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 2년, 예산 뒷심없어 허약한 자치단체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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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직선투표로 본격적인 지방화시대가 열리게 된 이래 올해 6월로 지자제 실시 2주년을 맞게 되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른 고용 교육 의료 복지서비스 등 분야별 과제와 전망을 살펴봤던 95년의 정책토론회에 이어 지난해에는 조례를 중심으로 자치단체의 입법현황과 문제, 그 개선책을 점검한 바 있다. 이번에 함께걸음은 지자제 실시 이후 달라진 각 지역 복지현황을 복지예산의 변화추이를 통하여 점검하고자 전문가 좌담을 마련하였다.
일시 1997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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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연구소가 지난해 지방의회 출범 후 새롭게 제개정된 사회 복지관련 조례를 중심으로 지망자치제 실시 이후의 구체적인 개선상황을 점검한 데 이어 올해는 개괄적이나마 사회복지예산, 그 중에서도 장애우복지예산에 있어서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왕에 있는 예산이 올바른 쓰여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올바른 예산확보방안과 예산집행에 대한 대안들을 논의해봤으면 합니다. 우선 일반적인 지방자치제 2년을 평가해보죠.
전광현 워낙 국가 전체적으로 사회복지 수준이 낮기 때문에 지자제 실시 2년만에 구체적인 사회복지변화를 분석한다는 것이 사실 무리가 있더군요. 그런데 우선 부천지역의 경우를 보면 95-96년의 사회복지예산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대신 보건 및 생활환경개선 부분이나 주택 및 지역사회개발 쪽은 예산이 늘어났더라구요. 아무래도 자치단체장을 선거를 선출하다보니 공약이나 초기 중점사업들은 그 성과가 눈에 보이는 부문에 치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박시하 지방자치제가 실시됐다고는 하지만 현재 전체적인 행정의 기본 틀은 중앙정부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방정부는 위임사무를 집행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5백억원대의 장애우복지기금을 만들 때 일각에서는 오히려 서울시 장애우들이 예산이 필요한 정책사업을 요구할 때 뭐든지 그 기금에서 사용하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오히려 예산이 줄어드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지와 의욕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해도 이렇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문제 등이 아직 정립이 안되고 있어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가 생기는 것이 문제입니다.
김자원 단적으로 사회복지사의 복지수당이 서울시는 10만원이 넘고, 강원도 5만원, 어느 지역에서는 3만원이니까 적지 않은 차이죠. 그 외에 복지관지원예산 비중이나 보수면에서 지역간의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되면 전문인력확보 면이나 종사자 사기 면에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강원도의 경우 장애우복지업무가 여성복지국으로 이전하게 되었는데 지방자치제실시 이후 장애우복지체계도 아직 안정적 단계가 아니라 계속 틀거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병오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개발비 같은 경우 총세출의 50% 가까이 되고 있고 일반 사회복지예산은 대개 10%미만인데, 지방자치제 실시로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사회복지부문보다는 특히 지역개발에 대한 요구를 하는 경향이 오히려 더 강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 이제까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재정자립도나 중앙정부의 위임사항을 처리하는 기능적인 한계 때문에 자치단체가 단독으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예산을 운영해나가기에는 아직은 어려움이 있어 사회복지예산 부분도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박 의원님, 지자제 실시 이후에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지역주민들이 예전에 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은 많이 늘어났나요.
공무원과 의회의원의 의욕과 관심 두드러져
박시하 예를 들면 최근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시의회에 장애인복지대책특별위원회가 구성이 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위원회와는 달리 위원장 인선에 있어 전문성보다는 정당 차원의 고려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 보면 의원들부터는 인식의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일반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모습도 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정신지체인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활동을 한 결과 그룹홈에 대한 예산지원을 받아내기도 한 것처럼 요구가 있는 계층이 자신들의 의사표현을 하려고 하면 예전보다는 더 가깝고 직접적인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 셈이죠.
전광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 사회복지서비스를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거나 거기에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찾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시공무원이나 의회의원들의 관심이 증대된 것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예전에 부천경실련에서 시예산 편성에 대한 문의를 하니까 시 기획과장이 직접 나와서 예산편성내역에 대하여 브리핑을 해줬는데, 그런 사례는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사회 현재까지 나타난 모습만 보면 적극적인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아직 미흡한 것 같군요. 그간 예산은 많이 늘어났나요?
조문순 장애인복지예산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의 연차별 세출규모를 보면 사회복지비용이 포함된 사회개발비가 92년에 전체규모 중 9.7%, 95년 8.1%, 97년 8.9% 차지하는데 반해 경제개발비가 각각 18.6%, 22.3% 25.4%를 자치하고 있어 아직도 복지비용의 규모와 그 증가율은 경제개발의 뒷전에서 미미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정부에서는 한정된 사회복지비를 장애우, 노인, 아동 등에 떼어주는 식이기 때문에 장애우복지예산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복지분야의 예산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규모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전남의 경우 전체 예산규모 중 사회복지비와 지역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0.14 대 0.2로 나타나고 있어 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일수록 지역개발에 쏟는 예산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 현재 어쨌든 다른 사회복지부문 예산이 15-20%씩 늘어난 것에 비하면 장애우부문에 있어서도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30-40%씩 늘어나면서 예산이 비교적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늘어난 예산이 어떤 부문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고, 어떻게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자치단체가 오히려 시설예산비율 더 높기도
전광현 95년 지자제 실시 이후에 점차 시설복지보다는 재가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재가장애우복지센터같은 프로그램을 하려고 해도 우선 적합한 시설이 필요하니까
하드웨어적인 시설건립예산에 지출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지방자치제 실시가 재가복지에 관심을 불어넣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병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우들의 복지욕구 가운데 생계보조수당에 대한 욕구가 38% 정도로 가장 높고, 의료보장이 21%, 직업교육이나 취업보장이 11.6%이고, 그 다음으로 복지시설이나 보장구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시설건립이라는 것이 지역복지를 위한 기초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라는 입장에서 건립되는 것이겠지만 시설장애우들은 전체 등록 장애우인구의 3.4%인데, 예산 비율은 복지예산의 60-70% 가까이 차지하고 있거든요. 앞으로는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전문가나 지역의원들이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거쳐서 대안을 가지고 장애우문제를 바라보면서 지역단위의 복지모형에 대한 연구의 연결선상에서 장애우복지모형도 추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찬애 도봉구 인구 수는 38만 명인데, 97년 현재 등록장애우 수는 2천96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죄송스럽게도 올해 장애우복지예산이 8백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거의 장애인의 날 행사지원비로 쓰이고 있는 형편이고, 나머지 부문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죠.
특히 지역내에 제대로 된 장애우종합복지관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인건비지원과 같은 예산도 없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서 더 낮은 상황입니다. 사무실을 무료로 임대해달라는 요구는 간혹 있었는데, 다른 관변단체들에서는 단합이 잘 돼서 표에 대한 영향력을 의원들에게 인지시켜서인지 동사무소 건물을 나눠서 쓸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장애우단체들은 그렇게 힘을 합쳐 성과를 얻어내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더라구요. 장애우들의 목소리가 현실 개선에 실질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는 조직과 단결이 첫째로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광현 복지관과 같은 건물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요구지만 당장 대부분의 장애우들은 생존자체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생활에 대한 것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생계보조수당액수 등을 결정하는 권한은 중앙정부의 소관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는 주민들의 욕구가 정확하게 분출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김자원 아직도 지방에는 장애아부모들이나 장애당사자들이 장애를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담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복지관에서 가정실태조사같은 걸 해보면 욕구들은 많은데 그 목소리들이 정책집행이나 계획수립과정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거든요.
출구 찾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의 욕구
사회 욕구가 워낙 많으니까 목소리를 낼 엄두조차 안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 강원도의 구체적인 예산은 얼마나 됩니까.
김자원 강원도의 경우 96년도는 추정예산까지 35억1천3백만원이었고, 97년도는 총액만 50억 정도인데 영동에 시설을 하나 짓는 비용 때문에 규모가 늘어났습니다. 예산이 늘어난 요인 중의 또 하나가 정부에서 장애우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점차 인상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2년째 18% 정도씩 인상되고 있어요. 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그 도의 지원비도 늘어나고 있고요.
박시하 올해 서울시의 장애우복지예산이 5백60억 정도 되는데, 작년에 비해서는 55%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서울시 전체 예산 9조 3천억원 규모니까 0.6%인데, 94년도는 0.25%, 95년도는 0.3%, 96년도에 0.4%로 보자면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점은 성과죠.
사회 예산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분명하지만 쓰이는 방향이라도 올바르게 쓰여진다면 장기적으로 희망을 가질 수가 있을텐데, 여전히 수용시설에 대한 지원이 양적으로 보면 훨씬 많다는 건 문제가 아닐까요.
정병오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예산이 절대액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95년까지 서울시에 등록된 장애우 수가 5만4천명이고 추정장애우인구 수가 15만명 정도 되는데, 의료비지원예산은 5천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예산편성에 나타나는 기본적인 불균형 상태는 이런 상황이죠.
사회 올해 통과된 장애우편의증진법 같은 경우 그 실질적인 해답은 각 지방자치제에서 쥐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애우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과제가 이제 지역사회에서도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예산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전광현 부천경실련에서 장애인의 날 행사 중에 장애인체험대회를 하면서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직접 해보니까 참여한 시민이나 시의회의원, 공무원들이 장애우의 불편함을 피부로 느끼면서 놀라더군요.
사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잘 모르니까 당사자들이 구체적인 것들을 제시하고 알려주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더 필요합니다.
최찬애 의정에 목소리를 가장 빨리 반영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국회의원, 시의원, 지역의원들까지라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의원들도 각 계층의 상황을 막연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당사자들이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제시를 해나가야 합니다.
전광현 이제는 운동을 통해서 성과물을 얻어내는 것보다 전문가, 공무원과 함께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병오 국고보조금이 너무 세분화되고 완전히 사업단위로 되어있는데 통합정리해서 집행의 자율성을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역상황에서 봤을 때 쓸데없는 사업도 집행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는 만큼 지역별 수준을 고려한 차등보조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겠죠.
전광현 최근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정신을 보면 생산적 사회복지, 한국형 사회복지라고 해서 너무 개인적인 면만을 너무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버산업이 좋은 예가 될텐데, 물론 효율성은 있겠지만 민간이나 개인에게 복지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넘기지 말고 공적인 서비스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겠죠.
사회 사회복지의 절대 액수가 부족하여 자치단체의 특성에 맞는 복지를 실현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한 적은 예산이지만 지역의 장애우욕구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텐데 여전히 많은 부분은 시설운영비로 쓰고 있어 예산의 올바른 집행도 다시 한번 고려되어야 할 사항으로 드러났습니다. 복지에 쓰이는 "돈"을 중심으로 본 지방자치제 2년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조금씩 자치단체마다 사회복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현실로 볼 때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년 이맘때는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만들어지고 있는 "장애인복지 장·단기 계획안"을 중심으로 평가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정리/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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