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만으로 사회복지시설 설립 가능하게 된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신고만으로 사회복지시설 설립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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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업법이 올해 상반기 내에 개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내용 가운데 개인이나 단체도 신고만으로 사회복지시설을 건립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신고제를 도입할 예상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의 내용을 점검해 보았다.
 

무허가 시설의 화재보험 가입률 11.4%

  사회복지사업법(이하 사업법)의 이번 개정에서 특히 기존 허가제 외에 신고제를 보완하여 도입하는 제도 실시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정한 규정에 따라 관청의 허가 아래 설립된 기존 사회복지시설들만 법적으로 인정하던 것에서 현재 아무런 지원이나 규제의 범주에 속해 있지 않은 미인가시설이라도 신고만으로 합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인가시설에 대한 여러 대책안은 95년도에 터져 나온 소쩍새마을 사건에서 보여졌듯이 시설의 운영내용을 정부가 더욱 강력하게 지도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미인가시설들이 문제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현실인식으로 확대된 것이다.

  올해 2월에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복지 수용시설의 현황과 정책과제"라는 조사자료에 따르면 미인가시설의 입소자가 시설에 들어오게 된 배경 가운데 행정관서 또는 경찰관서에 의한 의뢰도 8.5%를 차지하고 있었다. 연고자 의뢰(39.6%)나 자진 입소(24.2%)의 비율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지만 현행법에서 미인가시설들의 존립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또 다른 측면의 행정상 필요에 의해 이들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시설 밖에는 갈 곳이 없으나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어서 허가시설에 입소할 수 없거나 관내에 적정한 인가시설이 없을 경우 무허가시설이 차선책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허가수용시설은 전체 7백78개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38%인 2백93개소에 달할 정도로 수적으로 팽창돼 왔다. 또 1개소당 원생수용률은 138%(허가시설의 83.2%)에 달하는 등 과밀수용되어 있다. 그러나 재정구조상 정부지원금 없이 민간후원금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95년의 경우 1개소당 한 해 동안 3백80만원의 빚을 지는 등 재정상태가 열악하다. 이는 곧바로 수용자들의 열악한 생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이번 조사결과 화재보험 가입률이 11.4%, 스프링클러 설치율은 3.2%에 불과해 비상시 안전대책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대부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관계로 종사자 중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이 많고 임금을 받더라도 평균 임금이 31만원에 불과해 매우 낮다. 그 결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전체 종사자의 4.9%에 불과해 서비스의 질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

허가제와 신고제의 조율이 문제

  보건복지부 사회정책과 장재혁 사무관은 "올해 5, 6월 임시국회 상정을 목표로 개정안의 시안을 잡고 있으며 이번 개정은 전면개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미인가시설에 대한 신고제 실시는 기정 사실이나 전폭적인 도입은 어려워 제도 시행의 수위 여부를 조정하는 시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복지포럼에서는 법률개정의 초기작업으로서 3월 14일 "사회복지사업법의 올바른 개정 방향"을 주제로 제5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도 사회복지시설 신고제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 중 시설의 설립요건 가운데 현재 30인 이상으로 되어 있는 수용인원 기준 문제, 정부의 지원수준과 관리감독의 문제가 논란의 초점이 되었다.

  국회포럼에서 "사회복지시설 효율화 방안"을 발표한 가톨릭대 정무성 교수는 "설립요건을 5인 이상으로 완화하여 대규모와 소규모 시설을 양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보건사회연구원의 변용찬 박사팀은 시설허가기준을 10인 이상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5-9인 규모의 공동생활 가정의 설치근거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마련한 그룹홈 운영관련 규정에서는 생활지도교사를 포함해 생활거주자를 5인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설치기준을 현행 30인에서 대폭 낮추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30인 기준으로 되어 있는 시설설치기준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50.0%의 시설 운영자들도 찬성하고 있다. 또한 정부지원금을 수용자 수에 비례해서 지급하지 말고 일정 규모 이하 시설에는 기본 운영경비를 정액 지원하고 일정 규모 이상 시설에는 체감률을 적용하는 것에 65.9%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시설지원 부분에 있어서 장애우계 일각에서 지적되는 개선안 중 하나는 신고제를 도입하되 신고시설과 허가시설에 차별화된 기준을 통해 재정지원도 차별화 한다는 것이다.

  이때 또 다시 문제는 남는다. 정부지원이 시작됐을 때 시설이 난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고과정에서 사이비무허가시설이 허가시설로 둔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고만으로 시설설립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신고과정에 철저한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이후에도 행정당국의 지도감독체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이는 물론 국가적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인력난이나 관심의 소흘로 현재의 인가시설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실정에서 신고제 도입 이후 대폭 늘어날 관리 대상 시설들에 대해 과연 정부가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가 문제이다.

  또한 사회복지시설 설립요건에서 가운데 연간 운영비 대비 2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수익사업용 기본재산을 확보토록 했던 규정은 독소조항이라는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아 왔다. 기존 많은 법인들이 영세하고 법인부담 능력이 없어 이 규정대로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한 사회복지법인은 51%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이번 개정에서 철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법인의 영세성에 따른 문제를 고착시키거나 더욱 파행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조남범 부장은 "기본재산 중 목적사업용은 강화하도록 하고 현재 시설운영경비의 20%를 자부담케 하는 성격의 수익용 기본재단은 철폐하되 법인의 목적사업에 계속 투자할 수 있는 일정 부분의 기본재산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회복지서비스 관련법이 규정하는 사회복지시설의 종류는 41종에 달한다. 그런데 시대변화와 사회복지 서비스 욕구증대에 따라 새롭게 요청되는 시설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정무성 교수는 "영유아보육법에 의한 보육시설의 개방조치와 같이 노인 및 장애우시설에도 시설주체의 개방은 더욱 과감히 확대되어야 한다"며 "수용시설이 대종은 이루었던 시대와 달리 엄격한 규제보다는 복지다원주의의 측면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시설을 지원 조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개정 사회복지사업법이 이러한 요구들을 얼마만큼 담아낼 수 있을지 구체적인 개정안이 공개되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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