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삶이 고통스러운 장애우 아닌 장애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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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장애범주 확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삶이 고통스러운 장애우 아닌 장애우들
장애범주 확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장애우복지와 관련한 정부 발표에서 반복되고 있는 내용 중의 하나가 장애범주 확대 논의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우계 내에서 실제적인 확대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함께걸음은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신장병, 생명을 위협받는 내부장애
올해 10월 2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에서는 작지 않은 시위가 벌어졌었다. 국회 정문 안에서 더군다나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임에도 진행된 이 시위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를 장애인복지법상의 법정 장애우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내건 것이었다. "국회 안에서 그렇게 시위를 벌인 것이 사상 처음이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물론 불법이었지요. 그렇지만 신장병 환우들은 현실적으로 닥쳐있는 문제들 때문에 목숨을 내놓고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꺼리게 되는 장애우라는 "낙인"을 신장병 환자들이 그렇게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법정 장애우로 인정되면 연중 제한 없이 의료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90년도부터 자활보호 및 의료부조대상 장애우의 1차진료 기관 외래 진료시의 본인부담 의료비를 연중 제한 없이 전액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환자들 중에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으려고 일부러 서류상으로 이혼하고 주민등록 등본상에 혼자만 떨어져 나오기도 하는데 결국 그렇게 하다가 가정이 파탄나서 무의탁환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는 등 생활고로 인한 파급이 개개인의 생활면에서 처참하다고 환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소변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체내에 노폐물 등이 누적되어서 병원에 1주일에 2∼3회, 한번에4∼6시간씩 혈액 속에 과잉으로 남게 된 노폐물을 여과시켜야만 겨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들 신장병 환자들은 혈액투석을 정상적으로 받을 경우 들어가는 돈이 한 달에 30∼45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만약 빈혈 등의 합병증이 또 있다면 50∼85만원 정도의 치료비를 한 달에 꼬박꼬박 평생 동안 지불해야 하니 가족 중 한 사람만이라도 신장병 환자가 있을 경우 그 가계에 닥치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한 여성 신장병 환자는 "이혼 후 딸아이와 함께 사는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지금까지는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이면 딸이 나이가 차 보호대상자 지정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 딱히 취업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장 정부지원이 끊어지면 돈이 없어 병원에 올 일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신장병은 정기적으로 치료를 못 받으면 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느끼는 공포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일본은 60년대에 장애로 인정
79년에 환우들의 모임을 결선하고 이미 87년부터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을 법정 장애우로 포함시켜 줄 것을 복지부에 십여 차례 건의하면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88년과 95년도에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한 이들 한국신장협회 회원들은 현재 정부의 장애범주 확대 방안 움직임에 맞춰 "한국신장장애인협회"로 명의변경을 신청해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현행 시각이나 청각장애우들과 같은 법정 장애우들은 기능손상으로 인해 생활상의 불편을 겪는 것일지 모르지만 신장병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은 영구적인 신체장기의 장애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절박한 요구가 있느니만큼 정부가 보다 시급하게 이들 환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60년대에 이미 신장기능검사를 통해 질환의 경중에 따라 등급별로 장애등급을 정하고 신장이식을 받을 경우에도 완치되기 전까지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독일도 중증장애우법이 제정되어 인공신장투석을 할 경우 100% 장애로 인정하고 기능저하가 있는 경우는 기능정도에 따라서 구분하고 있으며, 미국과 대만도 신장병과 같은 내부장애가 장애우 범주에 포함 돼 있어 이들 회원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신장협회 이익회 회장은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데도 일주일에 2-3일씩 장시간 자리를 비워야하는 것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데 가장일 경우 가족들의 생계 부담이 보통 문제가 아니"라며 "장애우로 인정 되면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이 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도 경력 있는 신장병 환자 사원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장애우에 대한 법적인 개념은 영구적인 신체기능의 장애에만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수술만 하면" 나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심장병이나 신장병 등의 내부질환은 인식의 뒷전으로 밀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장협회 회원들은 "전국의 1만2천명의 신장이식 대기 환자 가운데 0.06%인 8백 건만이 성사되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식 후에도 부적응증이 빈발해 완전히 건강을 되찾은 경우는 그중에서 또 극히 소수이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완치가능성으로 인해 절대다수의 신장병 환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정부에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베일 속의 확대규모
정부는 이미 만성신부전증 환자 등을 포함한 장애범주 확대방안을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기존의 장애영역 외에 척추후만증, 왜소증, 자폐증, 신부전증 등을 정서발달장애, 내부장애 등의 영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93년도 행정쇄신위원회 개선안에 이어 95년 12월 국민복지기획단의 발표에서도 왜소증, 척추기형을 지체장애에 포함하고, 만성신부전증, 만성심장질환 등 내부장애와 정신장애를 장애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에 따라 95년도의 장애인구 실태조사 때 범위확대를 위한 기초 자료로써 만성신부전증, 만성심부전증, 전신장애등의 내부장애인구까지 포함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들 내부장애우 수치는 통계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비공식적 자료라는 이유로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법정장애우로 새롭게 포함될 수 있는 각 영역의 인구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정신질환자로 대변되는 정신장애우는 그 수가 매우 많아 장애범주 확대에 있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80년도에 한국보건개발연구원의 심신장애자 실태 조사시에 정신질환과 간질 등을 함께 조사했었는데, 그 결과 정신질환자 출현을 (1.16%)이 정신지체(1.15%)나 시각장애(1.09%) 출현율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6개월 이상의 병력이 있고 단시일 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정되어 법정 장애우로 인정이 가능한 정신장애 인구수는 약 16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1백50만 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우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수치인데, 앞으로 정신장애 가운데에서도 관연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할 것인지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사연 "장애인범위확대방안" 마련 중
복지부는 내부장애 등 "실질장애"에 속하는 질환들의 실태와 장애로 포한될 수 있는 질환들, 그에 대한 선정기준 등을 검토하기 위해 보건사회연구원에 "장애인 범위확대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를 의뢰한 바 있다. 올해 안으로 그 연구가 완성 되면 대략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이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복지 수혜규모가 단기간에 확대될 경우에 따르는 재원부담 등을 고려해 우선 현재 장애우수의 1.5배나 2배선에서 우선순위를 정한 뒤 연차적으로 장애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그간의 도보들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부했다. 굉장히 미묘한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히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안을 마련하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와 같이 연구, 홍보, 교육사업 등을 거친 후 단계적인 범주확대정책을 실시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신장협회와 같이 장애우범주로의 포함을 요청하면서 시위까지 불사하는 단체들도 있어 이 문제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복지공동대책협의회에 의해 이성재 의원 외 35인 의원의 소개로 지난 가을 정기국회에 청원된 "장애인복지기본법"에서는 제2조의 장애우범위를 "지체장애·뇌성마비·시각장애·청각장애 또는 음성 또는 언어기능장애·왜소증·자폐·정서장애·치매·중요기관 기능장애 등 신체적·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겪는 사람"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와 별도로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을 위해 지난 12월부터 각 장애우 기관과 단체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있다. 다른 조항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간헐적으로 나왔던 장애인정범위와 기존 체계에서의 문제점들도 그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령으로 지정하도록 되어 있는 영역별 장애기준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시행령까지 개정되기에는 시일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까지의 활발한 논의를 통해 생활상의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는 실질장애로 장애에 대한 개념과 인식을 확대할 때 우리나라 등급별 장애체계에서 안면상장애와 같이 기능장애가 아닌 사회적 장애를 판정하는 틀 마련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장병이 아닌 다른 질환의 경우 만약 수술로 완치가 됐는데도 장애우로서의 혜택을 계속 누리는 사람이 많을 때의 관리, 감독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미국의 "6개월 장애우", "1년 장애우"와 같이 일정기간 동안만의 법적인 보호가 허용되는 장애우인정 제도 등 보다 탄력적인 제도운용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글/ 한혜영 기자
기존 장애영역 체계도 정비되어야 한다.
법정장애우 범위 확대와 관련되어 주목되는 또 한 가지의 문제가 장애영역의 분류체계가 앞으로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 하는 사안이다. 현재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 등 5개 영역의 기본구조로 짜여져 있는데 범위확대가 이루어져도 기존 분류체계는 계속 유지할 것인지, 내부장애나 정신장애 등 독립이 가능한 영역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 것인지가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역 독립도 결국 복지예산문제
범주 확대와 예산
국내 다른 법률과 외국에서 인정하고 있는 장애범위 현지 국내 법률들 가운데 장애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법안은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특수교육진흥법 외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자동차손해보상보험법, 군인연금법,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 근로기준법 등 모두 12개나 된다. 치과보철, 외모추상, 저작가능장애 등이 포괄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나 자동차손해보상보장법 뿐만 아니라 빈혈, 영양부족 등으로 인한 무력상태, 신경증, 후두적출, 전신쇠약이나 방광결핵 등까지 포함하고 있는 군인연금법 등 각각의 법률은 3등급에서 14등급의 분류체계로 구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과 내부자료, 괄호 안은 조사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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