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의 토대, 다양한 지역사회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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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탈시설화가 많이 진행된 호주의 경우 시설관련 정책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 속에서 살아감에 있어 특별한 요구가 있는 장애우를 위한 호주사회의 세심한 배려는 매우 당연한 일이자 사회의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법률에 근거한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 인식 자체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시드니의 도서관은 주립도서관, 시립도서관과 지방도서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주립도서관에서는 장애우와 같이 특별한 요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센터(Special Needs Center)가 있다. 시각장애우를 위해 묵자를 점자로 프린터할 수 있는 기계와 음성인식이 되는 컴퓨터, 어떠한 비디오테이프라도 자막처리된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장애우와 관련된 책들이 다양하게 진열이 돼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주립도서관에 수록된 목록은 장애우들이 자신의 컴퓨터로 연결하면 가정에서 쉽게 책을 주문할 수도 있고, 도서배달서비스가 있어서 보고 싶은 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시립도서관이나 지방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 프로그램의 주요 영역, 자원활동
자원활동자들은 장애우가 사회 속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한 자원이다. 호주에서도 이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지역문화센터를 수강하는 장애우의 학급진행을 돕는 것이다. 전철역에 비치된 스트라스필드 지역사회학교(Strathfield Community College) 안내서에는 장애우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비장애우들을 위한 과목들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장애우들만을 위한 과목에는 읽기, 쓰기, 셈하기 등 실생활에 필요한 과목들로 구성이 되어 있고, 니들포인트, 요가, 데생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싶은 장애우는 자원 활동자의 도움을 얻어 등록을 할 수가 있다. 필자는 20대 청년 마그람(Makram)이 영어 듣기, 독해과목을 신청해서 약 6개월 동안 그 친구와 함께 매주(일주일에 1번 또는 2번) 해당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다.
호텔에서 접시를 닦는 마그람을 직장생활을 하는데 남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적절히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서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우가 지역사회학교에 등록을 하고자 하면 직장에서 우선 퇴근시간을 앞당겨 주어야하고 수강료의 70%를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나머지 30%는 자신이 부담한다. 이 지역사회학교는 단독 건물이 아니라 일반 고등학교 건물을 저녁시간과 토, 일요일을 이용하여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장애우를 돕고자 할 때에는 우선 그 지역사회학교의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신청을 하고 자원활동교육프로그램에 참석을 하여 "장애에 대한 이해" 강의와 자원활동 경험이 있는 선배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고등학생부터 할머니에게 이르기까지 참가자들은 매우 다양하며, 휠체어에 앉는 뇌성마비 여성이 니들포인트를 배우는 것을 도와주거나 정신지체장애우가 셈하기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는 등 활동도 다양하다. 특히 수업시간에 마그람이 떠듬떠듬 천천히 말을 할 때 기다려주고 격려해주는 교사, 학생들의 마그람을 수용하고 똑같이 대해주는 모습이 인상에 깊이 남아있다.
한 번은 버우드의회에 있는 자원활동자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가 보았다. 담당자는 인접한 지역에 사는 장애우나 단체에서 필요한 도움을 열거하고 신창자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재활치료의 방법으로 뇌성마비장애우들에게 뎃생 지도하는 것부터 수영 함께 하기, 정신병원에서 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도움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특수학교에는 자원활동자를 담당하는 교사가 있어 학교 소개와 자원활동자에게 할 일을 알려주는데, 한 학교는 정신지체아동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을 자원활동가를 통하여 실시하고 있었다. 필자는 13-15살 정도의 아이들에게 셈하기, 알파벳 쓰기, 이름 쓰기 등을 소프트웨어로 가르치는 일을 했다.
북부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사회적응 프로그램의 하나로 볼링장으로 나들이 온 뇌성마비 장애우는 "볼링장에는 볼링을 하러 오지만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비록 이들이 볼링을 치지는 못하지만 다른 이들이 치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며, 집을 나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아무리 볼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심하더라도 볼링장에 갈 수 있듯이 사회적응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우들은 매일매일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미리 신청하여 대중교통수단이나 복지관버스로 월요일은 볼링장, 화요일은 수영장, 수요일은 공원, 목요일은 미술관 등 다양한 활동들을 즐기게 된다.
다양한 삶의 모습, 다양한 지원
호주의 그룹홈은 우리나라처럼 정형화되지 않고 마을로 구성된 것부터 개인 집과 매우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 등 다양하다. 시설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부모님이 물려준 집에 함께 사는 경우, 우리나라 SOS 마을처럼 그룹홈이 여러 개 모여 있어 마을을 이룬 곳도 있다.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도움을 받는다. 24시간 도움을 제공하는 것부터 식사만 도와주는 경우, 12시간 교대로 보조원이 오는 경우, 보조원이 함께 사는 경우, 도움이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사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렇게 도움의 방법도 다양하지만 사는 모습도 너무나 다양하다. 장애 정도, 특성, 교육 정도에 따라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부터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참가하는 사람, 지역사회학교나 TAFE(전문대 학교)에 가서 학업에 열중하는 사람 등 비장애우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만큼이나 장애우들의 갊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장애우자립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각자 능력에 맞는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 중간에 아무 것도 안하고 휠체어에 거의 누워있는 호주 원주민이 있었다. 신기해하는 우리들에게 담당자는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지만 저 사람에게는 집에서 공장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게 커다란 기쁨이고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 와서 친구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본다는 게 즐거운 일이지요. 저 사람이 집에만 있다면 지금 무엇을 느끼고 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시설위주의 정책을 찾아보기 힘든 호주의 모습은 이렇게 장애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기쁨을 배려할 줄 아는 시각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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