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현장이야기 1] 유급 자원봉사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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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 이야기]
유급 지원봉사 시대가 열렸다
서울시 가정도우미 제도의 이모저모
노인과 장애우의 가려운 곳 긁어주는 7백 명의 도우미들
서울시에서는 현재 민선자치시대를 맞아 돌봐주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우 가구의 생활편의를 위해 96년 4월부터 가정도우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가정도우미란 쉽게 말해 유급자원봉사자라고 보면 된다. 즉 서울시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가정도우미를 모집해 인력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나 장애우 가정에 지원해 주는 것이다. 가정도우미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을 근무하게 되는데 보통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 가정도우미들은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26,400원씩의 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96년 12월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정도우미는 모두 587명으로 그 중 남자 도우미가 4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30대에서 40대의 가정주부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작년까지 서울시에서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혜대상자는 65세 이상의 거택, 자활보호노인들이거나 60세 이상의 저소득 노인 중에 부득이하게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경우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작년 한 해 동안 가정도우미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본 결과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올해 3월부터는 등록된 1급 장애우 중 거택, 자활보호자에게까지로 수혜범위를 늘렸다.
따라서 도우미의 수도 587명에서 700명으로 늘어나게 됐고, 현재 서울시에 사는 장애우 가구 중 150가구 정도가 가정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정도우미들은 25개 자치구에서 구의 실정에 맞춰 모집한 봉사자들이다.
"도우미를 모집할 때 나이는 30대 중반 이상으로 선발해요. 그래야 할머니들이나 장애우와 대화가 되니까요. 자원봉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구요. 일주일에 5일을 근무하니까 고정적으로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봉사한다는 마음 자세를 가진 사람을 위주로 모집하죠."
은평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정도우미를 책임지고 있는 박영숙(36세)씨의 설명이다.
모집된 도우미들은 보통 4명에서 8명이 한 팀을 이뤄 한 팀이 서너 동을 담당한다.
가정도우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담당가구를 방문해 장애우들의 가사노동을 대신해 주거나 노인들의 목욕과 용변 수발, 외출할 때 동행하기, 이발 등의 일을 하게 되는데 이런 일은 도우미와 가구주 사이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도우미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우미 일을 하기 전엔 간병인 일을 했어요. 간병인 일을 했던 게 도우미 일에 많은 도움이 돼요. 수혜대상자 집에 가서 빨래나 점심을 챙겨드리고, 안마를 해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죠. 그런 일은 보람도 있고 좋은데, 가장 힘든 건 할머니들이 저희를 믿지 않을 때예요. 어떤 할머니는 일을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며 명령하실 때도 있어요. 물론 서울시에서 돈을 받고 하는 일이긴 하지만 할머니들이 몰라주실 땐 이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아요."
영등포구에서 가정도우미 일을 하는 한정희(50세)씨의 말이다.
강남구 수서동에서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는 권현순(51세)씨는 가정도우미 일에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도우미로 노인들을 방문하다 보면 힘도 일도 많지만 그런 때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해요. 저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제대로 모셔보지 못했거든요. 내 부모도 아닌 노인분들의 대소변까지 받아내는 일이 쉽지 않지만 "돌아가신 부모님께 못한 일을 이 할머니께 해드린다" 하는 생각으로 일하면 그런 대로 견딜 만 하고 또 그렇게 일을 해가면서 만난 노인분들에게 정도 많이 들어요."
올해부터 가정도우미 제도가 장애우 가구에 확대 실시됨에 따라, 노인가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을 느끼는 장애우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게 됐다.
생활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환경을 돌봐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우미제도가 확대돼 어렵게 사는 장애우 가구에도 도움을 주게 되면서 은평구에서 일하고 있는 양순자(48세)씨는 자신이 찾아가는 장애우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제가 돌보는 장애우는 이동석이라고, 31살인데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1급 장애우죠.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니까 내가 가서 빨래나 집안 일을 돌봐줘요. 편지 쓴 것도 붙여주구요. 착하고 순수해서 마치 내 아들을 돌보는 것 같아요…. 전 원래 입주해서 가정 일을 돌보는 일을 했는데 지금은 하루 8시간만 일하니까 가족들과 같이 지낼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니까 보람도 있구요."
30대 이상을 주로 선발
그럼 가정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는 수혜대상자들은 가정도우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수서동에 사는 김갑동(72세) 할아버지의 경우, 할머니랑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는 동사무소에서 실시하는 취로사업을 나가실 때가 많고, 매일 집을 지키며 지내는 할아버지는 점심식사를 혼자서 차려 드셔야 한다.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한끼지만 혼자서 준비해서 먹는다는 것이 보통 큰 일이 아니었는데 가정도우미 제도가 실시되면서 걱정이 없어졌다고 한다.
"도우미들이 번갈아 가면서 오는데 매일 와서 점심을 차려줘요. 무릎이 아파서 힘들어하면 다리도 주물러주고, 다리 주물러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니까 하루에 한두 시간씩이지만 그나마도 적적하지 않아서 좋아요."
김갑동 할아버지처럼 식사를 챙겨 드려야 하는 가정에는 한두 시간이라도 도우미들이 매일 찾아간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렵지 않은 가구들의 집에는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씩 들러 밀린 빨래나 청소를 해주고 병원에 가는 등 외출을 같이 해주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살고 있는 장애우 이옥자(57세)씨의 경우가 그렇다. 이옥자씨는 5급 장애를 가진 장애우지만 1종 생활보호대상자여서 작년부터 도우미의 봉사를 받고 있는데 웬만한 일은 혼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병원에 가는 날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병원에 가려면 차를 타고 가는데 장애우라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잡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도우미가 오고부터는 전보다 병원에 가기가 수월해졌어요. 차를 타기도 쉽고 택시가 안잡혀도 혼자서 어쩔 줄 몰라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다 낯선 사람들인데 옆에 한 명이라도 있어주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또 서류가 필요해 동사무소 같은 데 가는 일도 대신 해주니까 훨씬 편해졌어요."
가정도우미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나 몸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우들의 생활편의를 위해선 꼭 필요한 봉사자들이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도우미들이 서울시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이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서나 활동할 수 있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글/ 서현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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