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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안" 완전분석

무장애공간 실현 기대되는 편의증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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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안" 완전분석

 

무장애공간 실현 기대되는 편의증진법


  3월 중순 국회에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안"이 제정될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 널려 있는 장애공간을 없애고 무장애공간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 법은 편의시설에 관한 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편의시설이 미비된 우리나라 현실을 비춰볼 때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편의증진법, 이 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아보기로 한다.

 

 

여전히 유효한 김순석 씨의 절규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있는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또 우리는 왜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지나는 행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도움을 호소해야만 합니까?"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84년 9월 19일 당시 34살이었던 지체장애우 김순석씨는 편의시설 미비로 겪은 고통을 이렇게 절절이 유서로 남기고 자살했다.
  그가 서울시장 앞으로 남긴 유서는 "그까짓 신경질과 욕설이야 차라리 살아보려는 저의 의지를 다시 한번 다져보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 놓았습니다. 시장님 을지로의 보도블록은 턱을 없애고 경사지게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밖에는 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그놈의 턱과 부딪쳐 씨름을 해야 합니다. 또 저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화장실은 어디 한 군데라도 마련해 주셨습니까?"라는, 통한의 울부짖음으로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김순석씨 사건은 장애우들에게 왜 편의시설이 절실한지, 그리고 편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음으로써 장애우들이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김순석씨가 자살한 그때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도 김순석씨가 유서에서 제기한 문제제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김순석씨 사건이 있은 후 이춘광, 백원욱씨 등 장애우들이 편의시설 미비로 잇따라 사망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편의시설 마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로 턱은 여전히 장애우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고 수많은 계단, 계단들은 한사코 장애우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계단과 턱으로 상징되는, 그리고 정보에 대한 접근제약으로 나타나고 있는, 그래서 장애우들을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 편의시설 마련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제정 유력시 되는 편의증진법

 

  이번 달 18일경 국회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장애우와 관련된, 역사적인 한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이 법이 왜 역사적인가는 이 법이 무엇보다 장애우편의시설 마련을 의무화하고 강제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법 통과로 편의시설 미비로 인한 장애우들의 고통은 일단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안", 이것이 이 법안의 명칭이다. 통과된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이 법은 총 30조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 널려 있는 장애 공간을 없애고 무장애공간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실은 이 법이 장애우만을 배려한 법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우가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취지로 시설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을 겪는 노인과 임산부와 환자 등 이동약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이 법의 기본정신이 있다는 게 법안 제정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 법이 만들어지면 혜택을 받는 사람은 장애우이고, 장애우들을 위하여 국민들이 추가부담을 해야 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사전 홍보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 의견이다.
  사실 이 법이 마련되기까지는 약간의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장애우 관련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제정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장애우 편의시설 마련은 문명국가라면 상식에 속하는 사항인데 외국에서도 예를 찾아보기 힘든 편의시설 마련 법안을 따로 제정해서 편의시설을 강제하는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 사회의 성숙도는 아직 장애우 등 편의시설 마련이 절실한 이동약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인 것을. 때문에 별도의 법안제정이 필연적이라는 지적이 반대 의견보다 우세해서 법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건국대 건축공학과 강병근 교수는 편의증진법 제정에 대해 "시설이용자로서 가장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우와 노인 등의 기본적인 생활권 자체를 보장하기 위해 법이 제정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법이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공공시설을 무장애공간으로 전환시키는데 앞으로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현재 편의증진법은 국회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서 국회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까지 마친 상태이다. 본회의 통과만 남겨둔 셈인데, 정부가 이미 동의한 법안이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낙관시되고 있다.

 

 

강력한 벌칙 조항으로 편의시설 강제

 

  그럼 지금부터 편의증진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이 법 4조에서는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동등하게 이용하고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접근권에 대한 장애우를 비롯한 이동약자의 권리를 강조함으로써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이동과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기존의 장애인복지법 등 다른 장애관련 법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항으로서 장애우의 권리를 인정한 진일보한 시각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한 조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각을 깔고 이 법은 우선 시설주의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가 아니라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시설주에게 편의시설 설치를 강제하고 있다.
  또한 장애우 등의 이용이 많은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의 시설주는 휠체어, 점역안내책자 등을 비치하여 장애우 등이 그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공공시설이 비단 턱과 계단을 없애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동약자의 편의용품 마련도 의무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시설주에 대한 벌금과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시설주로 하여금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법체계상 아직 청구권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현실에서 처벌 강화는 매우 유효한 수단으로 생각된다. 이 법은 시정명령을 받은 후 시정기간 내에 당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시설주에 대하여 편의시설 설치비용 등을 고려하여 1억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고,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반복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며 시설주가 끝내 이행강제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세 또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의해서 강제로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행강제금 뿐만 아니라 이 법 27조 벌칙조항에는 시설주가 장애우 등이 항상 대상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적합하게 설치, 유지, 관리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강력한 조항이 있다. 또한 장애우 자동차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자동차를 장애우 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한 자는 무려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는 조항도 있다.
  그렇다고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모든 시설주에 대해서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법은 시설주가 편의시설의 설치가 구조적으로 곤란한 경우, 예컨대 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 건물의 안전 관리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편의시설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시설주는 1억원 이하의 편의시설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이행강제금과 벌금, 그리고 편의시설 부담금으로 모아진 돈은 편의시설설치 촉진기금으로 적립된다. 이 기금은 쉽게 말하면 현재 기업들이 장애우를 고용하지 않아 내는 고용부담금과 성격이 비슷한 기금이다. 모아진 기금은 모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이동약자의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데 사용된다.

 

 

이동약자 입장에 서있는 편의증진법
 
  거칠게 몇 조항만 살펴보았지만, 법의 중심 내용을 보면 이번에 제정되는 편의증진법은 장애우 등 이동약자의 입장에 서서 이동약자의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데 있어서 이렇게 강력한 강제조항을 담은 법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느 정도 낯설게 받아 들여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우려일 수 있지만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시설주의 저항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과 이상용 과장은 "처음 만든 법이 융통성과 여유가 없으면 시설주의 저항에 부딪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시각을 표하고 있다. 편의시설 증진법 제정의 복지부내 주무부서 책임자인 그는 "법이 너무 이상을 쫓아가다 보면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 수도 있고, 또 현실을 쫓다 보면 꿈을 잃어버리는 법이 된다"며 "현재 어느 정도로까지 법으로 편의시설을 강제할 수 있느냐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국회 이성재 의원은 "이동약자의 편의시설 설치는 도덕성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시설주들의 저항은 미미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항여부 외에 편의증진법은 현재 관계자들에게서 대략 세 가지 이슈를 제기 받고 있다. 하나는 주무부서 문제, 또 하나는 법 적용건물과 관련된 문제, 마지막으로 관리체계의 문제이다.
  먼저 법 집행의 주무부서 문제와 관련해 강병근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편의시설과 관련된 부분은 건설교통부 사항이기 때문에 법의 집행과 감시는 상당부분 건설교통부에서 맡아야 법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 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용 과장은 "편의증진법은 복지법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복지부가 법 집행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며 "현재 장애우고용법이 따로 있고 교육에 관련된 법도 따로 있지만 복지부도 장애우 고용과 교육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편의증진법도 관련 부처의 협조를 받아 복지부가 집행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동약자에 대한 배려나 이동약자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해 볼 때 건설교통부보다는 복지부가 법 집행의 적격 부서라는 것이 관계자들 주장이다.
  두번째 법 적용대상 건물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이상용 과장은 "신축건물은 당연히 적용하지만 기존의 건물은 사유재산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재 의원은 "법 자체가 개인주택은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게 돼있다. 대신 기존 건물이라도 공공이 이용하는 건물이라면, 예컨대 상가 등은 유예기간을 주지만 반드시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며 "기존 건물이 편의시설을 설치 못하겠다면 당연히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원칙에서 예외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편의증진법은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대상으로 도로,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교통수단, 통신시설 기타 장애우 등의 편의를 위하여 편의시설의 설치가 필요한 건물과 시설 및 그 부대시설로 매우 광범위하게 대상을 설정해 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리체계와 관련된 문제제기는, 편의증진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집행되려면 별도로 편의시설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공단이나 재단을 복지부내에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된다.
  최소한 기금을 관리하는 재단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성재 의원은 "편의시설을 연구하는 연구원은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할 때 반드시 삽입할 것"이라며 "기금을 관리하는 재단을 별도로 만들 경우 현재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의 운영 실태를 볼 때 관리비와 인건비로 지출되는 비용이 더 많이 들 가능성이 있다"며 "복지부 내에 곧 장애우복지심의관실도 생기는 등 장애우복지가 강화도는 추세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복지부가 기금을 관리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반박하고 있다.
  관리체계 문제와 관련해 강병근 교수는 "기금을 관리하는 재단보다 시급한 것은 장애우 당사자와 관련분야 전문가 및 담당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심의기구"라며 "심의기구에서 법에서 요구하는 장애우 등의 편의성이 확보되었는지를 지속적으로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편의증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러한 여러 가지 논란보다도 당장은 복지부가 만들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얼마나 이 법의 이념을 잘 관철시키느냐가 관건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법이 시설주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행기준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법의 이념을 훼손시키지 않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 장애인복지과는 2월 초부터 법의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부의 작업과는 별도로 일부 장애우단체 등에서도 법 통과를 전제로 편의시설설치를 제대로 하기 위한 준비 모임을 꾸리는 등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안"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까?
  그 실체에 많은 장애우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 이태곤 기자

 

 

기금 설치 문제로 난항 겪은 법안 마련 과정

 

  장애우 등 이동약자의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편의증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시기는 작년 하반기이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인 국민회의 이성재 의원이 공청회를 거쳐 편의시설 법안을 마련했고, 여당인 신학국당도 공청회를 거쳐 법안을 만들었다. 편의증진법은 정부도 오래 전부터 재정을 약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기국회에서의 이 법 제정은 거의 확장적이었다. 정기국회 막바지인 11월 30일 이성재 의원은 동료의원 68인의 동의를 얻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이동약자의 자유로운 사회적 이동·접근과 사회적 정보에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접근보장기본법안"이라는 긴 이름의 법안을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에 제출했고, 곧이어 12월 2일 신한국당은 백남치 의원의 발의로 동료의원 7명의 동의를 얻어 "장애인 및 노약자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이름의 법률안을 제출했다. 두 개의 안은 정기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 11차, 12차 위원회에서 제안 설명과 토론을 통해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돌연 제정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 여당인 신한국당이 갑자기 국민부담을 이유로 이행강제금과 벌금으로 조성될 편의시설 설치촉진기금 설치조항을 빼고 법을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이성재 의원이 "기금이 없는 법은 만드나 마나이기 때문에 다른 조항은 양보해도 기금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법안의 상임의 통과가 어려워지게 됐다. 법안의 쟁점으로 돌출된 기금설치 문제는 애초 신한국당 안에도 포함돼 있었던 안이었다. 신한국당은 법안 마련과정에서 우선 1백억 원의 편의시설 설치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안을 마련하고, 이를 언론에 공표하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재정경제원에서 국민부담을 이유로 기금설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자 이를 철회한 것이다. 기금을 둘러싼 여당과 이성재 의원의 대치는 상임위 통과 마지막 시한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임위 마지막날 이 법이 겨우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이성재 의원의 여당의원에 대한 강한 설득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날 이성재 의원은 여당의원들에게 "내가 지금 당신들보고 기금을 내라고 했느냐, 당신들 돈으로 편의시설을 설치하라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기금조항에 대한 정당성을 재차 설명했지만 여당의원들은 "기금은 경제에 부담을 주니까 천천히 만들자. 이 의원이 너무 성급한 거 아니냐"고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성재 의원은 "나는 목발을 짚고 다닌다. 내가 당사자인데 급하지 않게 됐냐?"고 항의하면서 "그럼 좋다. 여기서 표결을 하자. 통과되든 안되든 나는 표결을 하고 나가서 여당 어느 아무개 의원이 법안 제정을 반대했다고 알리겠다"고 통고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이 이성재 의원을 붙잡았다. "무슨 표결이냐, 보건복지위 상임위에서 표결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킨 전례는 없다. 합의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날 겨우 편의증진법은 보건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었다.
  두 당의 조정과정에서 법안 이름은 신한국당 안에 근접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을 위한 편의증진법"으로 정해졌으며, 법 적용 대상인 편의시설 설치 대상도 신한국당 안이 채택됐다. 실시 시기도 국민회의 안의 97년 7월 1일 대신 통과 후 1년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신한국당 안이 채택됐는데, 대신 신한국당은 장애인편의시설보장구지원재단 설치 조항을 양보했다. 또 이 법 4조로 국민회의 안의 접근권에 대한 장애우의 권리 조항을 삽입하는 것을 양해하기도 했다. 장애우 전용주차장에 비장애우가 주차했을 시 5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조항은 양 당 안에 똑같이 포함된 내용이었다.
  이렇게 조정된 법안은 곧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겨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4차례의 심사과정을 거쳐 12월 16일 보건복지위원회의 96년 정기국회 제정 법안으로 확정됐다.
  기금 설치문제로 상임위 통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겨져 형식과 틀을 갖추는 과정을 밟지 못함으로써 작년 정기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통과가 확정적이라는 것이 관계자들 전언이다.

 

 

[인터뷰] 이성재 국회의원


"사회통합의 기본은 편의시설이다"


  편의증진법 마련 과정에서 누구보다 애를 많이 쓴 사람이 이성재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의원으로서 이 법이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하기까지 당사자의 입장에서 법안을 마련하고 통과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성재 의원을 만나 법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법을 만들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


  "시설에 반드시 편의시설을 설치도록 하고, 편의시설을 설치할 대상을 넓힌 것이다. 그리고 편의시설 설치에 있어서 강제성을 두었다. 개인적으로 강제성이 이만하면 매우 강력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징역 조항도 있는데 시설주가 편의시설 설치를 거부할 경우 벌금 외에 징역 5년에 처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가 지나치다고 해서 양보한 기억이 있다."

 

 

- 편의증진법이 제정되면 당장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장애우 등 이동약자의 사회통합의 기본은 길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 길이 막혀 있었다. 나갔다가 굶고 돌아오든지, 배우지 못하고 들어오든지 그건 일단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다음의 일이다. 그리고 장애우들이 밖으로 나오면 장애우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자꾸 보게 되면 새롭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애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어쨌든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법은 강제다. 이해는 둘째고, 이 법의 경우 시설주들이 노골적으로 반대하기엔 도덕적인 문제가 걸려있을 것이다. 시설주들이 돈 나가는 게 아까워서 저항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도덕성을 앞세워 대응하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본다."

 

 

- 법 시행으로 가장 문제되는 시설은 어디라고 보는가.


  "대형 빌딩들은 엘리베이터 등으로 대부분 장애우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상가나 사무실이 있는 5층 이하의 공중이용시설이다. 사실 그런 소규모 빌딩들은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법은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소규모 빌딩은 설치 대신 부담금을 내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 부담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체장애우 중심으로 법이 만들어져서 시각장애우나 청각장애우의 정보 접근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법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방송에서는 청각장애우를 위해 캡션 방송을 해야 한다. 국산 영화도 자막삽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정과정 당시 시각장애우나 청각장애우들의 구체적인 요청이 있었다면 받아서 법에 반영을 했을 텐데 관련 단체에 수 차례 요청을 했지만 구체적인 응답이 없었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 법안이 제정되면 설명회를 가질 예정인지.


  "당연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설명회를 가질 것이다."

 


 

[인터뷰] 이상용 장애인복지과장


"기금을 관리하는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


  편의증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곧이어 구체적인 설치 기준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된다. 이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과 이상용 과장을 만나 법 집행 주무부서의 책임자로서 편의증진법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들어 보았다.

 

 

- 편의증진법이 마련되면 편의시설 설치가 완비될 것이라고 보는가.


  "주무부서 입장에서는 법 제정으로 편의시설 설치가 상당히 진척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편의증진법의 핵심 조항을 꼽는다면 어떤 조항인가.


  "먼저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되는데 시설주가 편의시설 설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명령을 했는데도 시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 이렇게 조성된 이행강제금을 모아 편의시설 설치 기금을 만들어서 기금에서 편의시설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이다. 특기할 수 있는 조항은 장애우전용주차장에 일반 자동차를 주차할 경우에는 50만원의 부담금을 물리는 조항이다."

 

 

- 이 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기금을 관리하는 별도의 조직, 즉 공단이나 재단 설치를 놓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국회에서 재단과 기금을 만드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가 기금을 만드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지만 사업을 진행하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기금을 관리하는 조직도 만들어져야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처럼 장애우 편의시설 관련연구가 약한 실정에서 기금 집행을 할 때 전문인력의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 집행을 하지 않고 행정 공무원들이 행정적인 판단에 의해서 집행을 하면 기금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시설주에 대한 감시와 시정명령은 누가 하게 되는가.


  "단속과 감시는 일선 시군구 단위에서 하게 될 것이다. 현재도 일선에서 주차위반 등 시설단속을 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법 시행에서 지방자치제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편의시설 설치는 중앙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편의시설 설치에 관심을 갖고, 지방에 있는 장애우 단체들도 그 부분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주어야만 이 법의 목적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이 법이 이동에만 초점이 맞춰진 법안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보에 대한 접근권 보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편의증진법 내용을 보면 교통, 통신수단까지 다 포함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보통신이나 전기통신시설에 대한 장애우들의 접근권은 앞으로 마련된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시행될 것이다."

 

 

- 지금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작업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아직 초기다. 편의증진법을 보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도록 규정한 부분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서 편의시설의 종류가 뭐냐, 그리고 어느 곳에 편의시설을 설해야 하느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행령이고, 복지부 시행규칙은 어떤 방식으로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인가, 그리고 높낮이는 어떻게 정하는지 등에 대한 기술적인 면에 치중해서 준비되고 있다. 2월부터 전문가 팀을 꾸려 보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시행을 앞두고 의견수렴은 충분히 하고 있는지.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논의가 많았었다. 신학국당에서도 공청회를 했고, 국민회의에서도 공청회를 했다. 우리도 나름대로 여러 군데서 의견을 수렴했다. 주무부서 입장에서는 이 법이 장애우편의시설이라기보다는 노인, 장애우 등 여러 계층이 편의시설로 혜택을 본다는 차원에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나 이 법이 장애우 등 이동약자의 사회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임은 물론이다."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알고 싶은 5가지

 

1. 그동안 장애우 편의시설과 관련된 법이 없었나?

   "그렇지 않다. "장애인편의시설 및 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이 있었다. 이 규칙은 장애인복지법 제 33조 및 동법 시행령 제 30조의 규정에 의하여 1995년에 만들어졌다. 규칙에는 장애인전용시설 및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시설에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등 편의시설 및 설비의 세부 설치기준을 정하였으며, 보건복지부장관,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구청장이 편의시설의 세부설치기준에 부적합한 시설 및 설비를 설치한 자에게 시정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시행 전에 설치된 기존의 시설 중 장애우의 이용이 많은 주요 공공시설은 이 규칙 시행 후 5년 또는 10년 이내에 편의시설 및 설비를 정비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고 하고 있다."

2. 이 법의 기본정신은 무엇인가?

  "접근권을 분명히 명시함으로써 장애우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법4조에 명시돼 있다. 접근권이란 장애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생명과 복지, 교육과 노동, 독립적인 삶과 사회, 모든 측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에 똑같은 권리를 가지는데 이에 대한 어떠한 차별이나 인권침해가 없도록 권리의 접근을 보장하는 항목이다.
이러한 권리조항은 1993년 6월25일 세계인권대회의 결과로 채택된 비엔나선언 및 행동계획에서 장애우의 권리로 천명된 바 있다.

3. 법이 통과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시설주관기관)는 장애우 등의 편의증진을 위하여 어떤 일을 하는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편의시설에 관한 지도와 감독을 한다. 그리고 편의시설실태조사, 편의시설 설치계획을 수립시행하며 장애우 등의 이용이 많은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휠체어 등을 비치하여 무료 또는 실비로 이용하도록 한다. 또한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금융 및 기술지원 등과 연구개발촉진 그리고 편의시설 상세표준도를 작성하여 보급해야 한다.

4. 시설주에 대한 지원은 없나?

  "종전 규칙에는 없던 내용으로 편의시설 설치지원을 위하여 금융기술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민간의 편의시설 설치비용에 대하여는 조세감면규제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세감면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편의시설촉진기금을 통해 융자지원도 한다.

5. 편의시설촉진기금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되는가?

  "편의시설설치축진기금은 정부출연금, 편의시설설치가 불가능할 경우 부과하는 편의시설부담금, 이행강제금, 그리고 기금의 운용에 의하여 생기는 수익금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기금은 편의시설 상세표준도의 작성 등 연구개발사업, 편의시설설치 등과 관련한 기술지원사업, 편의시설에 관한 교육 및 홍보사업, 편의시설 설치에 필요한 자금의 융자 및 보조사업, 기타 보건복지부장관이 편의시설설치촉진 등과 관련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에 쓰인다. 기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관리, 운용하게 된다."

 

글/ 조문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연구원)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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