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장애범위 확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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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장애범주 확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장애범위 확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장애에 대한 규정이 기능적인 장애에 국한되어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우들의 형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전향적으로 포괄적인 장애범위를 인정함으로써 갖는 장애우복지의 긍정적인 측면들이 사회적인 무관심이나 편견, 경제적 이유 등으로 간과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나치게 협소한 장애 범위
최근에 보건복지부가 현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체, 시각, 청각, 언어장애 및 정신지체 등 5가지 장애를 가진 사람만을 장애우로 인정하던 것에서 앞으로는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하여 만성신부전증, 심장병 등 내부장애와 만성정신 질환 등 정신장애 그리고 척수장애 등 실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유형들까지 법정장애에 포함시키기로 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 그 동안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고 그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꾸준히 논의된 바 있기에 이제라도 정부가 그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내놓게 된 것은 미흡하나마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또한 현재 장애인복지법상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장애우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하여 최근에 국회에 청원된 "장애인복지기본법(안)"의 내용에 규정된 장애우의 범주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협소한 장애범위를 크게 확대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장애범위의 확대에 따른 제반 여건의 미비로 인한 혼란 및 경제적인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우리 주위에 많이 있기 때문에 실정법상 장애우의 범위가 확대되리라고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장애의 정의 및 현행 장애범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하여 원론적인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논의해 보고자 한다.
사회적응 장애도 인정하는 외국의 장애 범주
1.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
세계보건기구는 1980년에 국제장애분류(ICIDH :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s, Disability, and Handicaps)를 발표하여 장애의 개념적인 내용을 정립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장애는 "신체 구조나 기능, 생리적, 정신적 기능의 손실 및 이상"(impairment), 이로 인하여 야기된 "일반인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이 제한되거나 결여된 상태"(disability), 그리고 "이 두 요인으로 인하여 개인이 당하는 불이익 상태" 즉 연령, 성, 사회문화적 요인에 따른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제한 받는 상태"(handicap)의 세 가지 측면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WHO에서 예시하고 있는 장애우 영역들은 1)운동 및 감각장애 2)정신지체 3)정신병 4)만성 알콜중독 및 약물남용 5)만성 심장 및 폐질환, 만성 장기손상, 피부질환, 암, 만성 통증 6)노인 등이며, 이중 우리나라에서는 1), 2)만이 장애우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장애의 정의는 결국 신체적, 정신적 기능장애에만 국한하여 장애를 규정하기 보다는 한 개인이 그러한 장애로 인하여 갖게 되는 능력장애나 사회적 불이익 상태까지도 장애로 규정함을 의미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런 장애의 개념을 받아들여 장애를 포괄적으로 규정하여 복지혜택을 주고 있다.
2.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장애와 관련된 현행법으로는 모두 12가지가 있으며, 이중 장애우등록제 등 장애우 복지의 근간이 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우의 규정은 "장애인이라 함은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또는 정신지체 등 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로 되어 있고 1∼6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나머지 법률에서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장애 종류로 정신지체 이외의 정신장애, 신장, 비장, 흉복부 장기 등의 내부장애, 저작기능장애, 외모추상 및 변형, 호흡기능, 후각 등의 이비인후과 질환과 관련된 장애, 생식기장애, 말초신경장애, 치과보철 관련 장애 등에 비하여 그 유형의 수가 적고 범위도 협소함을 알 수 있다.
3. 외국의 경우
일본의 신체장애자복지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심장, 신장, 호흡기능장애, 직장, 소장, 방광기능장애 등 내부장애들도 장애범위에 포함되어 있고, 대만의 경우 1990년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내부장애, 자폐, 안면부상, 혼수상태를 포함하여 11개 종류로 장애범위를 확대하였다. 태국의 경우에는 장애우재활법상 장애의 범위에 신체적, 지적장애 이외에도 심리적 장애로 신경증, 성격이상, 약물남용, 부적응 등 이상심리상태, 감정이상 등과 정신적 장애로 정신장애, 행동장애, 학습장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및 유럽 등 서구 선진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들에 비하여 장애범위를 매우 넓게 설정하여 장기간 동안 지속되는 만성 질환도 대부분 장애로 포함하고 있으며 신체 및 정신장애에 따른 취업장애 및 사회적응장애 등까지도 장애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현행 장애범위의 문제점
1. 장애 인정 유형의 제한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분류체계는 실제 일상생활을 제약하는 정신장애, 내부장애 및 기타장애 등 다양한 장애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장애 관련법과 비교해도 그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장애우 복지의 근간이 되는 장애인구의 파악 또한 실제 장애우 인구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장애우 실태조사에 따른 장애우 출현율과 장애우등록제에 따른 등록 장애우의 수가 지나치게 낮게 나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또한 장애우 등록에 따른 판정시에도 의학적으로는 심각한 장애상태인 심장 및 신장, 호흡장애, 뇌성마비 및 뇌졸중에 의한 중추성 운동장애, 자폐 및 만성 정신질환 등은 관련 내용이 없어 적용을 못하거나 판정 의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하여 판정이 이루어져 장애우들의 불신을 사기도 한다.
2. 장애 유형별 등급의 협소 및 불균형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 유형별로 1-6등급으로 분류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애매한 규정들이 있어 비슷한 정도의 장애를 가진 장애우들이 판정자에 따라 1-2등급씩 적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의학적인 장애상태가 비슷함에도 등급 적용에 차이를 가지는 항목들이 있다. 이는 외국의 기준에 비하여 등급분류나 적용항목이 지나치게 협소해 실제 장애를 가진 장애우들도 장애 범주에는 들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겨난다. 예로써 소아마비 장애로 인한 편측 하지마비의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적용되기는 하나 판정자에 따라 같은 장애우가 4급에서 3급, 심지어는 2급까지 판정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고, 한 다리 대퇴부와 한 다리의 하퇴부 상실의 경우에는 두 다리 하퇴부 상실보다 장애정도가 심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등급이 매겨지는 등 문제가 있으며, 일상생활에 실제 지장을 초래하는 경미한 지체장애나 경계선급 정신지체의 경우에는 장애범주에도 들어 있지 않아 판정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3. 기능적인 장애에 국한된 장애분류의 한계
일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육체적, 정신적 결함이나 기능장애에 국한하여 장애를 규정하기보다는 능력장애와 취업장애, 사회적 부적응 상태까지도 포괄적으로 장애범위를 규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장애우 출현율을 보이고, 그에 걸맞는 복지정책의 수립이 이루어져 국가적으로 장애우를 위한 관심과 복지수준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애에 대한 규정이 기능적인 장애에 국한되어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우들의 형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전향적으로 포괄적인 복지의 긍정적인 측면들이 사회적인 무관심이나 편견, 경제적 이유 등으로 간과되고 있는 형편이다.
개선 방안
1. 장애 유형의 확대
현행 5가지 장애유형 이외에도 이번에 청원된 "장애인기본복지법(안)"의 장애우의 정의처럼 그동안 장애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던 심장, 신장 및 호흡기관 등 내부장기장애와 뇌성마비나 척수마비와 같은 중추성 운동장애, 왜소증, 척추기형, 정신질환 및 자폐, 정서장애 등도 포함시켜 실제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장애우로 인정받지 못하던 것을 개선해야 한다. 최소한 장애인복지법외에 장애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기타 현행법상 인정 범위까지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2. 장애 유형별 등급의 조정
기존의 장애등급 분류상 규정이 모호한 것들, 예를 들면 마비나 부분강직 등 정도를 판단하여 등급을 정하는 것이 애매한 규정들은 등급에 따른 신체조건을 구체화하고, 실제 같은 정도의 장애가 다른 등급 적용을 받던 것들은 재조정하여 객관적이 장애판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장애유형의 확대에 따라 새로이 규정될 수 있는 뇌성마비나 척수마비 등 중추성 운동장애나 왜소증, 척추기형, 정신질환 등 필요한 경우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등급을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행 장애등급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실제 일상생활에 장애를 갖는 장애정도, 즉 일부 지체장애나 시각, 청각장애, 경계선급 정신지체 등의 경우까지 범위를 넓혀서 장애등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포괄적인 정의에 따른 장애범위의 고려
우리 사회의 발전단계에 비추어 당장은 어렵더라도 전향적으로 일부 선진국에서 적용하고 있는 장애범위에 관한 포괄적 규정의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 현실적으로 등록 장애우에게 돌아가는 복지혜택이 지금과 같이 적은 형편에서는 그러한 논의조차 시기상조로 느껴지나 장애우의 복지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내용으로서 우리사회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한 언젠가는 장애의 포괄적 인정이 정착되어야 한다.
예로써 독일의 경우에는 10% 이상의 생업능력 상실이 있으면 장애우로 인정하며, 특히 50% 이상의 상실률이 있는 경우는 중증 장애우로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에 비추어 50% 이상 상실률을 가진 경우의 대부분조차 장애우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맺는 말
이런저런 질환으로 장애가 남은 장애우들을 진료실에서 만날 때마다 듣는 호소로 그들이 가진 장애로 예상되는 일상생활에서의 신체적인, 정신적인 제약 뿐 아니라 실제 장애로 인하여 겪게 되는 사회적인 제약이 그들이 남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는데 무척이나 큰 벽임을 절감하게 된다.
장애우들이 겪게 되는 이러한 제약들을 풀어 주고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의료, 교육, 고용증진, 수당지급, 기타 복지혜택 등을 확대함으로써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상생활과 취업 등을 영위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거나 극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우리의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장애우 등록을 권유하여도 실제 돌아오는 혜택이 적으니 번거롭기만 하다는 지적에서부터, 그나마 장애우들에게 주어지는 지원이 장애등급에 따라 제한이 있어 장애정도가 어떻든지 무조건 3급 이상으로 판정해 달라고 하는 장애우에게 현행 규정을 설명하면서 느끼는 생각은 장애우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이 실제 장애우들이 생활하면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욕구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참 미흡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장애우를 단지 시혜의 대상, 동정이나 봉사심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이러한 우리의 현실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장애우들은 특수한 다른 존재로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고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일 것이다.
글/ 김윤태
(재활의학과 전문의, 의정부성모병원 재활의학과장이며, 카톨릭대학교전임강사로 재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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