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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정신지체인의 성, 그 해결점을 찾아서

[전정옥의 정신지체인 성 이야기 (1)]

본문

장애우와 성의 문제는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거나,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논의되지 못한 주제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신지체인들의 성의 문제는 장애우 스스로 자구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장애우보다도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면 정신지체 장애우들의 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오랜 시간 이 문제를 고민해온 전정옥 씨의 정신지체장애우의 성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정신지체인의 성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다음에서 비롯된다.

먼저, 정신지체인들은 비장애우들처럼 성에 대해 표현을 하고 성취할 수 있는 똑같은 권리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정신지체인들이 성에 관련되어 많은 불이익을 당해 왔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조금만 도와주면 정신지체인들도 성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질 수 있고 남들이 그러하듯이 다른 차원에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는데, 하는 반성에서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성적능력을 무시하는 데에는 성적능력과 장애 두 영역에 대한 그릇된 사회통념을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최근의 정신지체인의 서비스 실천의 원칙으로 제기된 "정상화(Normalization)" 이론이다. 정상화는 장애우를 비장애우처럼 정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장애우가 혼자의 힘으로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나 환경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다. 최소한의 제한된 환경을 조성해서 장애우의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의 리듬이 존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등의 행위를 포함한 하루일과에서 정상적인 리듬, 일주일 중 낮 시간에는 직장에서 일하거나 학교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등의 정상적인 리듬, 주말과 휴가기간에는 휴식기간을 가지는 등의 일년 동안의 정상적인 리듬 등이 장애우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정상화는 또한 개인의 성장과 발달에서 정상적인 발달경험, 인생주기에서 선택의 자유, 정상적인 이웃과 같이 하는 정상적인 가정에서의 삶,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있는 사람을 강조하면서 시설집중화에 대한 반대한다. 따라서 정상화는 정신지체성인이 아이를 임신했거나 성적인 표현이나 행동들이 용납이 안되는 수용시설의 비인도성을 반대한다.

마지막으로 수용시설에 있는 장애우, 특히 정신지체인에 대한 성폭력의 심각성이다.

  대부분의 정신지체인은 성폭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임신이 어떠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강간이나 성추행 등의 성폭력을 경험한다.

  92년 경찰청에 의하면 성폭력 발생건수는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9.8명으로 스웨덴, 미국에 이어 세계 제3위라고 한다. 형사정책연구원에 의하면 신고율은 전체 발생건수의 2.2%로서 인구 천명당 5명이 피해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된다. 여성개발원에 의하면 만15세 이상 25세 미만의 피해가 63%이라고 한다. 데이트 상대, 친척, 이웃사람들과 같이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중에서 어린이 성추행도 74.3%에 달한다. 이것이 딸을 가진 우리의 현실이다.
 
  아직도 사회에서는 정신지체인의 성적인 표현 등이 용납이 안되고 부모들, 교사들과 같이 성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들도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특히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성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알려주어서는 안된다고 믿는 데에는 1)성에 대한 정보나 지식 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2)그러한 것들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너무 자극적이기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3)아직 어리기 때문에와 같은 이유들이 있다.

  어느 누구도 어느 때 어린이가 성숙해지는지, 이제는 어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어느 어머니는 자신의 눈에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이던 딸이 갑자기 20살이 된 것을 깨닫고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는 내게 상담한 적이 있다.

  "동네에서 우리 아이가 다 모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큰일이 생기기 전에 자궁이라도 들어냈으면 해요. 임신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뒷모습은 처녀처럼 성숙해져버린 딸을 보는 어머님의 심정이었다.

몇몇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은 절대로 결혼을 안할 것이고 자식을 안가질 것이기 때문에 성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안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결코 결혼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느 누가 확언할 수 있나?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실제로 장애정도가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정신지체인들은 방송매체를 통해 성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이러한 종류의 정보는 때때로 혼동이 되기 때문에 현실감 있고 실제적이며 간단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성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가사를 돌보던 한 여성 정신지체인이 매달 수도검사를 하러 오는 청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과자 사먹으라고 주는 5천원의 의미도 모르면서..... 그리고 몇 년 후 농촌청년과 결혼을 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여성임을 느꼈고 이제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내게 한 적이 있다.

  정신지체인의 결혼에 관한 걱정은 "우리 아이들이 자녀를 양육할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사랑이나 책임들을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하나?" 이것은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성폭행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것을 걱정하는 것과 똑같다.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에게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해결은 좀더 명확해지고 우리의 걱정도 감소될 것이라는 것이다. 

작성자전정옥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 사무국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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