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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거리의 장애우들 삶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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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다시 돌아보는 빈민 장애우의 현실


거리의 장애우들 삶이 버겁다


4월 20일은 장애우의 날이다. 이 날이 되면 정부와 언론은 변함없이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촉구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정말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장애우들이 있다. 바로 거리에 사는 장애우들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거리의 장애우들, 그들을 찾아가 만났다.

 

 

  비내리는 거리, 2백원을 받고 부랑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서울 신설동 소망의 집 앞에서 막 식사를 마치고 나온 지체장애우 한용호(54세)씨를 만났다.
  어디가 불편하세요?/다리가 부러져서 목발을 짚고 다녀요./가족은 없으세요?/딸 둘이 있어요. 아이들 고모가 키우고 있죠./부인은요?/이혼했어요. 이혼하는 바람에 내가 이렇게 된 거예요./잠은 어디서 자는데요?/여인숙에서 자요. 하루에 만원인데 같은 처지의 동료와 둘이서 오천원씩 내고 자요./뭘 해서 먹고 사는데요?/다니면서 사람들한테 도움을 바라는 거죠. 조금만 도와주십쇼 그러면 사람들이 돈을 줘요./언제부터 구걸했는데요?/예전에는 수세미, 장갑들을 들고 다니며 팔았어요. 지금은 가지고 다니지 않고 구걸만 해요./얼마를 버는데요?/하루 6천원에서 7천원 정도 벌어요./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힘들지만 달리 살 방법이 없잖아요./지금 제일 힘든 게 뭐예요?/나는 나라에서 조금씩 돈이 나와요. 생활보호대상자니까요. 그런데 어저께 같이 자는 놈이 그 돈 9만원을 빼서 도망갔어요. 그놈을 잡아야 해요.
  한용호 씨 같은 장애우들은 거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거리의 장애우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곳은 사람들의 발 밑 지하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예외 없이 장애우들을 만난다. 비좁은 객차를 누비며 승객들을 상대로 구걸하는 장애우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오후 3시, 1호선 전철 안, 조그만 바구니를 손에 든 한 시각장애우의 애절한 음성이 비좁은 객차 안을 가득 메운다.
  "불의의 사고로 밑을 잃은 불구자가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일을 해서 먹고 살려고 해도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없고, 그렇지만 밥은 먹어야겠기에 염치 불구하고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 불쌍한 사람 한 푼만 도와주시면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승객들의 인심은 비교적 후한 편이다. 그가 손에 든 바구니에 한 푼 두 푼 동전이 쌓인다. 유심히 살펴보니 승객들 중 아주머니들의 적선이 제일 많다.
  3시 20분, 객차를 연결하는 문을 열고 또 한 명의 장애우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뇌성마비장애우다. 남루한 행색의 그 장애우는 앞의 시각장애우와는 달리 말이 없다. 대신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승객들에게 다가가 쪽지를 돌린다. 쪽지에는 "저는 1급 장애자입니다. 사회에서 버림받고, 가정에서도 버림받아 살 길이 막막해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바라게 되었습니다. 불쌍하게 생각하셔서 조금만 도와주십시오……."라는 글씨가 빽빽하게 쓰여 있다. 그 장애우에게도 승객들의 동정이 이어진다. 드물게는 1천원짜리 지폐를 건네는 승객들도 있다.
 
  네 시, 지하철 서울역 대합실, 막 지하철에서 내린, 한 쪽 다리가 절단돼 고무로 다리를 감싸고 바닥에 앉은 채 구걸을 해서 먹고 사는 장애우 김민석(42세)씨에게 말을 건넸다.
왜 구걸을 하세요?/먹고 살려고 하는거죠./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잖아요?/공장에서 일도 했어요. 그런데 의족에서 땀냄새 난다고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뭐라고 그래서 그만뒀어요./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되잖아요?/나도 기술은 많아요. 선반기술도 있고 악세사리 만드는 기술도 있어요. 그렇지만 장애자라고 깔보고 월급을 성한 사람들의 반밖에 주지 않아요. 그래서 일할 맛이 안나요./구걸을 하면 창피하지 않아요?/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떠나 산지 오래됐어요. 나는 지하철을 타고, "미안합니다. 이 병신 새끼 구걸해서 먹고 살려고 합니다. 한 푼만 보태주십쇼. 보태주면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요./하루 수입이 얼마예요?/보통 하루에 7만원쯤 벌어요./꽤 많이 버는데 그 돈 벌어서 뭐해요?/힘들어서 한 달에 보름밖에 일을 못해요. 돈 벌면 술 먹고, 집에 갖다줘요./집이 있어요?/중계동 영구임대주택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요./단속반에 끌려간 경험은 없나요?/나는 집이 있으니까 끌려가도 금방 나와요./계속 이 생활 하실 건가요?/나 같은 사람은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다른 일을 하려면 천상 가게를 내야 되는데 가게를 하려면 1억원이 있어야 가게 하나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언제 1억원을 모읍니까?
지하철의 구걸장애우 외에 속칭 앵벌이라고 부르는, 번잡한 거리에서 엎드린 채 노래를 틀어놓고 구걸을 하는 장애우들도 있다. 이들이 부랑인과 구별되는 것은 이들은 절대 거리에서 노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구걸은 당당한 직업이다.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다.
  명동 입구에서 찬송가를 틀어놓고 구걸하는 중증 뇌성마비장애우 김아무개(37세)씨는 드물게 그 바닥에서 자리를 잡은 케이스다.
  이 일 한지 얼마나 됐어요?/십 년째 이 일을 해요./힘들지 않아요?/나는 장애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어요. 이 일밖에 없어요./정부에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하지 그래요?/일부러 신청 안했어요. 수입이 있으니까요./돈은 많이 벌었나요?/이 일 해서 아내와 아이 나 세 식구가 먹고 살아요. 집도 샀어요. 요즘 불경기라 수입이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먹고 살만큼은 돼요./단속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이제 단속 안 해요. 못 잡아가요. 잡아가면 동료들이 가만히 안 있으니까./계속 이 일 할건가요?/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할 거예요.

 


사회적 장애우인 부랑인


  일정한 주거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부랑인이라고 부른다. 부랑은 물어볼 것도 없이 빈곤의 끝에서 사람들이 선택하는 최후의 삶의 모습이다. 우리 사회에 이들 부랑인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구호기관의 추측 통계가 유일한데, 부랑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소망의 집"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부랑인의 수가 4만 명에 이르고, 가정해체와 불경기 여파로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부랑인 중에 약 30%가 신체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구호기관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장애우들이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는 이유로는 첫째, 장애 때문에 가정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제일 많고, 다음은 부모가 사망한 경우, 그리고 드물게는 집에서 내쫓기는 경우도 있다고 구호기관 관계자들은 말한다.
  하긴 부랑인들 중에 장애우를 따로 떼어내어 구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 모른다. 부랑인들 모두는 엄밀히 말해 사회적 장애우이며, 대부분이 노숙으로 인한 알콜중독과 지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랑인들이 모두 장애우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들 부랑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대도시 역주변이다. 부랑인들이 역 주변으로 몰리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 구걸을 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대낮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한 부랑인을 만났다.
  가족이 없습니까?/있어요. 형제들이 있어요. 내가 막내죠./그런데 왜 집을 나와 거리에서 사세요?/집에서 막 대하니까 그렇죠. 내가 돈을 못 버니까 나이든 부모를 가족들이 차는 것처럼, 내쫓겼어요./들고 있는 보퉁이에는 뭐가 들었어요?/옷이요. 나머지는 쓰레기예요./어떻게 하루를 지내세요?/낮에 햇볕 있을 때 돌아다녀요. 사람들한테 몇 백원만 보태 달라면 주거든요. 그걸로 술 사먹어요. 그러다가 밤에는 추우니까 또 술을 먹고, 새벽 4시 역 대합실 문이 열리면 들어가서 자요./왜 술을 먹어요?/어쩔 수 없어요. 구걸은 내 능력으로 버는 게 아니잖아요. 값어치 있는 벌이가 아니니까 술 사먹어요./보호시설에 들어가서 살 생각은 없으세요?/갱생원에 들어가면 좋죠. 거기서 몇 개월 있어 봤는데 밥 세끼를 꼬박꼬박 먹으니까 술병도 나았어요. 하지만 갱생원은 자유가 없어요. 담배도 못 피고, 그래서 나왔어요./몸이 성하니까 다른 일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잖아요?/내가 갱생원에서 나올 때 갱생원에서 차비하고 리어카 한 대 살 수 있는 돈을 줬어요. 리어카로 폐지를 주워 팔아 살았는데. 옛날에는 박스나 파지값이 비쌌는데 지금은 형편없어요. 재활용품이다 뭐다 해서 똥값이에요. 내가 꾸준히 다니며 걷으면 하루 삼만원은 벌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돈이 안돼요. 그러니 해봐야 안되니까 자포자기하는 거죠./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으세요?/들어가고야 싶죠. 안받아주니까 그렇지./이렇게 사는데 두려움은 없으세요?/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우리 같은 사람은 죽으면 병원으로 가요. 거기서 해부하고 난 다음 화장하는 거지, 한 마디로 개죽음이란 거 알지만 어쩔 수 없어요.
  부랑인들 중에 한 눈에 보기에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랑인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는 청량리 롯데백화점 앞에서 소아마비 장애우 이동준(27세)씨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지내세요?/돌아다니면서 지내요. 구걸도 하고 약방골목에서 밥도 얻어먹어요./잠은 어디서 자는데요?/빈집에서 자요. 제기동 성당 뒤에 가면 빈집이 있어요. 위치를 자세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말할 수 없어요./가족이 없으세요?/없어요. 89년에 고등학교졸업식 끝나고 택시 타고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님이 다 죽었어요. 형님들 있는데 다 바쁘니까 인연이 끊겼어요. 구차하니까 형제들 도움은 기대 안해요./직장을 가질 수 있잖아요?/그릇닦이도 하고 식당에서 일하기도 하고, 주유소와 세차장, 그리고 공장에서 일했었어요. 하지만 회의를 느껴서, 94년부터 거리에 나와서 살기 시작했어요./어떤 회의를 느꼈는데요?/사람들의 위선적인 모습이 싫었어요./거리에서 사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맘이 편하니까 괜찮아요.

 


부랑인 중에서도 장애우들 처지가 낫다?

 

  이렇게 거리를 배회하는 부랑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구호기관은 서울에만 7군데가 있다. 그중 한 곳 제기동에 있는 "프렌체스코의 집" 관계자 김아무개 씨는 장애우 부랑인 실태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하루 몇 명의 장애우가 이 식당을 찾나요?/하루 20명에서 30명 사이의 장애우들이 밥을 먹으러 와요. 모두 집이 있어도 나와 사는 장애우들이고, 처자식이 있어요 버림받은 장애우들이에요./직장이 있는 장애우는 없나요?/길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주민등록증도 없어요. 그러니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죠./옆에서 지켜볼 때 어떤 점이 제일 안타까우세요?/이 사람들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술로 지내요. 추운데서 자니까 얼마나 춥겠어요. 그러니까 술로 이기는 거죠. 그러다가 병들고 죽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나봐요./술 먹는 걸 말리지는 않았나요?/말리죠. 왜 술 먹냐고 야단치면 이게 나쁜 줄 아는데 어쩔 수 없다고들 해요. 밤중에 자려면 술을 먹어야지 추위를 이길 수 있다는 거예요./부랑인들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역에서는 새벽 1시 막차가 끊기면 다 내쫓거든요. 그러면 추운 데서 술을 먹고 기다리다가 새벽에 지하철이 다니기 시작하면 지하철 안에서 자는 거예요. 그러다가 열두 시 되면 무료식당으로 밥 먹으러 가죠./굶지는 않는군요?/그럼요. 어디 가면 밥 먹을 수 있고, 어느 교회 가면 돈을 준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그렇게 구호기관만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요. 루트를 다 알고 있는 거죠. 토요일과 일요일엔 예식장 찾아다니고, 사실 부랑인들을 위한 구호기관이 있는 것 자체가 모순으로 느껴질 때가 많아요.
  작은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소망의 집"은 달리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어 부랑인들에게 세 끼 식사를 제공하는 유일한 식당이다.
  천주교 신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이 식당에는 하루 5백 명 가량의 부랑인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 식당 관계자 박아무개 수사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장애우들이 많이 찾아오나요?/우리는 구걸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최악의 경우 많은 부랑인들이 길거리에서 죽어가면서도 구걸을 못해요. 오히려 도둑질이 더 쉽죠. 도둑질은 잠깐 양심을 팔면 되지만 구걸은 머리에서 발끝가지 자신을 팽개쳐야 이루어지는, 쉽지 않은 행위예요./장애우들이 오지 않는다는 얘긴가요?/구걸하는 장애우들은 여기 오지 않아요. 뭐가 급하겠어요. 오히려 노가다 뛰는 사람들보다 장애우들 처지가 낫죠. 장애우들을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쉽게 가질 수 있어 동정의 대상이 되죠. 하지만 우리 식당을 찾는 부랑인들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손가락질의 대상이에요. 사람들은 부랑인들을 보고 버러지 같은 사람들이고, 일하기 싫으니까 거리를 떠돈다고 하지만 자기들이 언제 일을 줬나요? 대책은 세워주지 않고 손가락질만 하는 세태가 문젭니다.

 


먹고 잘 수만 있어도 행복하다

 

  박수사의 지적처럼 거리를 떠도는 부랑인들의 세계에서 장애우는 상대적으로 처지가 낫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어차피 구걸로 하루하루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부랑인들의 처지에서 볼 때 장애우들이 비장애우들보다는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지가 나은들 거리의 삶을 청산하지 못하는 한 장애우들은 어차피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
  오히려 장애 때문에 부랑인 세계에서 얕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같은 처지의 부랑인들에게서 구타 등 신체적인 위해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 구호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람 얼마나 괄시하는지 몰라요. 내가 다리 하나 없다고 동료들이 무시하죠 아는 처지니까 때리지는 않지만 따돌림 받을 때가 많아요. 하다못해 오늘 벌이하러 갔단 말예요. 친구와 술 한 잔 먹으려고 식당에 갔는데 가게 주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요. 그래서 술 사서 역광장에서 먹어요. 마음이 편하니까요."
  서울역에서 만난 김민석씨의 얘기다. 이렇게 무시하는 것 외에 당국의 단속도 거리의 장애우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주로 관할수청에서 부랑인들을 단속하는데. 단속대상이 돼 옛 시립갱생원인 은평의 마을로 보내질 경우 장애가 이유가 돼 나오기가 힘들다는 것이 거리의 장애우들 주장이다.
  청량리역 부랑인들을 단속하는 동대문 구청 사회복지과 직원 김아무개씨를 만나 단속 실태를 들어 보았다.
  거리의 장애우들을 단속해서 어디도 보내나요?/장애우들만 따로 입소시킬 수 있는 시설은 없어요. 장애인일지라도 은평의 마을로 보내요./단속권이 구청에 있나요?/우린 단속권이 없어요. 경찰에 단속권이 있죠. 경찰이 요청하면 우리는 차에 실어서 은평의 마을에 데려다주는 것뿐이에요./직무상 장애우들을 많이 접하겠군요?/알콜중독자들이 많아요. 장애우들은 선천적인 장애우들보다는 겨울에 동상이 걸려 손이나 다리를 절단한 장애우들이 많죠./장애우들이 거리에서 사망하면 어떻게 처리하나요?/작년의 경우 우리 관내에서 얼어죽은 사람만 스무 명이에요. 부랑인들이 사망하면 일단 행려병자로 처리해서 시체 보존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병원의 시체 해부용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고, 신원이 확실치 않으면 벽제 공동묘지에 가 매장하죠./구청 차원에서 대책이 없나요?/악순환이에요. 늘 보는 사람 또 보게 되고, 우리로서는 부랑인들을 발견하면 은평의 마을에 데려다주는 것밖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습니다.
  구청 관계자의 말처럼 부랑인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별다른 게 없다. 서울의 경우 유일한 부랑인 시설인 은평의 마을에 수용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실정이 이러니 부랑인들 중에 장애우에 대한 대책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거리에서 만난 장애우들은 한결같이 제일 힘든 게 먹고 자는 문제라고 했다. 사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고 자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거리의 삶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 장애우들의 말이었다. 거리의 장애우들은 수용시설형태의 시설이 아니라 자유롭게 드나들며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복지시설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지금 그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글/ 이태곤 기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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