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현장이야기 2] 휠체어 타고 기차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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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 이야기]
"휠체어 타고 기차여행을 떠나보세요"
철도청 4월부터 장애우용 객차수 증량 운행
일반좌석보다 넓고 휠체어 보관장치도 구비
휠체어 바퀴를 두 다리 삼아 생활해야 하는 장애우 김동훈씨(32, 서울 노원구 상계동 거주)는 얼마 전에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조각 기사를 보고 마음이 밝아졌다. 장애우를 위한 전용 열차가 경부선을 비롯해 전국 5개 노선에 확대 운행된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승용차를 몰 수가 없는 김 씨는 고향 친지들을 방문해야 할 때나 지방을 여행하고 싶을 때 남들처럼 편리하게 열차를 이용하고 싶었다. 장애우용 객차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시간이나 노선이 너무 한정돼 있어 그때마다 대부분 포기하고 말았었다. 사실 김 씨와 같은 휠체어장애우가 열차를 이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불편하다. 역에 가서 기차에 타기까지 과정에서도 수많은 계단을 건너야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들려서 기차에 올라서도 좁은 객차 공간 안에서 구겨지듯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김씨에게도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철도청이 장애우용 객차 운행을 개시한 것은 지난 94년 8월의 일이다. 그러나 경부선과 호남선에 하루 단 한 번 왕복 운행되었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가 만만치가 않았다. 거기에다가 그 복잡한 서울역에 접근한 뒤에도 열차가 있는 플랫폼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올해 4월 15일부터 철도청은 장애우용 무궁화호 객차를 10량, 경부선을 비롯한 5개 노선에 투입시켰다. 장애우 열차는 경부선 왕복 3회, 호남선 왕복 3회, 전라선 왕복 2회(주말에 1회 추가), 중앙·장항·충북선에 각각 왕복 1회씩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대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불편하다. 상대적으로 편성이 많은 경부선과 호남선의 경우 시간이 오전 오후대로 분산되어 있어 이용이 좀 나은 편이지만, 그 외 노선의 시간대는, 특히 상행선의 시간이 너무 이르거나 늦다.
"서울역에서 내려간 열차가 종착역에서 다시 그대로 올라오기 때문에 상행선 시간대가 이용에 불편이 있을 겁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이것은 차량 편성 특성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장애우 객차를 증차시키면서 이 문제가 다소 해소되겠죠." 철도청 수송과 담당자의 말이다.
이용실적은 거의 없어
장애우 객차는 열차 입구에 리프트 시설이 되어 있어 휠체어를 탄 채 열차 승차가 가능하다. 또한 일반 좌석보다 넓은 장애우 좌석(여섯 좌석) 옆에는 휠체어를 비치, 보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화장실 내부도 널찍하게 공간 확보가 되어 있고 안전 손잡이가 갖춰져 있어 이용에 편리한 구조를 갖추었다.
"외국의 열차와 비교했을 때 거의 유사한 구조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추가로 20량을 더 만들 계획인데, 가능하면 전 열차에 장애우용 객차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이용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점을 찾아 더욱 편리한 시설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차량국 객과 담당자의 설명이다.
현재 장애우 열차는 철도청의 관심과 좋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다. 원인은 장애우 열차에 대한 홍보 부족과 이용상의 어려운 점 때문이다.
서울역 여객과 직원에 따르면 이전에는 운행 시간이 적어 이용률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나, 최근에 확대 실시된 후로 이용객이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좀 더 많이 홍보가 되어야 이용률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문제는 막상 서울역에 도착했다 해도 플랫폼까지 도달하기가 "산 넘고 물 건너"라는 점이다. 대합실 내부에 장애우용 통로가 전혀 없기에 열차 타러 홈에 가기 전부터 철도 공무원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대합실 입구에 설치돼 있는 엘리베이터 옆의 인터폰을 누르면 담당 공무원이 달려온다. 그때서야 비로소 장애우용 엘리베이터가 작동된다.
장항선을 이용할 경우 엘리베이터로 바로 홈에 내려갈 수 있다. 그 외 경부선과 호남선 경우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 대합실로 올라가 다시 리프트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홈에 도착하게 된다. 이때도 담당 직원을 호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한다.
이런 복잡함 때문에 김씨를 비롯한 많은 중증장애우들에게 열차는 아직도 "갈 수 없는 나라"처럼 다가가기 힘든 교통수단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장애우용 시설이 전시용으로 전락하지 않는 길은, 철도청의 홍보 증대와 시설 확대는 물론 우리 모두의 관심 증대가 해답일 것이다.
글/ 김민경 (자유기고가)
[장애우용 객차시간표]
구 분 |
하 행 |
상 행 |
경부선(서울-부산) |
06:45, 8:45, 14:20 |
06:20, 16:42, 18:05 |
호남선(서울-목표) |
07:05 |
14:25 |
(서울-광주) |
13:05, 23:50 |
16:00, 23:45 |
전라선(서울-여수) |
07:35, 16:35(23:30주말) |
08:30, 15:30(23:45) |
장항선(서울-장항) |
12:50 |
18:30 |
충북선(서울-안동) |
17:20 |
07:00 |
중앙선(청량리-동대구) |
13:00 |
2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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