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사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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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다복지회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화하기 위해 관청과 지역시민단체, 장애우단체장들이 수습대책위원회를 새롭게 결성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또 다시 재단측에 의한 농성학생들의 피습사태가 발생하고 신임 이사와 이사장의 거취와 재선출부분과 관련해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농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봐온 권오일 교사가 장애우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촉구하며 함께걸음에 보내온 글을 싣는다.
파면과 고소의 위협
다른 학교들은 봄방학에 들어간 시기지만 지난해 내려진 휴교령의 여파로 지난 2월 19일 에바다학교는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아직 농성이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전원 수업에 참석하고 있지는 않아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11시경의 쉬는 시간에 나는 학교 교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이 수갑을 채우고 나를 연행해갔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지난해 11월말 농성을 시작하자 재단측은 곧바로 "불법농성사주, 업무방해, 기물파괴 선동" 등에 관한 사유로 교사 11명을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조사에 응하지 않자 경찰이 체포영장을 들고 와 수갑을 채운 채 나를 강제로 구인해간 것이다.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끌려가는 상황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도주를 할 것도 아니고 충분히 교사라는 직업을 배려했다면 학생들이 받을 심리적 충격도 생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우선 분노가 치밀었다. 이것이 혹 재단측이 농성참가 교사들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경찰측과 사전에 공모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갔다.
고소에 따른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경찰서에서는 조서만 작성하고 곧 풀려나왔다. 청운의 뜻을 품고 교사로서의 사명을 갖고 살아온 내가 재단비리를 고발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이제까지의 과정에서 파면조치를 당하는 등(재단의 징계결과는 교육청에 의해 반려됨) 겪게 되는 일련의 일들이 어처구니없는 것들 뿐이어서 처연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2월 21일 현재 농성은 87일째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까지 재단측에 의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인 폭력이 계속돼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나 학부모들도 심신이 많이 지쳤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택의 여러 시민단체들은 에바다사건에 즉각적으로 개입해 토론회와 서명을 벌이고 일일찻집을 해서 농성기금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또 장애우단체장들도 지지방문과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도지사 등을 면담하면서 올바른 사태해결을 돕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인 지난 13일에도 학교와 멀리 떨어진 농성장인 서울의 농아복지회 중앙사무실까지 무단으로 쳐들어와 학생들을 강제로 끌고 내려가려고 한 바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재단퇴진의 절박함
에바다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요구하는 재단퇴진에 대해 과연 그 길밖에 없겠느냐고 묻는다. 피부로 느껴지는 재단퇴진의 필요성은 에바다학교와 농아원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만이 가장 절실하게 안다.
에바다학교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열악한 학교의 상황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13억 7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정부보조금이 지원됨에도 학교는 형편없는 시설과 낮은 교육의 질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제까지 각종 후원금을 냈다는 사람은 많은데 영수증이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다는 장부 하나 없다. 기업체들로부터 기증된 각종 물품기증도 학생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
이것만이 아니다. 무허가 신학원인 에바다신학원을 세워서 신학원생들을 농아원 건물에 불법으로 거주하게 하고 이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돈을 받아왔을 뿐더러 그리고 학교 울타리 내에 있는 제본공장인 장애우재활작업장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새벽까지 돈도 주지 않고 말 그대로 노동력을 착취,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재단의 비리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네 차례나 된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재단측의 협박과 그런 비리를 그냥 덮으려고만 하는 관청 담당자들 때문에 모두 유야무야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에바다재단의 경우도 시민단체와 장애우단체, 언론이 이렇게까지 주시를 하고 있는데도 시청측에서는 최성창 이사장의 동생인 최성호씨를 신임 이사장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렇게 될 경우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최 이사장을 비롯 현 재단측의 간섭과 전횡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바다사건은 비단 에바다복지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수백 개에 달하는 시설운영권자들에게 주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본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시설에 문제가 있고, 시설운영권자들이 비리를 저질러도 재단퇴진이라는 철퇴가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바로 잡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통상관례가 비리문제가 발생하면 겨우 시설 운영권자 내지는 관리자 한두 명이 경징계당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잠잠해져 세인들의 관심에서 사라지면 비리에 맞선 사람들을 착착 잘라내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에바다복지회 재단이 운영자들의 비리로 퇴진했다고 하면 비리를 일삼아왔던 운영자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고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따라서 에바다 재단의 퇴진은 비리운영자들에게 무언의 압박이요, 자정활동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대로 시설에 근무하는 분들이나 수용된 장애우들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하나의 희망이요, 용기가 된다. 이제까지는 재단이나 시설장이 아무리 심한 비리를 저질러도 "시설측에 문제를 제기해 어떻게 싸우든지 결국은 재단이 이기고 시설장이 이긴다. 가만 있으면 본전이라도 건지지, 나서는 만큼 손해다"라는 인식, 즉 패배감이 종사자들에게 팽배해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그러나 에바다사건을 기억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끝까지 싸운다면 부정과 비리를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과 용기를 갖고 행동할 것이다. 이는 누가 이기느냐는 흥미거리가 아니라 장애우의 권익을 하나씩 확보해가는 숭고한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에바다복지회 재단측의 퇴진은 장애우복지의 역사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을 확신한다. 아직도 반성할 줄 모르고 폭력과 보복에만 전념하고 있는 현 에바다 재단은 4백만 장애우의 이름으로 퇴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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