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랑방4-재활의학] 척수손상 환자의 소변 가리기
본문
[여기는사랑방] 재활의학
척수 손상환자의 소변 가리기
태어난 후에 오줌을 가리게 되는 것은 3세 경부터이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면 오줌가리는 일이 저절로 이뤄진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 과정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없이 반복된 훈련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라면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는 시기부터는 요의를 느끼더라도 옷 입은 채로 소변을 보면 안된다는 생각, 아무 곳에서나 소변을 보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변을 보기 적당한 장소와 때를 기다릴 줄 알게 된다. 즉 방광에 소변이 고이면 척수반사를 통하여 배뇨가 일어나는데, 이것을 대뇌의 판단에 따라 억제하게 되는 것이다.
척수손상 후에는 이런 대뇌의 억제과정이 차단되어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가려서 소변을 보는 능력을 잃고 반사적으로 배뇨하는 기능만 남게 된다. 그러나 이 반사적 배뇨기능을 초기부터 잘 길들이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게 되므로 척수손상 후 초기부터 재활의학전문의의 지도로 방광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방광벽은 특수한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방광에 소변이 차면 풍선처럼 늘어날 수 있다. 정상적으로는 3∼4백 씨씨(cc)정도의 소변이 차면 요의를 느끼게 되나, 만일 한 번에 많은 수분을 섭취하게 되면 그만큼 방광에도 빨리 소변이 고여 더 자주 소변을 보아야 한다. 따라서 척수손상 후에는 하루에 수분을 2천cc정도, 시간당 150∼180cc씩 섭취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아침 점심 저녁에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되 총량이 2천cc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수분량은 식사 때 먹는 국과 반찬, 간식으로 먹는 과일, 음료수, 커피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반사적 배뇨가 이뤄지지 않는 무반사 방광 시기에는 가능하면 빨리 하루에 4∼6회씩 간헐적 삽입도뇨법(넬라톤 삽입법)을 시행하여 매회 소변량이 4500cc를 넘지 않도록 한다. 간헐적 삽입도뇨를 하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침 점심 저녁 식후 2시간 후와 저녁에 잠자기 전이며 보통 4시간 간격으로 생각하면 된다. 요즘은 휴대용 소독용기가 갖추어진 넬라톤 세트가 시중에 나와있어 편리하다.
반사적 방광 상태가 되면 간헐적 도뇨관삽관을 하기 전에 반사적 배뇨를 유도하기 위한 자극을 하게 된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치골상부와 배꼽의 중간 부위에서 아래쪽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단 20분 정도 규칙적으로 두드려보고 반사적 배뇨가 없으면 넬라톤 세트를 사용하여 소변을 보도록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훈련이 되면 반사적 배뇨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반사적 배뇨의 양이 증가하고 한번 넬라톤 삽관으로 보는 소변양이 100cc미만으로 유지된 정도가 되면 간헐적 도뇨삽관을 중지하고 전적으로 반사적 배뇨방법으로 소변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잘 훈련된 경우에는 짧은 시간 동안 잠깐만 자극을 해도 반사적 배뇨가 쉽게 이뤄질 수 있으므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도 큰 불편이 없다.
이렇게 반사적 배뇨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법으로 규칙적으로 배뇨훈련을 실시하여야 하고, 한번에 보는 소변량이 4500cc를 넘지 않아야 하며 요실금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만일 정해진 시간에 자극배뇨를 시행하지 않거나 수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여 방광이 4500cc 이상으로 지나치게 크게 팽창되면 반사적 배뇨가 늦어지거나 영구적으로 반사기능이 마비되어 반사적 배뇨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매일 4∼6회씩 간헐적 도뇨삽관을 시행할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반사방광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요추손상으로 마비가 온 경우에는 대부분 방광의 반사중추자체가 손상되거나 반사중추와 연결되는 신경에 마비가 오기 쉬우므로 반사적 배뇨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거나 배를 눌러서 증가된 복압에 의해서 배뇨가 일어나도록 훈련을 하여야 한다. 물론 이런 자극방법도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실시하여야 하고 배뇨자극을 한 후에 간헐적 도뇨삽관을 실시하여 잔뇨가 100cc 미만으로 유지되면 넬라톤 삽관을 하지 않고 자극 배뇨방법으로만 배뇨관리만 배뇨 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
대부분 이런 훈련과정에서는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면서 방광 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에 혼자서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지도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상에서 설명한 것처럼 수분섭취를 조절하고 도뇨관을 사용하지 않고 하루에 4∼6회의 자극배뇨로 잔뇨를 100cc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요실금 없이 배뇨관리를 한다면 요로 감염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방광 내압을 낮게 유지할 수 있어 억류에 의한 신장기능손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자들의 경우에는 콘돔 배뇨 기구를 사용한다면 오랜 시간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에도 소변처리에 당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글/ 신병순 (국립재활병원 척수손상재활과 전문의)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