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해외의 장애우] <영국> 데이비드 로체시터 씨의 신나는 새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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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해외의 장애우 - 영국
데이비드 로체스터 씨의 신나는 새 직장
중증의 지체장애우로 휠체어에 앉아 생활한 햇수가 자신의 나이와 거의 같은 데이비드 로체스터(38) 씨는 요즘 "막스 앤 스펜서" 사의 공장으로 출근한다. 몇 달 전까지 그는 밴버리에 있는 "램플로이" 사의 의료관련 의류생산공장으로 출근했지만 이제는 일터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현재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것이 겁이 났다. 가슴도 떨리고 얼굴까지 붉어지는 것 같아 차라리 "램플로이" 회사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을 하는 후회도 많이 했다. 오래 함께 지내온 같은 처지의 동료들이 있는 그 작업장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괜히 "인터워크" 프로그램에 참가해 이 고생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비록 지금 이 공장에는 휠체어를 타고 지내는 사람이 데이비드 혼자 뿐이지만 더 이상 옆자리의 일반 동료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일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쉬는 시간에는 차를 마시며 농담도 주고받는다. 옛날 동료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동료들만큼 데이비드 자신도 일반 기업의 작업장을 누비는 자신의 휠체어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데이비드는 요즘 들어 매사에 자신이 생긴 것 같은 내적인 변화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비장애우들과 겨루어 자신의 작업능력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고, 최고로 꼼꼼한 솜씨라고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내 린다와 아이들도 전보다 더 환해진 것 같다. 아마 그 어느 때보다 자주 터지는 아빠의 큰 웃음소리 때문인 것 같다.
데이비드는 이번 주말에 전의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친구 마크를 만나 "인터워크" 프로그램을 꼭 시작하라고 권해볼 생각이다. "램플로이"의 작업장에서 나오는 것을 마치 비바람 치는 광야로 내몰리는 것처럼 겁을 먹고 있는 그 친구에게 이야기를 좀 해줘야겠다. 온실 속에서는 강해줄 수 없는 법 아닌가. 장애우들만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램플로이"가 모든 장애우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삶의 언덕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우들만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램플로이" 회사에서 안주하고 만족하고 만다면 누가 이 사회의 돌밭을 개척해 줄 것인가.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한 열린 일터
전국 각 지방에 90여 개의 공장을 가지고 1만여 명의 장애인력을 소용하고 있는 거대 기업 "램플로이"는 창립 반세기가 넘은 장애우 전문 고용회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가구와 집기, 의료기구와 각종 특수 피복류의 제작, 도서제본, 전기부품 조립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 회사는 장애인력으로만 운영해 오면서도 일반 기업에 견주어 조금도 모자람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잇는 거대기업이다. "램플로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참전 상이용사들을 위해 정부 주도하에 만들어진 정부출연기관이었지만 그간의 뛰어난 발전상에 힘입어 요즘은 정부의 투자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비영리기관이다. 이 회사는 모든 이윤을 장애우 고용재창출로 전환시키면서 마침내 영국의 장애우 복지향상을 위한 선두그룹에 있게 된 것이다.
"램플로이"는 장애우 전담고용이라는 차원을 넘어 일반기업 내에서의 장애우고용 촉진을 꾀하기 위해 1988년 야심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인터워크" 프로그램이다. 장애우의 고용촉진을 위해 먼저 당사자인 장애우들의 적극적인 의식 전환을 꾀하는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력을 전문 수용일터에 국한시키지 않고 "열린 일터"로 나가게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반기업에서 일하는 장애우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결국 다같이 함께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반기업에서 일하는 장애우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결국 다같이 함께 하는 "열린 사회"로 가는 첩경임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중증의 장애우를 포함해 누구든지 뜻만 있으면 참가할 수 있는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일반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우의 수는 "램플로이" 전체 인력의 20%를 넘어서고 있다. 이 회사 인력담당 이사인 레이 플레처(54) 씨는 "앞으로 5년 안에 전체 인력의 절반을 "인터워크" 프로그램으로 일반기업에 진출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꿈은 뜻을 함께 하는 일반기업을 동반자로 맞이할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인터워크"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영국사회에서 인기 있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명성 높은 생활용품체인인 "막스 앤 스펜서"와 대현 수퍼마켓 체인인 "테스크", 그리고 "할리팩스"와 같은 금융사들도 주요 협력 업체들이다.
영국내 유수기업들의 참여 쇄도
일반기업인 이들이 인터워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램플로이"의 장애인력 중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 인원을 선발하여 상대 일반기업의 특정 분야에 맞춰 배치한다. 이때 그 직원의 특성과 능력이 최우선적으로 감안되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대상작업 내용에는 매장 입구에서 고객에게 시장바구니를 건네주는 단순한 업무에서부터 교통경찰의 감시카메라 분석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나서 업무에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거친 후 장애우는 그 기업에서 실제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여전히 "램플로이"에 적을 두고 있는 이들에 대한 임금은 "램플로이"와 해당기업이 함께 지급한다. 해당기업에서는 그 장애우 직원이 일한 만큼의 수당을 지급하고 "램플로이" 본사는 자체 기준을 적용 고정 기본급을 지급하므로 당사자는 임금 면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걱정한 필요가 전혀 없다.
진취적인 내용의 "인터워크" 프로그램도 사실은 "램플로이"의 전체 교육 프로그램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장애의 종류와 그 정독 천차만별이 장애우들에게 그 능력에 꼭 맞는 일자리를 배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어려움을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탄력성 있는 교육과 훈련이라는 결론을 내린 "램플로이"는 그 어느 일반기업보다 회사 내 교육 연수프로그램이 발달해 있다. 그간 이 분야 프로그램 운영으로 전국적인 상을 받은 적이 벌써 여러 차례일 정도이다.
최근 발효된 영국의 장애우차별금지법안은 직원 20인 이상의 기업에게 장애우에 대한 교용을 최대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우의 권익향상을 위한 노정에 과연 그 법이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법제정이 장애우복지에 보다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하지만 거기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애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문턱 없는 건물보다 더 편안한 영국사회에서도 진정한 장애우의 복지는 관련입법과 함께 장애에 대한 벽을 없애려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자발적인 정신이 함께 있어야함을 누누이 강조하는 실정이다. "램플로이"사의 "인터워크" 프로그램은 그러한 노력의 최선봉에 바로 장애우 스스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글/ 권은정 (<한계레21> 런던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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