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장애우복지, 이제 자치단체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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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장애우 복지,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진다
지방자치시대, 복지부문 중간점수는 몇 점?
95년 6월 지방의회의원 선거, 자치단체장 주민직선으로 포문을 열었던 지방자치제가 이제 실시 3년째로 넘어가고 있다.
지자제 출범 당시 23명의 장애우 기초광역단체의원이 탄생하고 장애우관련 각종 공약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었으나 중간지점인 2년을 넘긴 현재 눈에 띄는 복지개선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의 장애우복지를 중간 평가해 본다.
13% 안에서 찾아야 할 새로운 세상
95년 6월 27일, 선거권이 있는 국민이었다면 네 장의 투표용지를 가지고 여러 시도지사와 구청장, 시군구 의회의원 후보들 가운데 가장 마음이 가는 이름 아래 기표를 했을 것이다. 그것이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시작하게 한 "거사"였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지방자치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에게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공무원들의 전체 업무 가운데 자치단체가 재량껏 하고 있는 업무비율은 불과 13% 중앙정부에서 위임받은 업무비율이 아직까지도 절대적이다. 또 재정자립도도 94년의 경우 평균 70%에도 못미칠 정도로 낮아 지역실정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펼 수 있는 뒷심을 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자체 실시 이후 단적으로 달라진 점이라면 선거를 통해 선출되면서 단체장이나 의회 의원들이 주민들을 대하는 자세가 한결 적극적이고 부드러워졌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소수의 목소리라도 다음 선거에 분명 "표"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게 됐다. 그러나 집단이기주의적인 주민들의 요구에도 다수의 목소리라면 중심없이 끌려다니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95년 지자제 선거를 전후해 건립이 추진됐던 대전 서구청의 장애우복지회관(현 서구 건강체련관)의 경우가 그렇다. 설립을 요구하는 장애우단체측과 지역주민의 극렬한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구청장이 바뀌면서 복지행정에 대한 기본원칙을 세우고 주민들을 설득하기보다 다수의 지역주민들의 의견에 승복해버렸다. 그래서 결국 부지를 옮기고 장애우시설이 아닌 건강체련관으로 간판을 바꾸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 안산시에서는 시당국이 모처럼 의지를 가지고 장애우자립장을 지역중심지에 건립하고자 했던 사업에 대해 시의회가 더 외진 곳으로의 이전을 제안하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지역장애우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안산시의회는 마지못해 자신들의 입장을 철회해서 원래 부지에 설립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시와 의회의 알력싸움이나 분란이 지역복지를 조율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러나 한 조사결과 주민들은 자기 지역에 장애우시설(17.6%)과 경로당시설(13%)이 들어서는 것이 가장 싫다고 답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장애우시설건립을 반대하며 집단적인 표몰이행사로 위협하는 주민들의 이기적인 행태와 이에 끌려다니는 지방정보의 모습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알아내느라 분주해진 공무원들
지자제 출범초기 자치단체들은 지역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몰라 사업의 방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몇몇 자치단체들은 기초적인 지역주민들의 욕구 및 의식조사사업에 착수해야 했다. 특히 장애우부문에 있어서는 그 정확한 수조차 파악이 안돼 서울시와 과천시는 우선 전수조사를 기본으로 장애우 수부터 알아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사회복지기초욕구 조사를 동시에 실시해 그 결과에 근거해 앞으로 복지사업계획을 잡아나갈 방침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제시하는 전국 장애우들의 일반적인 욕구를 보면 생계보조수당 지원을 높여달라는 욕구가 가장 높고, 의료보장, 직업교육 취업보장, 복지시설이나 보장구 부문이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을 기본으로 하자면 자치단체의 한계를 뛰어 넘는 지적과 요구들이어서 지방공무원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장애우생계보조수당의 경우 지방정부는 4만 5천원의 국고지원비 외에 자체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5만원 안팎의 수당을 더 얹어주는 것으로 그나마 지역장애우들의 욕구를 채워주려 하고 있다. 또 청주시의 경우 부부가 모두 장애우인 세대까지 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충북은 이륜자동차관련부분까지 감면하는가 하면 포항은 장애우 등 생활보호대상자들을 가정도우미로 채용하고 제주도는 저소득장애우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 차량 관련 각종 국세의 감면제도나 의료관련 보호범위 확대를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는 권한 밖의 일이라 속수무책이다.
대전시는 올해 3월초 정부가 청각장애우를 대상으로 팩스보급을 확대하고 장애우 휴대폰과 차량 관련 각종 국세의 감면제도를 실시하자는 내용의 건의서를 행정쇄신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대전시 사회과 관계자는 "중앙정부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아니디어제안제도를 마련해 특진포상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으나 보다 빠르고 직접적으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행정쇄신위원회에 건의를 하게 됐다"며 "휴대폰의 경우 건의서 제출 직후 중앙에서 세금감면조치가 내려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 외에 한정된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어디까지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복지담당 공무원들에게 떨어졌다. 송파구청의 장애우복지담당 배근진씨는 "현재로서는 다른 구에 비해 복지부문의 예산이 많은 편이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복지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하기가 어려워 조만간 구차원으로 구민들의 복지욕구를 조사해 중장기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자제 이후 늘어난 사업들은 대부분 예산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 것이 많다. 문제는 아이디어.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가구의 사연들을 묶어 책을 펴내 후원자들과 연결시키고 있는 송파구의 "송파 한 가족" 사업의 경우 94년 실시 이후 6억2천만원의 결연성과를 낳았지만 구청의 예산은 별로 들지 않았다. 입소문을 듣고 제주도에서 배우러 오기도 했다. 또 관악구의 경우 관내 저소득층을 대상을 이사나 도배를 무료로 해줄 때도 인력이나 물품을 업체나 자원 활동단체들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그렇게 예산은 많이 들지 않으면서 성과는 좋은 사업모델에 대한 얘기들은 경쟁적으로 다른 자치단체로 퍼져나간다. 그런 정보들은 주로 단체장들 모임에서 활발하게 교환되는데, 그 다음날로 자기 지역에서도 실시할 것을 단체장들은 담당자들에게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재임기간이 다음 선거를 대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되도록이면 많은 성과와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소수의 요구라도 그것을 행정의 중심으로 하고 주민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지방자치의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복지, 이제 지방자치단체의 손에 달렸다
지자제가 실시되기 전 전문가들은 그것이 장애우복지발전과정에 오히려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일단 미세한 개선의 조짐들이 눈에 띈다. 취임 초기에는 공약 중에 그 성과의 진척정도가 쉽게 눈에 드러나는 사업만을 중점적으로 추진했으나 이제 복지부문에도 보다 많은 관심이 돌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방장애인복지위원회와 같이 장애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안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일에는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시들한 태도다.
장애인복지법상에 중앙장애인복지위원회와 함께 설치가 명시되어 있는 지방장애인복지위원회는 지역 내 장애우복지업무에 있어서 장애우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원활한 업무협의를 위해 기본적으로 설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조차 사회복지심의 위원회의 한 부분영역으로서만 장애우복지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서울시의회는 올해 4월1일 전국에 처음으로 "장애인복지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의사계 관계자는 "12인으로 이루어진 이 위원회는 예산배정이나 구체적인 운영체계는 아직 안잡혔지만 앞으로 장애우복지개선을 서울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복지를 푸는 가장 큰 해결고리인 재정문제는 지방정부를 난감하게 하는 골치 아픈 숙제거리다. 그 대안으로 지역주민들이 수긍하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지방세를 신설해 재정자립도를 높여가는 지방정부의 노력과 함께 중앙정부도 지원의 폭과 수위를 높여 그 부담을 보다 많이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방정부에서까지 생계보조수당지원의 책임질 필요없이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최저생계보장이나 장애우연금과 같은 생활수당은 중앙정부에서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대상자를 선정하고 급여만을 관리하는 체계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3월 통과된 편의증진법에서는 자치단체 내 편의시설의 설치 및 운영의 관한 지도 감독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의 위임하고 있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에서 이 법안 시행에 어떤 자세로 임하게 될 지는 미지수이다. 분명한 것은 지역주민 가운데 결코 적지 않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과 장애우, 아동과 같은 이동약자들의 실제적인 생활편의를 보장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인가는 지역복지에 대한 자치단체에 의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7월 개통될 대구지하철에 편의시설 설치를 위해 조례를 개정한 대구시의회의 경우와 법안 실시 전 편의시설 전면조사에 나선 부산 북구청의 움직임에서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까지의 2년이 지자제 시대의 틀을 잡아나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남은 2년 1기 지방자치시대의 성과가 마무리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95년 이후 해가 갈수록 지방정부가 내놓은 사회복지시책들이 내용이나 양에 있어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방자치시대에 그래도 희망을 갖게 한다.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늦출 수 없는 이유가 바고 여기에 있다.
글/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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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현수 (제주도 지체장애인협회 기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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