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시설 건립반대, 잇단 제동 > 기획 연재

최근 장애우 시설 건립반대를 주도한 경남 함안군과 부산 기장군 행정관청에 위법판결이 내려지는 등 장애우시설건립 반대 움직임에 잇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장애우시설 설립반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지역이기주와 행정부의 대응을 살펴보았다. 

장애우시설 들어서면 인근공원 투자 감소된다며 반대

  부산의 박범수 할머니는 지난 91년 작고하면서 삯바느질 등으로 평생 모은 2백억원의 재산을 마산천주교구에 기증했다. 그 기금으로 설립된 범숙재단(대표 김용백)은 3년 전 정신지체인 동생을 둔 한 천주교 신자가 정신지체인을 위한 시설을 건립해달라며 기증한 경남 함안군 인근의 부지 3천2백㎡에 재단 기금 1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로사의 집"을 건립하기로 했다.

  부입을 매입하기 전 범숙재단은 시설 설치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함안군청에 타진해보았고, 당시 함안군청측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해왔다. 이에 따라 재단은 곧바로 장애우복지시설 설치허가신청서를 함안군에 제출했다. 그러나 돌연 함안군측은 범숙재단의 장애우복지시설 설립 신청에 대해 불허처분을 내렸다.

  그럼 왜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함안군청측이 범숙재단의 시설설립 신청을 불허할 것일까?
  함안군측은 범숙재단이 신청한 땅이 함안군이 설립 예정인 입곡공원에서 6백미터 떨어진 지역이기 때문에 장애우 관련 시설이 들어서면 공원에 투자가 감소될 우려가 있고, 군내 대부분의 장애우는 가족과 더불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단 수용시설 건립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범숙재단은 불가피하게 함안군(군수 조성휘)을 상대로 "장애인 시설 불허가에 대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심판을 경상남도 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권경석 행정부지사, 이하 심판위)에 청구했다. 심판위는 5월 17일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함안군내에 정신지체인을 위한 복지시설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장애우복지시설설립이 시기상조라는 함안군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으며, 범숙재단이 제출한 함안군민 5천1백96명이 복지시설이 필요하다고 서명한 서명록을 볼 때 복지시설 설치에 대해 전체 군민들이 반대하는 상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또 로사의 집의 진입로 문제 역시 범숙재단이 입곡군립공원을 통하지 않은 다른 진입로를 계획하고 있어 공원에 대한 피해도 인정할 수 없다."

  특히 심판위는 판결문 마지막 부분에서 "함안군은 장애인복지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바와 같이 "장애우에 대해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과 자활을 위해 노력해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도외시한 것은 위법"이라고 밝힘으로써 더 이상 함안군은 범숙재단의 장애우복지시설 설립을 반대할 수 없게 됐다. 

부산시 기장군수 시설설립 방해협의로 경찰수사

  한편, 부산시 기장군에서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건립추진중인 장애인직업전문학교의 최종 입안 승인 결재를 미루고 있어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특히 이 직업전문학교는 영남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우를 위한 공공직업훈련시설로서 전국에 두 곳 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건립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있어 왔다.

  또한 정신요양원 건립을 위해 시설용도변경 신청을 한 "욥의 마을"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집단반대한다는 이유로 오석규 기장군수가 군청직원을 동원하여 포크레인 기사에게 수갑을 채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부산시 해운대 경찰서는 지난 6월 18일 오규석 기장군수를 방문조사한 후 다음과 같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시공중인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한 협의, 법적 효력이 있는 심판권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신청사안을 유보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 불법체포 감금행위를 한 혐의로 오규석 기장군수를 불구속입건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의 민원을 아무런 여과없이 받아들인 지방자치단체가 비단 함안군청과 기장군청만은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행위를 시정토록 하는 따끔한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경남행정위원회의 시설건립반대 위법 판결은 장애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님비현상과 그에 편승한 행정기관의 소신없는 행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경상남도행정심판위원회의 판결을 계기로 좀 더 성숙한 지방자치문화가 정착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