서 잠을 자야 할 형편이다. 결국 고속철도건설을 둘러싼 문제의 심각성은 지난 6월 23일에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김한종 이사장이 경질되고 후임에 국토개발연구원 유상열 원장이 임명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에 의해 2004년에 완공될 것으로 발표되고 있는 고속철도는 21세기의 철도와 고속도로의 주요장거리 대체교통수단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따라서 지하철 등 기존의 대중교통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우들의 관심사는 고속철도의 장애우편의시설에 쏠려 있다. 도대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건국이래 최대 사업, 경부고속철도와 TGV의 장애우편의시설은 어떻게 설계되고 있나.

  ▲장애우편의시설

 

 

 

 

 

1등실에 2개의 장애우 전용석과 전용화장실 설치
 

  국내에 들어올 총 12대 중 이미 2대가 제작 완료되어 현재 프랑스에서 시험가동 중인 TGV의 장애우편의시설에 대해 고속철도공단의 안정호 운송부장은 "앞으로 국내에서 운영될 TGV는 1등실에 휠체어보관을 위한 공간이 확보된 2석의 장애우전용석과 장애우전용화장실이 설치돼 있으며, 출입구에는 승강기가 설치될 것"이라고 말한다. TGV가 얼마 전 철도청에서 증차한 무궁화호의 장애우전용칸의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TGV의 운행은 철도청에서 맡게 될 것으로 운임체계도 현재의 열차운임체계와 같은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즉 일반운임이 항공요금의 70%에서 정해질 예정인데, 장애우의 경우는 일반석요금을 기준으로 50% 할인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TGV의 935개 좌석 중에 단지 2석만을 휠체어장애우를 위한 자리로 마련한 사실을 두고 전용좌석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논란도 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기존의 지하철이나 열차의 경우를 비추어 볼 때 장애우들의 관심은 열차 내 장애우전용석의 설치여부보다는 고속철도 역사의 편의시설이 어떻게 마련되어 있느냐에 쏠려 있다.

 

 

전문가와 장애우계 의견 반영 안된 편의시설 설계기준

 

  고속철도공단은 고속철도역사의 장애우편의시설설계기준을 이미 마련했다. 그러나 공단은 장애우편의시설설계기준이 포함된 「역사설계기준」을 공개할 수 없다는 내부방침을 세우고 있어 고속철도역사의 장애우편의시설이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공단의 조순형 건축과장은 "고속철도역사의 「장애우편의시설설계기준」은 현재 「장애인편의시설설치 및 설비에 관한 기준형」과 외국례를 참조하여, 자동보도, 장애우용 화장실, 전용주차장, 유도블록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으나 내용은 내부지침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고속철도건설이 2백여 건에 달하는 만원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연장되고 예산증액 율이 늘어났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공단에는 이같이 많은 만원을 의식하면서도 이를 체계적으로 풀어나갈 전담창구조차 없는 실정이다. 결국 공사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는 원인을 만원의 탓으로 돌리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정부와 건설교통부의 눈치만을 보면서 여론에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애우편의시설의 경우는 국내 장애우의 실정과 전문가의 참여를 통한 세심한 배려와 전문적인 설계가 필요한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장애우편의시설설계기준」을 마련하면서 의견수렴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우편의시설 전문가인 강병근 교수(건국대학 건축공학과)는 "3기 지하철이나 영종도 신공항건설의 경우 장애우편의시설설계에 대한 자료제공과 검토를 요청해서 이미 자문위원회의를 통한 검토를 마쳤으나, 경부고속철도는 자문을 요청한 적도 없고 설계기준도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고속철도건설이 다른 국책사업보다도 더욱 폐쇄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강 교수를 비롯한 장애우편의시설 전문가들은 "이미 설계기준이 마련된 상태에서 민원이 제기되면 무리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공단의 입장에 대해 내년 4월이면 새로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편의증진법」의 시행령이 마련되어 어차피 다 뜯어고쳐야 할 상황인데다 설계단계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을 경우 민원을 수렴해서 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국내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검증없이 외국의 사례만을 참조하게 되면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이라도 국내 전문가와 장애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효율성과 타당성을 검증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글/ 박숙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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