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메시지 2] "당당한 함께걸음의 미래를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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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발간 축하메세지]
당당한 함께걸음의 미래를 축하하며
열악한 복지환경 속에서 사회복지 전문언론을 꿈꾸며 달려온 함께걸음의 10년 세월과 지령 100호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85년 9월부터 "밀알들"이라는 장애청년모임의 소식지가 88년 3월 월간 잡지 함께걸음의 밀알이 되었던 것을 돌이켜 볼 때 오늘의 지령 100호는 더욱 값진 열매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참으로 힘겹기만 합니다. 특히나 사회의 주목을 받는 일도 아니요, 돈벌이가 되는 사업도 아니, 장애우를 위한 잡지의 시작이야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곁에서 속속들이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그 어려움은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됩니다.
제가 지금 명예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신지체아학교 "성베드로학교"를 세우던 20여 년 전 장애우에 대한 인식은 참담하였습니다. 제가 정신지체아들을 위한 학교를 세운다고 하니 다들 미쳤다고까지 했으니까요. 정부의 지원이라고는 기대할 수도 없었고, 정신지체아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조차도 반응이 좋니 않아서 그 어려움은 더했습니다.
말이 교장이지 아내와 함께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보조를 받으러 다녀야 했고, 밤낮으로 막일로 한푼이라도 벌어야 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야 수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진리가 그 당시 견디기 힘든 저를 위로하는 유일한 말씀이었습니다.
함께걸음이 지령 100호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썩어지는 밀알의 역할을 했던 장애청년들의 모임, 즉 밀알들임에 틀림없습니다. 내가 낮아져야 하고 내가 희생해야 하는 밀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점점 찾아보기 힘든 세상입니다. 영광의 면류관을 서로 차지하려고 하지만 십자가를 지고 밀알로 썩어지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밀알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에겐 "함께걸음"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자기만 잘났다고 이기적인 생활밖에 모르는 세상에서 소외된 자, 신체와 정신적으로 부족한 자신들을 부축해 세우고 미래를 향해 함께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장애로 얼룩진 상처와 그늘을 걷어내려 "장애우"라는 말을 창조하고 확산시킨 함께걸음의 생명공동체 정신에 참으로 아름다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 정신의 원류는 아마도 예수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함께 걸었던 지극한 사랑의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지령 100호를 맞이한 함께걸음의 힘찬 걸음에 주님의 축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그동안 함께걸음을 비롯한 장애언론의 노력이 알게 모르게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을 볼 때 같은 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흐뭇합니다. 아울러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글/ 김성수 주교 (전 대한성공회 관구장, 성베드로학교 명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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