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현장이야기 4] 사랑으로 양념된 밑반찬을 배달해요
본문
[복지현장 이야기 4]
"사랑으로 양념된 밑반찬을 배달해요"
재가장애우들과 작지만 따뜻한 정성 나누는 그린회
장애우 가구에 밑반찬 제공하는 그린회
매달 첫째주 월요일만 되면, 강동구 고덕동 그린아파트 803호에 모여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순수한 자원활동자들로 구성된 "그린회" 회원들이 그들이다. 1986년 그린아파트에 사는, 한국은행 직원을 남편으로 둔 주부들 중 천주교신자 10명이 친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모임을 만든 것이 지금의 "그린회"다. "그린회"라는 이들이 사는 아파트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 회원 수가 36명에 이른다.
그린회는 작년 6월부터 재가장애우에게 밑반찬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웃에 사는 소년소녀가장들이 어린 손으로 아침마다 도시락 싸는 것이 안돼 보였어요. 몸이 불편한 장애우가 장을 보러 다니는 것도 그렇구요. 그래서 밑반찬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던 것이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연결이 돼서 지금은 "가정지원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린회 팀장 이종례(52세) 주부의 말이다. 처음 밑반찬지원을 시작했을 때는 재가장애우가정 다섯 가구를 지원했는데, 지금은 아홉 가구로 늘어났다. 지원을 하는 장애우가구가 늘어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도 생기게 마련, 그린회는 회원 한 사람당 매달 회비 3천원씩을 걷는 것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고 찬거리는 대형 유통센터에서 할인판매할 때 사다 놓는다.
그린회원의 대부분은 가정주부. 그래서 낮 시간에 장을 보고, 장애우가정을 방문도 하고, 또 지역의 복지관에 나가 자원활동도 한다. 한 회원은 "엄마가 자원활동하는 것이 보기 좋은가봐요. 우리집 꼬마가 일기장에 그린회 이야기를 썼더군요. 그걸 담임선생님이 보고 칭찬해주셨대요"라고 자랑섞인 설명을 곁들인다.
가족과 이웃들도 모두 예비 그린회 회원
그린회는 밑반찬지원 서비스를 지역 주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 겨울 김장김치를 담을 때였어요. 김장을 담는 게 보통 큰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반상회 때, 우리가 하는 일의 취지를 설명하고 김장김치 한 포기씩만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죠. 그랬더니 아파트 전 주민이 김치를 갖다줘서 재가장애우에게 푸짐한 김장김치를 배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린회 회원들이 장을 보러 나가면 가게 주인들이 덤으로 찬거리를 더 얹어주기도 한단다.
밑반찬을 만들고 난 후 재가장애우의 집에 반찬을 배달하는 것 역시 그린회 회원들이 직접 한다.
기자가 동행한 이 날 맨처음 들른 곳은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장효성(뇌성마비)씨 셋방, 컴퓨터 통신이 취미인 장효성씨는 집에서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통신을 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배달해주시는 반찬 덕분에 며칠동안은 반찬걱정 안하고 살아요"라며 고마워하는 장 씨의 미소가 그린회원들에게 힘을 솟게 한다.
그 다음 방문한 가정은 박재식(근이양증)씨네 집. 그의 아내가 반갑게 맞는다.
"이렇게 매달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지난 한 달 동안 남편을 돌보며 지냈던 이야기를 그린회 회원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이렇게 반찬을 배달하면서 알게 되는 장애우들의 어려운 현실은 그린회가 장애우가정에 밑반찬 지원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한다. 장애우를 동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장애우의 현실을 직접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린회가 만든 음식을 일류 요리사의 요리보다 더 맛있다. 그 안에 그린회원들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글/ 노윤미 기자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