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초장기 기자들이 말하는 함께걸음 100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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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
초창기 기자들이 말하는 함께걸음 100호의 의미
함께걸음이 창간된 1988년은 장애인 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장애우 복지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관심이 제기됐던 해였다.
당시 척박하고 열악하기만 했던 상황 속에서도 창간을 함께 일구어내고 여전히 열렬한 독자로 남아있는 초창기 기자 두 명의 대담을 통해 함께걸음의 지난 발자취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들어보았다.
장형란 함께걸음 창간 당시 정식 기자는 저하고 다른 기자, 그렇게 두 명만 있었지만 기자고 뭐고 가릴 것 없이 성원들 전부가 장애우였으니까 다 자기 일만 같았죠. 집집마다 돌아가며 모여 편집회의하고 글감이 될 만하면 친척, 친구, 고향까지 다 뒤져서 제보를 해줬으니까요. 당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불구자", "폐질자"라고 불렸고 법적으로는 "장애자"라는 말이 있었지만 함께걸음에서는 일반 신앙인모임을 신우회라고 하는 것처럼 "장애우"라는 개념을 도입해 친근하고 차별 없이 평등한 이미지를 널리 확산시키게 됐고요.
양미숙 저는 월간 <지체>라는 잡지에 있다가 함께걸음으로 옮겨와서 2호인 4월부터 일했어요. 5월에 정식으로 등록도 했는데 5월호 내고 돈이 없어서 사무실을 이사해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임원들이 후원자, 가족, 친구 다 동원해서 만들어 온 후원금으로만 운영을 했으니까요. 정식기자래봤자 월급도 없이 차비밖에 못 받았고요.
정형란 그래도 독자들의 열띤 반응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잖아요. 5월호까지 독자들이 편지가 2백 통이 넘게 왔었으니까요. 전국에서 책 보내달라는 사람이 2만 명에 달했는데 다 보낼 수가 없어서 돌아가면서 보내기도 했어요. 자기가 할 말을 대신 해준다고 기사마다 평을 써오는 독자들도 많았고, 그때는 힘들어도 감동적이었어요.
양미숙 따뜻한 얘기도 많았지만 장애우의 현실이 너무 비참했기 때문에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장애우를 바라보는 일반 사회의 의식을 바꾸고 또 장애우 관련 시설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잘못을 올바르게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보도 그런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복지단체나 시설의 비리를 자주 다루게 됐어요. 그래서 운동권잡지라고 비방하는 사람도 있었죠. 한 번은 문제가 터진 어느 시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다른 기자들은 들여보내면서 함께걸음 기자라니까 수위부터 막기도 하더군요. 현실을 모르니까 다른 기자들은 사건을 파고들 수 없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어져서 유야무야 덮어져온 일이 많았죠.
정형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걸음을 그만 두기는 했지만 제 뒤를 이어 후배기자들이 계속 창간이념에 어긋나지 않게 꾸준히 책을 만들어 낼 것이고 반드시 그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이렇게 결국 100호를 맞았다고 하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요즘은 편집의 기본방향을 어떻게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중적으로 비장애우들도 쉽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정보를 제공하는 지면을 늘린 것은 바람직한 것 같아요.
양미숙 대중화도 좋지만 전문지로서의 내용과 모양을 더 확실하게 갖춰갔으면 해요. 엄마들 수기 보니까 정신지체장애관련 내용도 있지만, 그 외에는 지체장애 중심으로 대부분의 기사가 다루어지는 문제는 개선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또 사회복지 관련 문제도 꾸준히 시리즈로 조목조목 썼으면 좋겠어요. 외국이 노동자, 노인 등의 문제가 일관성 없이 슬쩍 건드리는 수준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장애우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 어렵고, 딱딱한 느낌이 들어요. 받아서 편안히 읽었으면 좋겠어요.
정형란 "함께걸음"이란 장애우뿐만 아니라 비장애우와 같이 걷는 걸 의미하지 장애우끼리 함께 걷는다는 얘기가 아니잖아요. 장애우랑 비장애우가 직장이나 이웃에서 좋은 관계를 맺는 얘기가 더 실리면 좋겠어요.
양미숙 다른 잡지들이 갖는 지령 100호 발간의 의미하고는 달리 이렇게 어려운 길을 헤쳐왔기 때문에 함께걸음 100호는 의미가 더 큽니다. 그래서 더욱 축하할 일이니까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뛰어주세요.
정형란 한 번 보고 나면 구석에 버려 두는 잡지가 아니라 읽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고, 얘기해 주고 싶은 그런 알찬 기사가 많이 담긴 함께걸음이 되길 바라겠어요. 저희들이 이제는 가장 매서운 독자가 되어 지켜보고 있으니까 함께걸음을 만드는 분들이 더 열심히 뛰어 주세요.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도 창간 당시의 마음으로 더욱 애정을 가져 주시고요.
정리/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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