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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정신대 할머니가 모여사는 "나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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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정신대 할머니가 모여 사는 "나눔의 집"

 


  우리는 문화유산의 해인 1997년 첫 달력을 넘기자마자 살아있는 문화유산 한 분을 읽었다. 일본군 위안부로 평생 가슴에 한을 묻고 산 강덕경 할머니가 지난 2월 2일 1년 간의 투병 끝에 향년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1992년부터 정신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에서 지내며 정신대 문제의 진상규명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했던 강 할머니의 죽음은 일본의 민간기금전달 등의 문제와 맞물려 정신대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림으로 한도 풀고 역사도 알려

 

  나눔의 집(원장 혜진스님)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생활터전으로서 1992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전세살이부터 시작해 혜화동을 거쳐 지금의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에 정착하게 됐다. 작년 11월 경기도로부터 사회복지법인으로 허가를 받아 조금은 생활이 안정되어가고 있는나눔의 집은 현재 6명의 할머니와 혜진스님, 그리고 2명의 간사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은 부지런하다. 특히 박두리 할머니는 당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 외에도 자원활동하러 온 사람들에게 일을 잘 시켜 나눔의 집의 군기를 잡는다고 한다.
  할머니들은 여가시간에 그림공부를 하기도 하는데 그중 故강덕경 할머니의 그림은 외국에도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 할머니의 그림만큼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름처럼 순수한 그림을 그리는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은 판매용 엽서로 만들어져 팔리고 있기도 하다.
  평생을 소처럼 일하면서 사셨다는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에는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리고 하얀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입은 어린 소녀 옆에 누런 황소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그 소의 눈이 하나뿐이다. 눈이 왜 하나뿐이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저 소는 눈이 하나야"라고만 답하실 뿐이다. 순박한 소의 얼굴에 그려진 하나뿐인 눈은 성난 모습을 담고 있다. 미처 말로 표현 못한 할머니의 한을 그림으로 말하는 것이리라.
  그밖에도 나눔의 집은 소외된 계층을 방문하여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작년 7월에는 의정부에 있는 기지촌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마련된 "두레방"을 방문했다. 두레방 사람들은 매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금요시위를 하는데 그 모습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하는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도 비슷하다. "현대판 정신대"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 기지촌 여성들의 삶은 어쩌면 할머니들이 겪고 당한 일을 다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진 의무

 

  나눔의 집은 할머니들의 생활터전인 동시에 사회에 이미 잊혀진 정신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그 일환으로 소식지를 매달 발간하는데, 작년 3월부터 시작한 소식지가 벌써 11호째를 맞았다. 소식지에는 할머니들의 동정과 나눔의 집을 방문한 사람, 한 달간 있었던 일들이 있었다.
  소식지 편집은 원장스님인 혜진스님이 손수 하고 있다. 그는 1992년 불교인권위원회에서 일하던 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관하는 정신대 추모문화제에 참여하면서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모습과 생활을 어둡고 슬픈 분위기가 아닌 웃고 다투고 토라지고, 화해하는 할머니들의 모습 그대로를 소식지는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한 후원자는 외롭고 눈물만 흘릴 것 같았던 정신대 할머니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소식지를 통해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소식지의 반응이 좋아 책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혜진스님은 말했다.
  그런데 생존하고 있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점점 연로해지면서 하나둘씩 돌아가시자 정신대 문제의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강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본 혜진스님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할머니의 유언은 저를 포함해서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 화두는 바로 이 시대를 포함해서 후세 사람들이 할머니의 뜻을 기억하고 명심할 수 있도록 "역사에 남기는 작업"입니다."
  혜진스님이나 이곳 할머니들은 일본에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을 질 것이란 기대를 이제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신대 할머니의 정신을 역사에 남기기 위하여 연구작업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그 첫 작업으로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인데, 기념관은 나눔의 집이 소유하고 있는 140여 평의 땅에 조계종 총무원의 지원으로 올 2월말에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완공일은 올해 말로 잡고 있고, 기념관 안에는 군 위안소를 실물크기로 재현하고 전시관과 자료연구실을 두어 일본정부의 망언일지, 할머니의 유품과 그림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혜진스님은 "이 작업을 위해서는 특히 역사학자들과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정신대 기념관이 건립이 되면 역사의 장으로서도 큰 몫을 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할머니들이 살아 생전에 정신대 문제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글/ 노윤미 기자

 

 

나눔의 집의 또 다른 식구 자원활동가

 

  나눔의 집의 정식 가족은 아니지만 나눔의 집을 찾은 자원활동가들이 있어 잠시 만나봤다.
  고지마 마사꼬 씨(27세, 일본어 학원 강사)는 작년 8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여름 수련대회인 "역사 바로 알기"에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되어 7개월째 나눔의 집을 찾아오는 일본인 자원활동가이다.
  정신대 문제를 민족적 차원에서가 아닌 인권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정신대 문제는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내 짧은 한국어 실력으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겠다."고 했으나 정신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 계속 정신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며 나눔의 집 자원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없어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그녀가 일본인인 것을 자주 잊으신다고 한다. 한국어 어학연수 중인 히로세 디카코 씨(34)는 일본에서 고동학교 역사교사였다. 일본 역사교과서에는 "정신대"라는 것이 있었다는 정도만 진술돼 있어 왜 정신대가 있었고, 한국위안부와 일본위안부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일본인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더욱이 요즘 일본 역사학계에서는 정신대관련 역사적 증거가 분명치 않다는 이유로 교과서에서 정신대 이야기를 삭제하자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고 걱정을 했다.
  "정신대기념관을 건립하면 일본어 번역할 일도 많을 텐데 제가 번역일을 도와 드릴께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작년부터 매주 수요시위에 참여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인이 시위를 벌이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 그녀를 당분간은 시위장에서 볼 수 없을 것 같다.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가 인상깊었어요. 아침 방송에서 정신대 할머니가 그린 그림을 보고 나서 정신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남주희 씨(24) 역시 "역사 바로 알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본격적으로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나눔의 집에 1달에 1번 정도 들러서 할머니들과 얘기도 하고 집안 일도 도와 드리고 있으며, 인터넷 안의 정신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새로 나온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점들을 지적하는 일도 하고 있다.

작성자노윤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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