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랑방8-독자이야기2] 특례입학제도, 더 이상 수혜조치로만 남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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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이야기]
특례입학제도, 더 이상 수혜조치로만 남아서는 안된다
이번 97학년도 장애인 특례입학전형에서 박성환(대광고졸) 군이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지원했으나 "학교 및 학과의 특별한 지원없이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라는 입시요강 때문에 수능 2백93점을 받고도 입학이 불허된 일이 있다. 휠체어를 사용해야 이동이 가능한 박 군은 결국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로 진학이 결정됐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지난해부터 특례입학제도를 도입, 지난해에 2명, 올해는 법학과, 사회학과, 생물학과 등에 총 5명의 장애우가 합격했다. 다른 합격자들은 경증장애우인 반면 박 군은 중증장애우이기 때문에 현 시설로는 입학해 학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 당국의 설명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부지가 넓어 장애우의 건물간 이동이 어렵고 준공된 지 오래된 건물이 대부분이라 장애우 편의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갖춰진 장애우 편의시설은 대학종합평가인정제가 실시된 이후 설치된 화장실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장애학생이 건물출입을 하는데 있어 필수시설은 경사로만 보더라도 경영대 구관과 인촌기념관에 설치돼 있긴 하나 경사가 가파르고 손잡이가 없어 단지 구색을 맞추기 위한 허구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대학생활에 있어 필수 사용건물은 도서관, 강의실, 학생식당 등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들 건물에서 장애우 편의시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교육공급자로서의 책임회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지난해 보수공사가 실시된 본관 뒤 "다람쥐길"의 경우도 학교미관에만 신경쓴 나머지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없을 뿐 아니라 시각장애우를 위한 유도블록도 갖춰지지 않아 사고발생 소지가 다분한 실정이다.
박 군이 일반전형으로 진학한 서울시립대 역시 친구에게 물어보니 장애우 편의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해 장애우 입학허가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한다. 경사로가 없는 것은 물론 건물 내 승강기나 장애우 전용리프트가 없어 장애학생의 이동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우 편의시설을 단기간에 완벽하게 추가 설치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일 줄 안다.
그러나 편의시설 설치는 한두 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학교당국의 장애우 교육에 대한 구체적 계획의 부재만 보더라도 재정난 때문이라는 변명만으로는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행정편의 위주의 장애우 입학거부는 교육의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며 장애우에게서 교육권 보장을 위한 자유권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 학교를 포함한 장애우 특례입학 실시대학은 교육의 핵심주체로서 장기적인 장애우 특별전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정부로부터의 법률적인 지원책을 확보해 점진적으로 장애우 편의시설을 확충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장애우의 교육권 보장이라는 취지에서 도입한 이 제도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 재정적 지원의 보장과 관련법의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제 장애우 특례입학제도는 장애우에게 베푸는 수혜가 아니라 교육의 대상자인 장애우의 교육권 확보 확대를 위한 제도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재 시공 중인 제2학생회관 등 앞으로 신축될 교내건물부터라도 장애우의 사용이 가능한 기준으로 설계해 장애우 교육에 대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학교당국과 정부는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사회적 통합에 있으며 대학은 "기능인 양성장"이 아닌 참교육의 현장이 돼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글/ 안성춘 (고려대 경제학과 9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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