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 편의증진법, 마침내 국회 통과 > 기획 연재

[초점]

편의증진법 마침내 국회통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이 지난 3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함께걸음 97년 3월호 참조) 편의시설 설치촉진기금문제와 위반건물주에 대한 벌칙의 수위를 놓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이 법안은 결국 기금은 설치하고 과태료와 이행강제금 등의 수위를 일부 하향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제정과정에서 달라진 내용과 내년 4월 시행에 앞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장애우주차공간에 일반차량이 불법주차하면 벌금 20만원

  편의증진법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 4월부터는 신규건물이나 기존 건물을 증·개축할 때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을 경우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과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장애우주차공간에 일반차량이 주차를 했을 경우는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징수된 이행강제금 등으로 조성될 편의시설 설치촉진기금으로는 편의시설 상세표준도 등 연구개발사업, 기술지원사업, 교육 및 홍보사업과 편의시설 설치에 필요한 자금의 융자 및 보조사업 등을 수행될 예정이다. 편의시설 활성화정책의 기초자료로서 편의시설 설치에 관한 실태조사도 실시된다. 법인이나 개인 등 민간이 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에는 사용된 금액에 대한 세금감면 뿐만 아니라 금융·기술지원도 받게 된다.
법안 통과 이틀 후인 3월 19일에 한국장애인복지공동대책협의회 주최로 열린 편의증진법 발전방안을 위한 포럼에서는 이와 같은 구체적인 법집행과 시행령 등에 제정과 고려되어야 할 사항에 대한 장애우 당사자들의 열띤 질의와 폭넓은 의견이 표출되었다.
이번 법안내용 가운데 장애당사자들이 가장 아쉬움을 표하는 부분은 기존건물이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대신 공중이용시설과 공공시설 등은 기존건물이라도 2년에서 7년까지 유예기간을 거쳐 법에 근거해 적용된다. 따라서 시행령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공공시설과 공중이용시설의 범위가 어디까지 설정되느냐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법 제7조의 대상시설에는 도로나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및 교통수단, 통신시설 등이 열거되어 있다. 그런데 공중이용시설에 카페나 공중목욕탕, 공중음식점의 포함여부를 비롯해 각 항목에 걸쳐 구체적인 범위가 어디까지 정해질 것인지가 문제다.
포럼장에서 토론자로 나선 건국대학교 강병근 교수(건축공학과)는 "편의시설 설치가 법의 해당적용시설에 이루어진다 해도 해당시설에 접근하기까지의 사회 전반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강 교수는 실질적인 집행과 감독을 할 수 있도록 시설주관기관은 건설교통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밝히는 한편 시행령상의 설치가능여부를 판단해줄 수 있는 중앙 및 지방자치심의기구 설치도 지적해 눈길을 모았다. 아울러 시설의 개선과 함께 각 건물에 국가공익요원과 같은 편의증진요원 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편의시설은 장애우의 눈높이로

  애초 상정안에 설정된 부담금 규정은 법 통과과정에서 빠졌다. 부담금은 법의 기준규정에 의한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할 경우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그것도 적용이 불가능한 시설에 대해 부여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사업의 재정적 토대가 될 기금의 조성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인지가 문제이다.
 현재 기금은 정부나 민간의 출연금과 기부금, 이행강제금의 50%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기금조성과 관련한 조항에 정부출연금등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정부도 재정부담을 안게 됐다. 과연 기금조성에 정부출연금의 비율이 어느 정도로 정해질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장애인고용촉진기금에서와 같이 기업의 부담금에 비해 정부출연금이 턱없이 낮아 민간에게만 기금 조성의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미리 비율을 정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출연금 외에 법시행으로 안게될 행정적인 부담과 책임을 장애인복지과의 현 인원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편 이 법안은 단순히 편의시설 설치를 강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편의증진’ 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정보접근에 대한 편의도 제시하고 있다. 법 16조에 휠체어나 점자안내책자 등을 비치하고 그 용품의 종류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청각장애우계에서는 각 공공건물에 수화통역사 배치나 팩스등의 통신장비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개발까지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법이 현실적으로 정보접근의 어느 부분까지 개선을 강제 할 수 이을지는 법시행과 함께 계속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여러차례의 수정을 거쳐 통과되는 과정에서 법안의 벌칙수준이 낮아진데 대해 개악이 아니냐는 눈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인복지과 이상용 과장은 “기존 건물의 경우 벌칙 제정에 있어 장애우의 편의가 건물주의 불이익과 갈등을 일으켰을 때의 조정문제를 일방적으로 장애우 입장에서만 조정한다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시행령 제정과정 뿐만 아니라 시행과정에서의 장애우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요청했다.
 한편 국민회의의 이성재 의원은 “기존건물이 포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나 신규건물과 공공이용시설 등 대상건물이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매년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반복하여 물어야 하는데, 건물주에게 이 비용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강제력을 가질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건축당시 적법했던 건물이 새로운 법안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로 법 제정과정에서 반발이 강력하게 제기됐던 사항이기도 하다.

이제 당당히 감시하자

  이성재 의원은 또 “편의시설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던 장애우가 있었던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편의시설은 장애우의 신체적 안녕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다른 어떤 법 보다도 장애우의 입장에서 제정되도록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높은 저항에 부딪쳐 상정안이 일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장애우의 입장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서 통과시키느냐 조금은 미진하더라도 빨리 시행하도록 하느냐를 가지고 고민하다가 먼저 제정하고 미진한 부분은 개정을 통해 보완해나가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95년부터 장애인편의시설 및 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이 마련되어 실시된 바 있으나 이를 통한 설치율은 95년 평균 27%에 머물러 있었던 사실에 비춰 볼 때 이번 법은 보다 높은 기대를 갖게 한다.
 편의증진법은 법적 강제력을 통한 사회적 촉구 외에 이동약자들이 갖는 사회적 제약에 대해 당사자들이 고발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부여받게 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제 장애우들은 더 할 일이 많아졌다. 이제까지 지체장애우들은 무수한 계단앞에서 뒤돌아 나와야 했지만 이제 당당하게 경사로 설치등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 것이다. 적극적으로 기존 시설물을 감시하고 건물주와 해당관청에 의견을 개진해 법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 노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