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랑방7-독자이야기1] 장애우 초상권에 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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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이야기]
장애우 초상권에 대한 의견
장애우가 그것도 비장애우인 아내와 함께 기사거리로 제공되기까지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우려들이 있다. 우리의 의견과는 아무 상관이 없이 두 사람의 만남이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극적인 결합에 초점이 모아진다는 것이다. 비장애우에게 더 관심이 모아지고 기사나 사진 등이 편중되는 것을 왕왕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비장애우와 결혼을 한 장애우는 억세게 운 좋은 남자로 비춰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도 자신만의 소중한 이야기가 있다. 둘만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장애우든 비장애우든… 하지만 장애우와 결혼한 비장애우는 그 하나만의 사실로 모든 이에게 까발려져야 하는 의무 아닌 의무가 있는 듯이 제의가 들어온다. 장애우든 비장애우든 두 사람만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기사로 제공할 때에는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이러한 이해가 전제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장애우의 초상권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첫번째로 장애우의 장애정도, 상태, 특성 등의 세심한 배려이다.
장애종류(특히 정신지체, 뇌성마비 등) 장애정도와 특성에 따른 세심한 배려를 원한다. 자칫하면 표지가 단순할지는 모르지만 장애정도, 특성들을 고려한 세심함 속에서 더 따스함을 느끼리라 믿는다.
장애특성상 키가 작은 사람들을 찍을 때는 함께 한 사람과의 균형을 생각해서 찍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신혼여행 사진 중에 유독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있다. 표정이 잘 나온 사진도 아니고 풍경이 멋진 것도 아니다. 휠체어가 보이지 않아서 장애우임을 알 수 없는 그리고 나의 아내보다는 머리 하나는 크게 나온 유일한 사진이다. 난 친구들에게 그 사진을 보이기를 즐겨한다. 사진에서나마 온전해지고 싶은 소박한 심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식을 통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다른 결혼식과 같이 서서 진행했던 우리에게 한 아주머니가 의자를 갖다주었던 것이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으나 난 비로소 신부를 내 눈 높이에서 볼 수 있었고 결혼한다는 실감이 느껴졌다. 신부가 의자에 앉자 비로소 우리는 부부라는 일체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이 언어장애를 동반한 뇌성마비 장애우일 경우에는 말을 할 때 심하게 일그러지는 표정은 피해야 할 것이다. 언어장애를 동반하는 뇌성마비인 경우 사진을 찍을 때 그들이 유난히 신경을 쓰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함께 이야기할 때에는 언어상의 문제 등을 이해할 수 있지만 사진으로 표현되는 장애에 대해 비장애우들이 전반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정신지체아동 중에서 입을 다물지 못해 침을 흘리거나 입을 벌리는 아동이 많은 편인데 그들을 찍을 때에는 침을 먼저 닦아준다거나 "우리 모두 합죽이가 됩시다. 합!" "김치" "하나 둘 셋 하면 야- 소리를 지르세요!" 등의 언어적 지시를 통해 아동들이 예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운증후군 아이들 중에서는 사시경향이 있는 아동들이 있다. 사진을 찍을 때 긴장을 하면 눈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주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장애우의 초상권에 대한 것이다.
95년도에 약 2주 동안 호주의 시드니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장애우복지시설탐방이 목적이 아니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그들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걸 장애우를 만리해변에서 단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사진 찍기를 원하는 나에게 "먼저 저 사람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오페라하우스 근처 공원으로 소풍 나온 장애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자원활동가는 말했다. "어떤 목적이세요? 친구라면 임의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그리고 물어보세요. 그들이 원하면 찍어도 괜찮습니다. 사진을 보내줄 수 있나요?"
친구들과 소풍 나온 나를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하니 무심코 장애우시설에 가서 셔터를 눌렀던 손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2주밖에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길거리에서 나를 주의깊게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얼마나 심적으로 행복했던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에서 "더 넓고 더 가까운 세상"이라는 자원활동관련 책자를 만들었을 때의 일이다. 책자 중간에 "골형성부전증" 장애우라는 제목과 함께 휠체어에 앉아있는 내 사진 전면이 나왔다. 장애우이기 때문에 당해야만 했던 수많은 차별을 혼자서 해결하는데 길들여진 나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죄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에 전화를 걸었다. 단지 그 장애가 드물어서 알려주기 위함이었다는 설명을 듣고 초상권이라는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니 공감을 하시고 밤새 눈에 까만 칠과 이름을 지우느라 실무자들이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나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기보다는 이해해주시고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라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장애우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받아야 하는 차별에 장애우 스스로가 아무것도 안하는 것도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행동을 한다면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하는 참 좋은 세상이 조금 앞당겨질 것이다.
글/ 배융호 (장애인교역자 후원회 간사)
배융호씨는 3월호 ‘사람사는 이야기’ 코너의 주인공이다. 내용에 실린 사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이 글을 보내왔다.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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