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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 노동자 두 번 죽이는 산재보험민영화

본문

[초점]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산재보험 민영화


  재정경제원의 산재보험민영화방안은 97년 초 신문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민영화가 되면 현행의 사용자 가입 의무는 그대로 유지하고 보상기준에 대한 설정 역시 현행대로 노동부에 의해 정해지면서, 근로복지공단 외에 민영보험사에도 산재보험을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된다.
  산업재해에 대해 민영보험사로 하여금 손해사정을 할 수 있게 하고, 분쟁발생시 조정은 현행대로 산재법상의 분쟁절차를 따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영화 방안의 허와 실을 알아본다.

 


노동자 7명이 매일 죽어가는 노동조건

 

  산재보험민영화 방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재경원은, 현재의 산재보험이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독점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로 인해 산재보험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안을 마련한 재경원은, 한국의 산업재해의 실상을 전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산배보험의 성격조차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4백만 장애우 중에서 95% 정도는 후천적 원인에 의해 장애우가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 이중에서 대다수는 산업재해에 의해 영구신체장애우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재정경제원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야 어떻게 산재노동자를 포함한 대다수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산재보험을 민간보험사에 개방하겠다는 발상을 했겠는가 말이다. 때문에 1천2백만 노동자와 4백만 장애우가 한 몸이 되어 재정경제원의 산재보험민영화 방안을 전면 백지화시키기 위한 투쟁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노동부의 "95산업재해분석"에 따르면, 95년 한 해 동안 산재보험적용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 7백89만3천7백27명 중에서 산업재해로 신체장애를 입게 된 노동자는 2만9천8백3명에 이르고 사망에 이른 노동자는 2천6백62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94년에 비해 장애우 수는 0.3%, 사망자 수는 0.6%나 증가한 것임을 나타낸다.
  전반적으로 산재발생률은 감소되었다고 하지만 사망재해와 같은 중대재해는 오히려 증가추세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 한국의 중대산업재해율을 미국·일본·영국과 비교한 것을 보면 무려 15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95년 한 해 동안의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손실추정액도 4조9천억 원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노동자 개인에게는 모든 것을 앗아가고 국민경제에도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산업재해의 원인은 저임금에 따른 장시간 노동 그리고 노동 강도 강화에 있다. 법적 노동시간은 주당 44시간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실상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는 노동자는 극히 예외적이다. 왜냐하면 잔업과 수당에 의지해야 겨우 생활할 수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은 법적 노동시간을 준수해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노동을 해야만 하는 데다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100% 향상이라는 구호는 노동 강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산재보험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구조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은 어쩌면 절대적인 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서 산재보험은 사업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즉 개별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노동자에 대해 해당 사업주가 직접 보상을 해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보험이라는 방식을 통해 국가기관에서 대행해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적 보험이 아니라 사회보험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공공재적인 성격을 온전히 갖는 산재보험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산재발생률이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몇 배나 높은 4인 이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아직까지 산재보험 미적용사업장으로 남아있는 것과 재해가 발생한 이후의 보상 문제에만 산재보험사업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간 3만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해 영구신체장애를 입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산재보험을 통한 재활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광주와 인천, 두 곳에만 위치하고 있는 직업재활훈련원은 고작해야 2백 명 정도만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불과하고, 그곳에서 훈련되고 있는 교과목 역시 인쇄·봉재 등 사양산업 위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산업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용사업장의 확대와 더불어 산업재해 예방사업과 직업재활을 포함한 재활사업이 적극적으로 펼쳐져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산재보험민영화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우해서는 국가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로서 산재보험을 이해해야한다. 이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재해를 당한 노동자와 그의 가족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추어가는 길이다. 때문에 재정경제원의 산재보험민영화 방안은 산업재해의 심각성과 원인의 사회적 책임을 완전히 망각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재경원의 산재보험민영화방안을 계속 부추기고 있는 집단이 몇몇의 재벌보험회사들이라는 점은, 산재노동자들을 볼모로 돈벌이를 하려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약 1조5천억 규모의 산재보험은 재벌보험사에게는 군침이 도는 시장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을 민영화 하겠다는 것은, 사회문제인 산업재해에 대해 국가책임을 완전히 방기하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국가가 지고 있는 사회복지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또는 신보수주의의 물결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제도가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척박한 한국의 사회복지제도 속에서 언제나 소외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산재장애우의 직업재활과 사회복귀문제를 사회여론화 시켜야 할 것이다.

 

글/ 조태상 (노동과 건강연구회 간사)

작성자조태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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